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행보 주목받는 김남호 DB그룹 회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행보 주목받는 김남호 DB그룹 회장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0.08.03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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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젊은 총수, 새로운 영광의 시대 연다
김남호 DB그룹 회장. DB그룹
김남호 DB그룹 회장. <DB그룹>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일 취임했다. 아버지인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의 50년 역사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 개척에 나선 것이다. 1975년생으로 그룹을 이끌기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준비된CEO’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김 회장은 취임 10여일 만인 7월 13일 첫 인사를 단행했다. 구교형 그룹 경영기획본부장(사장), 이성택 DB금융 연구소 사장,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부서 변동 없는 승진 인사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통해 변화를 예고하면서도 경영 안정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핵심 사업을 이끌던 경험과 연륜을 갖춘 인물들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경영권 안정을 꾀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키우고 미래를 위한 성장 발판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겠다”며 “특히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업은 기존 사업의 연장이나 연관 사업의 진출과 병행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업을 치밀하게 연구해 새로운 업을 창업한다는 자세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우선으로 하고 신사업 진출에 신중하게 도전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DB그룹 금융부문은 그룹 매출의 92%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사업 복합화 전략으로 10대 그룹에 진입했던 시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금융부문을 바탕으로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함으로써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준기 전 회장의 놀라운 사업 수완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 등과 같은 신조어들이 암시하듯이 기업 환경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이제는 기존의 관행과 일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유연하게 접근하며 빠르게 실행하는 기업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젊고 역동적인 조직,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DB그룹은 김준기 전 회장이 1969년 1월 24일 자본금 2500만원과 직원 2명으로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1970년대 초 선도적으로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둬 당시 오일쇼크로 위기에 처한 국가 경제 회생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에서 거둔 외화수익금 전액을 철강·소재·농업·물류·금융 등 국가 기간산업에 투자해 그룹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우량한 회사를 인수해 기존 사업에 추가하는 방식의 사업 확장을 지양했다. 대부분의 계열사를 신규 면허를 취득하거나 신규 설립을 통해 사업을 확장·발전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은 1984년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은 1983년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해 동부화재(왼쪽)를 출범시켰고 1984년에는 일신제강을 인수해 동부제철로 키워냈다. <DB그룹>

부실기업을 인수해 대규모 투자와 경영합리화를 통해 우량기업으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동부제철의 경우 일신제강 시절 낙후된 설비에 생산 규모 역시 60만 톤에 불과했으나 지속적인 경영합리화와 설비투자를 통해 280만 톤 생산 규모를 갖춘 당시 단일회사로서는 세계 최대의 냉연강판회사로 발전시켰다. DB손해보험의 전신인 한국자동차보험은 1983년 인수 당시 숨겨진 적자가 2000억원으로 알려졌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협조 없이 경영을 정상화시켜 재계를 놀라게 했다.

김 전 회장은 다른 대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합금철, 선재, 농약, 비료, 종자,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첨단 유리온실, 친환경 전기로제철 등 여러 사업들을 개척했다. DB그룹의 성장은 김준기 전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진하고 모범적인 지배구조와 자율·책임 경영체제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계획적이고 전략적인 사업 복합화 결과 DB그룹은 1990년 20대 그룹에 진입했으며, 2000년에는 10대 그룹으로 발전했다. 대한민국 1세대 그룹들보다 30~40년 늦게 출발한 후발기업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였다.

2010년대 중반 구조조정을 겪으며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DB그룹은 현재 보험, 증권, 여신금융, 반도체, IT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상태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금융부문 포함 자산규모는 66조원이며, 매출액은 21조원이다.

현장서 몸으로 부딪치며 훈련받은 준비된 총수

DB금융센터. <DB그룹>

김남호 회장은 세간에서 생각하는 재벌가 후계자들과는 다른 성장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DB그룹에 따르면 부친인 김준기 전 회장은 엄격한 교육관을 가지고 있었다. 김 회장은 미국 미주리주의 소도시 풀턴에 있는 웨스트민스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김 전 회장이 한인이 많은 대도시로 유학을 가면 학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인이 거의 없는 소도시 기숙사 학교를 골랐다는 후문이다.

군 복무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훈련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강원 인제 육군 3포병여단에서 병장으로 제대했다. “남자라면 군대에서 고생을 해봐야 한다”는 김 전 회장의 지론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군 복무 중 몸무게가 20㎏ 넘게 빠질 정도로 고된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입사 후에도 ‘후계자 대우’는 없었다. 2009년 입사한 김 회장의 첫 근무지는 과거 DB그룹 계열사였던 동부제철 당진공장이었다. 현장 근로자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려 대부분은 김 회장을 평범한 인사팀 직원으로 알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회장이 그룹 경영에 뛰어든 것은 DB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2015년부터다.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조부문 지주회사인 DB Inc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동부팜한농, 동부대우전자 매각에도 깊이 관여했다. 최근에는 2015년부터 채권금융회사 공동관리(워크아웃)를 받아온 DB메탈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금융 전문가”라며 “성장률이 둔화된 금융사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경영능력 보여줄 시험대 올라

이런 이유로 김남호 회장은 ‘준비된 총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분 상속을 2000년대 초반에 끝낸 김 회장은 현재 DB그룹에서 금융과 제조부문 지주회사에 해당하는 DB손해보험(지분율 9.01%)과 DB Inc(16.83%)의 최대주주다. 2015년부터 그룹 싱크탱크인 DB금융연구소에서 근무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업무를 맡는 등 후계자 수업을 착실히 받았다.

김남호 회장은 2009년 입사 전까지 웨스트민스터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2002년부터 3년간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인 AT커니에서 근무했다. 2007년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데 이어 UC버클리대학교에서 파이낸스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이렇게 쌓은 금융분야 전문지식과 국내외 투자금융 전문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10년대 중반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2015년 DB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금융 계열사들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구체화하고 이를 경영현장에 빠르게 접목시켰다. 특히 보험·금융 혁신 TF를 이끌며 영업·마케팅 다변화, 자산운용 효율화, 해외시장 진출을 견인함으로써 악화하고 있는 업황에도 DB금융부문이 안정성·수익성·성장성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 DB금융부문은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1분기에 매출액 5조8000억원, 순이익 1600억원을 올리는 등 선방했다.

DB그룹 깃발.
DB그룹 깃발.<DB그룹>

김남호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그동안 구조조정에 집중하느라 실질적인 경영능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말이 들린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대라는 지적이다. DB그룹은 금융부문을 지배하는 DB손해보험과 제조부문을 지배하는 DB Inc로 나뉘어 있다.

DB손해보험은 손해보험업계 시장점유율 2위를 지키고 있지만, 운전자보험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 때문에 안정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종합금융사로서 살아남으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조부문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니다. DB하이텍이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는 반면, 김 회장이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유상증자까지 단행한 DB메탈은 경영정상화는 이뤘지만, 여전히 적자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김 회장은 금융부문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상품기획, 생산, 판매, 고객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컨버전스를 구축하고 온택트(ontact) 사업역량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50년 동안 DB그룹은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시기를 지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시작점에 김남호 회장이 서 있다.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40대 젊은 총수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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