2030세대 빚투의 함정
2030세대 빚투의 함정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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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청년이 한강변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누군가 다가와 물었다. “너도 **제약을 샀던 거냐?”

증권가에 나도는 우스갯소리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락했던 주가가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 매수로 상승세를 탔다. 특히 주가상승률 상위권을 제약·바이오 관련주가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와 연관된, 검증되지 않은 호재성 소식만으로 급등했다.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다. 심지어 제약회사와 이름 앞부분만 같을 뿐 아무 관련이 없는 기업의 주가까지 덩달아 올랐다. 하지만 실체 없이 풍문을 타고 치솟았던 종목들은 이내 하락했고, 검증 없이 주식투자에 나섰던 이들은 낭패를 보았다.

주식투자는 ‘여윳돈으로 신중하게 판단해 사들이고 장기 보유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올해 증권가 신조어를 보면 ‘빚내서 테마주 등 유망종목을 사들여 단기차익을 내고 빠지자’는 식이다.

이런 투자 양상은 신조어 ‘빚투’(빚내서 투자) ‘주식세끼’(1일 3회 거래) ‘오치기’(하루 수익목표 5만원) 등이 입증한다. 특히 ‘주린이’(주식하는 어린이) 2030세대들이 ‘주터디’(주식 스터디 모임)를 통해 테마주를 찾고 남의 말을 좇아 ‘빚투’했다가 ‘폭망(폭삭 망한다)’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빚투’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불어났다.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신용융자 잔액이 지난 9월 17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6월 말에 비해선 석 달 새 5조원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주식투자가 각광을 받은 가장 큰 요인은 초저금리다. 은행 예금이 매력을 잃은 가운데 세금 중과와 담보대출 규제로 부동산 투자가 여의치 않자 자금이 증시로 이동했다.

하지만 실물경기가 떠받치지 않는 자본시장의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가 그랬다. 실제로 9월 초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 테슬라 등 기술주가 조정을 받으며 나스닥지수가 급락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미국 증시 영향과 남북관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하락했다. 그 여파로 주식 반대매매 규모가 커졌다. 투자자가 빚을 내 외상으로 사들인 주식 결제대금을 제때 내지 못하자 증권사가 주식을 팔아 회수한 것이다.

9월 23일 하루 반대매매 규모는 302억7200만원. 9년 만의 최대치다. 반대매매의 경우 증권사가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주식 수량만큼을 하한가로 계산해 시장가로 팔아치우기 때문에 투자자로선 큰 손실이 난다. 게다가 이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서 해당 종목 주가가 하락해 피해는 다른 투자자에도 이어진다.

지난 10년 동안 일일 반대매매 규모가 2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총 24차례. 이 중 17차례가 올해 발생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상승장 이면에는 빚투가 역대 최대로 불어나면서 증시가 휘청댈 때마다 강제 청산되는 주식 규모도 증가하고 있음이다.

문제는 반대매매가 뭔지도 모르고 빚투하는 2030세대 초보 주식투자자, 주린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박을 노리고 섣부르게 빚투 했다가는 쪽박을 차거나 폭망할 수 있다. 빚투, 감행 이전에 그 함정의 깊이와 무서움부터 인식하자.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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