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소비자에 미칠 영향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소비자에 미칠 영향은?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0.09.1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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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투명성 제고” vs “소상공인 판매업자 생계 위협”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앞에서 지난 1일부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결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앞에서 지난 1일부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소상공인 중고차 판매업자 단체들이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반대에 나선 가운데,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 경우 약 30만명의 소상공인들이 종사하고 있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고차 시장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소상공인 위주의 현 중고차 시장을 붕괴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중고차 허위매물·품질 저하 등 소비자들의 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현재 중고차 시장의 폐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참여는 중고차의 적정가치 형성과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 향상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규제가 없고 완성차업체들은 중고차 인증제를 시행함으로써 중고차 가치 향상과 시장 활성화 등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과 미국·일본·독일의 신차·중고차 판매 시스템은 큰 차이가 있어 대기업의 자동차 판매업 진출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온다.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

2013년부터 완성차업체들을 포함한 대기업들은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중고차 판매업에 진출할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동반위는 중고차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함에도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증가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출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업의 매출액 규모는 적합업종 지정 당시인 2013년 5조563억원에서 2018년 12조4217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중기부는 원칙적으로 6개월 내에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해당 기간 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제대로 논의할 수 없어 결정이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었다. 최근 논란이 재점화 된 이유는 완성차업체들이 중고차 판매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중고차 판매업 진출 선언에 대해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중고차 인증제를 통해 메이커가 직접 중고차를 관리함으로써 소비자 후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나아가 AS까지 제대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생애 전 주기를 일관되게 관리함으로써 소비자의 안전을 보증하겠다는 설명이다.

“완성차업체와 중고차 판매업자 간 상생협력이 중요”

그러나 다른 국가와 국내 판매 시스템이 다른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에 나온 중고차 중 허위매물이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고, 중고차 판매업계에서도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에 대한 성능점검기록부 등 국내 중고차 품질보증 제도는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허위매물 등 불법적인 행위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성용 중부대학교 자동차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딜러들이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판매하는 딜러제도가 정착돼 있다”면서 “현대·기아차 등은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것으로 판매 시스템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딜러가 신차와 중고차를 동시에 판매하고 품질보증도 직접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완성차업체가 중고차의 품질까지 보증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현재 국내 판매 시스템 내에서 대기업이 진출한다면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새로운 판매 대리점(협력업체)을 대량으로 모집해 기존 매매단지를 형성하던 중고차 판매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교수는 “완성차업체와 중고차 판매업자 간 상생협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완성차업체와 중고차 판매업자 양측에 상생협력 방안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지만, 중고차 판매업자 측에서 의견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로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여부는 이후 공식적인 심의 기구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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