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석유공사, 서울시 ‘부당 대부료’ 54억원 돌려받을 길 열렸다
[단독] 석유공사, 서울시 ‘부당 대부료’ 54억원 돌려받을 길 열렸다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8.0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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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서울시에 공급할 비축석유 구리석유비축기지에 저장·관리
서울시, 2014년부터 해당 부지 무상대부에서 유상대부로 전환
법원 “서울시 신의성실 원칙 위반...대부료 전액 반환해야”
울산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석유공사 본사. 뉴시스
울산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석유공사 본사.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한국석유공사(사장 양수영)가 구리석유비축기지 부지 사용료 명목으로 서울시에 납부한 50억여원에 대해 반환을 청구한 소송에서 법원이 석유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법정공방 과정에서 석유공사가 비상사태 때 서울시에 공급할 비축석유의 저장 및 관리 업무를 아무런 수익도 없이 수행해왔음에도, 서울시가 해당 비축석유 부지 사용료를 석유공사에 내놓으라고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서울시와 석유공사 사이에 54억원이 넘는 대부료 반환을 둘러싼 갈등은 201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와 석유공사는 구리시 아천동에 위치한 구리석유비축기지 부지에 대해 공유재산 대부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양측의 계약 내용은 이전까지 석유공사가 구리석유비축기지 부지 사용에 대해 무상 대부를 받아 왔지만, 이제부터 대부료를 유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구리석유비축기지 부지는 1982년 설립 당시부터 한국석유개발공사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국고보조금으로 조성한 석유저장시설과 그 부지는 공사에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양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 받아 왔다.

이후 1986년 한국석유개발공사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이 조항이 삭제됐고,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석유공사에 무상으로 대부할 근거조항이 없어 부지를 유상으로 대부하거나 완전매입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수차례 관련 법 조항이 신설되고 개정되며 계약 갱신을 반복하면서, 30여년 간 석유공사는 해당 부지를 공공재산이라는 이유로 무상으로 사용해 왔다.  

그런데 서울시가 해당 부지 사용료를 유상으로 하겠다고 계약을 바꾸면서, 석유공사는 2014년 1월부터 서울시에 해당 부지에 관한 대부료를 납부하기 시작했다.

이에 석유공사는 2018년 3월 서울시와 맺은 구리석유비축기지 부지의 유상 대부료 계약이 부당해 무상 대부로 다시 바뀌어야 한다며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같은 해 10월 국민권익위는 석유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서울시에 다시 해당 부지에 대한 계약을 무상으로 변경하도록 시정권고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석유공사가 서울시에 지급한 해당 부지에 대한 대부료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공시지가 변동을 기준으로 약 7~8억원씩, 합해서 46억4000여만원에 달했다. 2020년 2월에도 공시지가가 크게 올라 8억3700여만을 납부해 7년 간 총 54억8000여만원의 대부료를 냈다.

석유공사 “무상대부 양측의 신뢰로 유지돼...유상전환은 신의성실 원칙 위반”

석유공사는 서울시가 석유 비축 목적으로 사용하는 한 구리석유비축기지 부지를 무상으로 대부하겠다는 신뢰를 오래 전부터 부여했고, 이를 유상 대부로 하는 것은 신뢰에 반하므로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급한 대부료 역시 부당이득금에 해당하므로 반환하라며 법적대응에 나섰다.

석유공사가 법적으로 유상 대부료가 무효라고 지적한 근거는 공유재산법 시행령 부칙으로 ‘서울특별시가 1983년 이전에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아 설치한 석유제품 비축기지의 부지는 한국석유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석유공사가 해당 목적으로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 이를 같은 공사에 무상으로 대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석유공사는 이 시행령 부칙의 내용이 서울시가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강행규정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해당 조항이 강행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서울시는 과거 석유공사에 시 재정 확충 등을 이유로 해당 부지에 대한 석유공사의 완전 매입 또는 유상 사용을 촉구해 왔고, 계약상 석유공사가 서울시의 매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대부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는 만큼, 무상 대부에 대한 신뢰를 부여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 “유상대부 전환 신의성실 원칙 위반...대부료 전액 반환해야”

최근 법원은 석유공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54억8000여만원의 대부료 반환 소송에 대한 선고를 내리면서 석유공사의 공유재산법 시행령 부칙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석유공사가 주장하는 부칙조항에 대해 부지를 유상으로 대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2013년 1월 서울시와 석유공사 간 유상 대부료 전환에 대해 한쪽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불리하게 한다고 볼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무상에서 유상 대부로 전환한다는 계약이 신의성실 원칙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1982년부터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한 것은 서울시가 석유공사에 석유제품 비축을 목적으로 부지를 사용하는 한 계속 무상으로 대부하겠다는 신의를 공여했다고 보기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특히 지난 2000년 국무조정실 주관 하에 개최된 조정회의에서 서울시가 구리석유비축기지 부지의 영구 무상대부에 대한 특례조항 신설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행정자치부에 건의했고, 석유공사 역시 해당 개정안을 산업자원부에 건의해 합의가 도출됐다. 당시 서울시는 석유공사에 해당 부지를 계속 무상대부 하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비상 시 서울시를 위해 사용하기 위한 비축석유를 관리하는 부지에 대한 사용 비용을 석유공사로부터 받으려고 했던 셈이었다. 뉴시스
서울시는 비상 시 서울시를 위해 사용하기 위한 비축석유를 관리하는 부지에 대한 사용 비용을 석유공사로부터 받으려고 했던 셈이었다. <뉴시스>

석유공사는 석유 및 석유대체 연료 사업법 등에 따라 서울시의 석유류 절대 수요량의 30일분을 비축할 목적으로 구리석유비축기지 부지를 점유해 별다른 수익 없이 비축석유를 관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석유공사에 해당 비축석유 관리비용을 지급한 적이 없었다.

결국 법원은 서울시가 석유공사로부터 받은 대부료가 부당이익금이라고 판단해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석유공사가 특별히 얻는 것도 없이 서울시를 위한 석유를 모으고 관리를 해왔지만, 서울시가 해당 부지 사용에 대해 54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간 셈이다. 이에 따라 유상 대부료를 주장하며 공기업에 상당한 금전적 피해를 끼칠 뻔한 서울시의 결정에 논란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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