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국산화’는 멈출 수 없다
‘소부장 국산화’는 멈출 수 없다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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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일본이 취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출규제가 7월 4일로 만 1년이다. 우여곡절과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지난 1년의 과정은 한국의 판정승이다.

일본은 한국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가장 아파할 1~3번을 콕 집어 수출을 차단했다. 하지만 오히려 자국 소부장 업체들이 안정적 수출선을 놓치는 등 피해가 커지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며 일본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급감하자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그동안 구호만 외치고 행동하는데 굼떴던 한국 기업들과 정부를 변화로 이끌었다. 기업들은 소부장의 공급처 다변화와 국산화에 적극 뛰어들었다. 정부도 핵심 소부장 경쟁력 강화와 대·중소기업간 협력모델 구축 등 정책으로 뒷받침했다.

민관이 힘을 모으자 하나둘 성과가 나타났다. SK머티리얼즈는 해외 의존도가 100%였던 기체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다. 일본 의존도가 92%였던 포토레지시트는 벨기에·독일 등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한편 국내 생산기업이 공장 증설에 나섰다. 일본 의존도가 94%로 높았던 불화 폴리이미드 또한 코오롱인더스터리가 양산을 시작했고, SKC가 생산설비를 갖추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이 잠자고 있던 한국을 깨운 격이다. 한국의 소부장 부문 ‘탈(脫)일본’의 전환점이 되었다. 다급해진 일본 소부장 업체들이 일본 정부에 수출물량을 원상회복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기업들이 다시 일본산 소부장을 사용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

내친 김에 소부장 부문 전반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도록 고삐를 죄어야 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규제 품목의 수급 안전에 만족해선 안 된다. 전기전자를 비롯해 금속재료, 기초화학, 섬유, 세라믹, 탄소, 자동차·항공, 조선해양, 바이오 등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거나 미래 먹거리 산업의 소부장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비단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부장 수출규제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배제 등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와해되면서 부품 조달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핵심 산업의 소부장 국산화는 긴요하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조립 세트 산업에는 강점이 있지만, 그 원천인 소부장에선 일본·독일 등 기술강국에 뒤진 게 사실이다. 또한 소부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이 부족하다며 국산화를 지레 포기했다. 중소기업이 애써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내놓아도 국내 대기업이 외면해 이를 상용화하기 힘들었다.

한국과 일본, 양국 간 경쟁은 어느 분야든 민감하고 뜨겁다. 어려운 줄만 알았던 소부장 국산화를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서 해냈다. 이 같은 ‘기술 홀로서기’는 55년 동안 쌓아온 일본과의 외교 협력 복원 여부와 별개로 핵심 산업에서 중단 없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축구·야구 등 스포츠 한일전 승리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기술력으로 일본을 뛰어넘는 일이다. ‘기술 극일(克日)’, 시간은 걸리겠지만 해낼 수 있다는 각오로 민관,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함께 뛰자.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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