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영박‥.시간의 의지 마음의 순환
서양화가 이영박‥.시간의 의지 마음의 순환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20.06.04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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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빛–소리, 130.3×130.3㎝ Oil on Canvas, 2018
생명의 빛–소리, 130.3×130.3㎝ Oil on Canvas, 2018

“모호한 내 태양의 감미로운 초점은 더욱 사나운 키스에 노상 더 깊은 도취에 빠져들면서, 내 머리칼 사이에 꿀벌 같은 무게로 눌러오고….빛이여!…아니면, 너 죽음이여! 어쨌든 가장 날쌘 것이 나를 붙잡으라! 내 심장이 뛴다! 심장이 뛰어!…내 가슴이 타올라 나를 이끄니…. 아! 얼마나 부풀어 올라, 터질 듯이 팽팽한가, 내 푸른 그물에 사로잡힌 이 무정하고 아주 달콤한 증인은…”<발레리 선집, 폴 발레리(Paul Valery)지음, 박은수 옮김, 을유문화사刊>

그리하여 무상한 음률에 꽃잎의 물방울은 가늘게 떨리고 별들을 껴안은 여리고 투명한 막(膜)은 슬픔을 녹이듯 흔들렸다. 언덕 아래로 강물이 흐른다. 꽃잎이 더듬거리듯 가늘게 내뱉는 이별의 말처럼 무정하게 툭툭 가끔씩 잔가지들이 물속에 잎들을 적시다 지상으로 올라오며 몸부림치는 소리를 내곤 했다.

그러나 물결은 아랑곳없이 쿨렁쿨렁 잔기침을 내뿜고, 오오 바람이 분다. 꽃잎은 오므라들고 잎들이 봉오리를 에워싼다. 지나칠 것만 같았던 바람이, 꽃들이 열어준 대지의 여백위에 천진하게 무어라 낙서를 하며 재잘거린다. 새들도 그 소리도 사라진 공허한 하늘엔 무채색 공간만이 저녁낮달그림자를 머뭇거리다 따라가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한 송이 꽃은 영혼에 활력을 불어넣는 능력을 부여받게 된 것일까?

생명의 빛–소리, 116.8×80.3㎝, 2019
생명의 빛–소리, 116.8×80.3㎝, 2019

이영박 화백(A South Korean painter LEE YOUNG PARK,이영박 작가,LEE YOUNG PARK)은 이렇게 전했다. “숲을, 꽃길을 언제나 가까이 있어서 무심한 듯 지나다가 불현 듯 발길을 멈출 때가 있지 않은가. 꽃송이가 순수의 미소로 나를 바라볼 때 생의 무게가 한순간 녹아드는 맑아지는 영혼의 힐링을 맛보게 된다.

생명에 대한 경외와 존재에 대한 숭고함이 밀려올 때 인간은 그 꽃을 마주하려 웅크리고 앉는다. 그런 때 꽃은 우주를 포용한 장엄한 노래를 전한다. 낮은 곳에서, 화폭에서 형상되는 꽃 속에서 나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곤 한다.”

생명의 빛–소리, 130.3×130.3㎝ Oil on Canvas, 2018
생명의 빛–소리, 130.3×130.3㎝ Oil on Canvas, 2018

◇스스로에 관대해지기를!

피아니스트 제랄드 무어(Gerald Moore)반주, 위대한 베이스가수 키프니스(Alexander Kipnis)가 부른 브람스(Brahms)가곡 ‘4개의 엄숙한 노래(Vier ernste Gesange, Op.121)’가 꽃향기 진동하는 달밤에 흐른다. 미묘한 덧없음의 마음이 일고 갈망을 녹이는 경건처럼 중후한 남성의 저음이 밤공기를 가른다.

눈을 감아도 내음을 느끼듯 심오한 목소리는 설득력 강한 의지의 침묵처럼 낮고도 저 멀리 울려 퍼지며 슬픔과 회환의 상처를 애무한다. 낡고 헤진 노트 속, 찬란했던 청춘의 페이지가 빼곡하게 기록된 그곳에 장미의 꽃잎 위로 아로새겨진 문장이 간직되어 있지 않은가.

손을 내밀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닿을 듯 한 야망의 계절은 흐르는 물처럼 지나갔네. 그 욕망을 부르던 소리는 바람의 언덕 새와 풀벌레 소리에 어울려 유장한 생각의 줄기로 아련히 흩어지누나.

세월 흘러 돌아보아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듯, 사랑도 미움도 시간의 힘이라는 순환의 신비 속에서 생을 노래하노라. 꽃은 피고지고 저 고갯마루 황혼에 어른거리는, 단 한번만이라도 큰소리로 불러 보고 싶었던 이름이여!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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