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재판에서 윤석열·황각규·소진세 이름이 왜 나왔나
민유성 재판에서 윤석열·황각규·소진세 이름이 왜 나왔나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9.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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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부회장과 '프로젝트 L' 자문 용역 계약수행 과정에 얽힌 법적 공방
민유성 나무코프 대표(전 산업은행장)의 자문 재하청 관련 소송에서 소진세 전 롯데그룹 대외협력단 단장(현 교촌치킨 회장)과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윤석열 검찰총장 등 인물이 거론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인사이트코리아뉴시스
민유성 나무코프 대표(전 산업은행장·맨 왼쪽)의 자문 재하청 관련 소송에서 소진세 전 롯데그룹 대외협력단 단장(현 교촌치킨 회장·왼쪽 둘째 )과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왼쪽 셋째), 윤석열 검찰총장(맨 앞) 등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인사이트코리아·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자문료 소송을 제기한 민유성 나무코프 대표(전 KDB산업은행장)가 자문을 재하청 준 사업가에게 피소된 재판에서 거물급 인사들이 거론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출신 사업가 박 아무개 씨는 2018년 10월 민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민 대표가 맡았던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자문, 이른바 ‘프로젝트 L’을 박 씨가 적극 수행했으니 그에 따른 적정한 보상을 해달라는 게 소송의 핵심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는 민 대표에 대한 피고발인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서는 뜻밖에도 소진세 당시 롯데그룹 사장(정책본부 대외협력단 단장·현 교촌치킨 회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윤석열 당시 특검 팀장(현 검찰총장) 등의 이름이 나와 관심을 모았다.

이날 재판에서 거물급 인사들이 거명된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간의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 이른바 ‘왕자의 난’과 관계돼 있다는 게 원고인 박씨 측 주장이다.

"'프로젝트 L' 수행 위해 소진세 사장 컨택 필요했다"

양측에 따르면, 박씨와 민유성 대표는 지인의 소개로 2015년 12월 첫 만남을 가진 후 2016년 12월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민유성 대표는 '프로젝트 L'을 수행하기 위해 박씨가 가지고 있는 롯데그룹 내부 정보와 고위 임원과의 연결고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L'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민유성 대표가 맺은 자문 계약 이름이다. 프로젝트 L은 기간에 따라 1차 계약과 2차 계약으로 나뉘며, 계약 상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 및 호텔롯데 상장 저지, 검찰 자료 제공을 통한 신동빈 회장 구속 등 신 전 부회장이 롯데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민 대표가 염두에 둔 롯데 임원은 소진세 당시 롯데그룹 사장(정책본부 대외협력단 단장)이며, 박씨는 소진세 사장의 측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서 박씨 측은 2016년 당시 민 대표에게 ▲롯데그룹의 구조는 비상장인 롯데호텔이 지주 역할을 하고 면세점 사업의 수익이 절대적이라는 점 ▲면세점의 라이센스 유지를 위해 신동빈 롯데 회장이 로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등을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언론 등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해당 사실을 민 대표 측에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박씨 측 변호인은 "2016년 6월 10일 검찰의 롯데그룹 임원 자택 압수수색 당시, 황각규 전 부회장 자택 김치냉장고 5대에서 현금 다발이 나왔으나 해당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묻혀있다"고 밝혔다. 박씨가 이 내용을 알게 된 것은 롯데 내부 고위층에서 권력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박씨 측 얘기다.

박씨 측 변호인은 “당시 소진세 사장이 본인과 경쟁 관계였던 황각규 전 부회장을 공격하기 위해 검찰로부터 얻은 정보를 박씨에게 언급했고, 이 내용이 민유성 대표에게 전달된 것”이라며 “이를 포함한 주요 내용을 들은 민유성 대표는 박씨와 자문 계약을 맺고, 계약을 맺은 당일 박씨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검에 보내 진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롯데 내부 비리 정보, 민유성 측이 연결해 특검서 진술 했다"

이날 재판에선, 2016년 12월 28일 박씨가 민유성 대표 측근의 소개로 당시 국정농단 특검 사무실에서 담당 검사를 만나 위 내용을 진술한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박씨 측은 직전 재판 기일인 지난 5월 29일, 원고 측 변호인 발언을 통해 “민유성 대표가 당시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롯데 내부 내용에 대해 믿을만한 법조계 관계자에게 진술해줄 수 있겠느냐고 설득해 박씨는 민 대표 측근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며 “그런데 내려 보니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특검 사무실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선 특검 진술 배경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도 거론됐다.

박씨 측 변호인은 “남기춘 변호사와 관계가 있는 당시 윤석열 특검 팀장 아래 박씨가 만난 담당 검사가 있는데 알고 있었나. 정식으로 소환된 것도 아닌 일반인인 원고 박씨가 특검 사무실에 간다면 누구고, 어떻게 왔냐고 할 것인데, 남기춘 변호사 소개로 왔냐며 알아보고 박씨가 진술을 한 것은 해당 라인으로 미리 얘기해둬서 진행된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법대 동기 윤석열의 특별변호인을 맡은 남기춘 변호사를 본인이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민유성 대표에게 질의했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박씨가 특검 사무실에 가서 진술을 했다는 것은 이후 측근을 통해 전해 들었다. 우리 그룹에 있는 변호사가 특검과 어레인지 해보겠다고 했다고 하더라”며 “남기춘 변호사를 만난 적은 있으나, 우리 그룹 내 변호사와 남기춘 변호사가 신격호 전 명예회장의 법률 담당을 공동으로 맡으면서 알게 돼 나도 회의 차 몇 번 본 것이 전부다. 개인 친분은 없었고, 법률이나 법조계는 내 담당이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박씨를 특검에 보낸 이유는 거짓말 하는 것은 아닌지, 정보나 신뢰도 확보를 위해서였고, 결국엔 정보 가치가 낮아 특검서 진술서도 쓰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정보도 언론에 나온 얘기들이었을 뿐, 다만 소진세 사장과의 컨택은 필요해서 측근인 박씨와의 계약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민유성 대표, 변호사법 위반 추가 가능성 거론

이에 대해 박씨는 <인사이트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반박했다. 박씨는 “당시 민유성 측은 특검에 간다는 사실 자체를 숨겼다. 아는 변호사한테 가서 말을 좀 해달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더니, 도착해보니 특검 사무실 앞이었다”며 “당시 롯데에 납품을 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생계에 위협이 될까봐 녹취와 진술서 작성을 거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2016년 12월 28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약 3시간 가량 진술했고, 진술서는 내가 거부해서 안썼지만 특검 검사가 내가 말하는 정보들을 메모했다. 그때 내가 얘기한 구체적인 수치와 정보들이 신동빈 회장 검찰 조서에서 언급 됐다”며 “지금이야 다 알 수 있는 정보지만 당시엔 외부에 드러난 바가 없었던 내용이고, 특히 롯데 내부 압수수색 내용은 현재까지 외부에 언급된 적이 없는 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특검 연결 사안과 관련해 민유성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 진술 연결 건에 대해 민 대표 측은 담당 변호사가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신동주 전 부회장과 민 대표의 항소심 판결의 맥락을 봤을 때 민 대표의 최종 지시로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일부 시각이다.

앞서 지난 7월 서울고등법원 민사34부는 민유성 대표가 신동주 전 부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이들의 2차 계약이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를 위반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신 전 부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민 대표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던 2015년 9월부터 신 전 부회장의 고문역을 맡으며 홍보와 소송전 등에 앞장섰고, 2015년 1년 동안 월 8억8000만원씩 지급한다는 1차 계약을 맺어 105억6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2016년 양측은 2년 동안 월 7억7000만원씩 지급한다는 2차 계약을 맺고, 민 전 행장은 10개월치 77억원의 자문료를 받았으나 신 전 부회장 측의 일방적 해지 이후 14개월치 보수를 지급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심은 민 대표 측이 청구한 107억원 가운데 70%인 75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민 대표 측이 2차 계약에서 롯데그룹의 경영권 회복이라는 목적 아래 각종 소송전에서 법률사무를 포함한 각종 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로 자문료를 지급받았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자가 금품·향응 등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법률상담 등 법률 사무를 취급하거나 알선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당시 민 대표는 언론 홍보 관련 자문만 추진했을 뿐 법률사무 등의 업무는 본인이 임한 법무법인이 수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법무법인 변호사들의 회의자료를 이메일로 미리 받아보고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변호사들에게 회의 일정을 안내하고 구체적인 업무를 분배·지시했으며, 변호사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업무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한 의견을 표시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민유성 대표가 법무법인의 각종 업무를 주도적인 위치에서 총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방법으로 자문용역계약을 위한 법률사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지 2주 후인 지난 7월 21일 대법원에 상고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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