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료 공공성 강화 강조하는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
[인터뷰] 의료 공공성 강화 강조하는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6.01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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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료 인력난 해결에 온 힘 쏟겠다”
정영호 협회장.이원근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은 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이원근>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인류사적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 선진국으로 부상하며 또 하나의 한류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K-방역’이다. K-방역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기까지 의료진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의료진과 병원계의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인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우리에게도 숙제를 남겼다. 초창기 대구에서의 집단 발병은 부족한 공공의료 확충과 감염병 대응 체계 정비의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의료 인력난’ 해결이다. 이는 오래 전부터 국내 병원계의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지금까지의 정책과 의료전달체계로는 갑작스러운 감염병 사태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기 어렵고, 보건의료체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인사이트코리아>는 지난 5월 2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을 만나 병원계가 맞닥뜨린 과제와 그 해결책을 들었다. 정영호 회장은 인천에 있는 좋은꿈한림병원 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5월 1일 대한병원협회 회장에 취임한 그는 “원격의료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감염병에 대한 의료 인프라의 확충이 우선과제가 되고 있다”며 “의료공급체계의 변화와 개선을 위한 의료 인력의 효율적인 운용과 대규모 감염병 사태에 대비한 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영호 협회장.이원근
정영호 병원협회장은 의료 인련난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이원근>

- 최근 회장에 취임하셨는데 대한병원협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료법 제52조에 근거해 설립된 사단법인입니다. 1959년 설립돼 2004년 위 의료법에 근거해 사단법인으로 법정단체가 됐습니다. 전국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300여개를 회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회원병원의 권익보호와 병원계 발전을 위한 사무국을 두고 있고, 60여명의 정예요원이 정부 정책을 선도하고 선제적으로 정보수집과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12개 시도병원회와 4개의 직능병원회를 산하조직으로 두고 있습니다. 전국 3300여개 병원이 궁금해 하고 아쉬워하는 작은 부분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병원협회를 중심으로 병원계가 하나 된 목소리를 내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 출마선언과 취임식 때 ‘의료 인력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병원협회 회무에 참여한 지 올해로 16년이 넘었습니다. 정책과 보험 분야에서 줄곧 활동을 했습니다. 그간 지내온 시간들을 곱씹어 보면 항상 담당부서가 있는 곳에서만 일들이 발생하더라고요. 물론 그런 문제들은 대개 원만한 합의로 해결이 돼 다행입니다만, 정말 중요한 문제인데도 한 발자국도 진도를 못 나가는 정책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의료 인력’ 문제 해결이 가장 지지부진한 대표적 정책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의사의 부족이 심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 과거 의약분업 때부터 서서히 발생된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의약분업 당시 의학대학교 정원을 10% 감축하는 데 합의를 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10% 감소된 정원이 20년째 이어지고 있으니, 인력 부족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의료기관은 크게 늘어났는데 의사 수가 그에 미치지 못하니 인력난이 발생하는 건 당연합니다. 지금은 대한병원협회와 보건의료계 모든 당사자들이 인구절벽 시대에 적합한 보건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 ‘의료 인력난’이라고 하니 약간은 추상적으로 들리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의 문제가 심각한가요.

“의사들이 ‘의료’가 아닌 ‘진료’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현재 대다수의 의사들은 ‘진료(진단+치료)’에 집중돼 있습니다. 의사가 진료를 하려면 환자가 질병상태 혹은 상해상태여야 한다는 얘기죠. ‘진료’와 ‘의료’는 다른 개념입니다. 의료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명권·건강권·행복추구권을 사회적·정신적인 안녕 상태로 지지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진료는 보통 생명권에 국한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의료가 ‘큰 산’이라면, 진료는 그 산에 있는 ‘바위’ 정도의 개념인 겁니다. 따라서 진료를 벗어나 의료의 영역에서 의사들이 더 많은 것들을 해야 하는데, 의료의 영역에서 판단하고 책임지며 활동할 의사들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 의료 인력난을 풀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의사 정원을 늘려야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데, 여기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간 협의가 있어야 합니다. 따로 법을 개정하는 등의 까다로운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론 등 신경 쓸 부분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병원협회장으로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의료 인력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생각입니다. 개원 의사 중 1만명을 병원 봉직의로 흡수해 병원의 의사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사실 신규 인력을 증원하는 것이 간단치는 않습니다. 의사 1명을 배출하기 위해선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진행을 시켜야 하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또 인력만 늘려서 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초의학 분야의 전문성을 높여 1차·2차·3차 병원 각각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전문성을 의사들에게 교육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때문에 당장 모자라는 의사 인력난 해결을 위해 신규 의사를 증원하는 것은 중장기 대책이 될 것 같습니다.”

-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 인력도 부족한 상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의료는 의사의 경우엔 전문의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고 간호영역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라는 면허와 자격의 경계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간호사 인력도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간호사 확충을 위해서도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저는 간호대 4년 과정을 거치지 않은 타 학과 출신들의 경우, 간호대학원 2년 과정을 수료한 후 간호사 면허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간호대학원만 수료한다고 간호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지요. 간호인력 문제는 간호협회와 긴밀한 협조와 충분한 대화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또 간호인력 확충 역시 보건복지부·교육부와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최근 40대 집행부 임원구성에 의료협력특별위원회와 의료협력추진단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유관단체와의 관계 개선과 정책 추진에 있어 유기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맡아줄 것을 요청 드리고 있습니다. 훌륭한 역량을 갖춘 임원 병원장님들로 구성돼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첫 술에 배가 부를 순 없는 일들이라서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작은 부분부터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정영호 협회장.이원근
정영호 병원협회장.<이원근>

- 코로나19 사태로 부각되고 있는 ‘원격진료’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원격진료 문제는 20년 이상 묵은 과제입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내 코로나 환자 외에 일반 중증환자의 보호와 치료 동선 구분으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화 진료 등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 효과를 본 것도 사실이라 뜨거운 감자가 된 것 같습니다. 현대의 과학기술을 의학에 활용하면서 환자의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원격진료의 핵심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의 정보를 얻는다는 것인데, 이것은 지금까지의 의료 역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의료의 역사는 환자의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가를 중심으로 흘러왔는데요. 결국, ‘원격진료’는 의료가 가야할 당연한 역사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해야 하는가의 여부, 혹은 해도 되는가의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이것은 의료 발전 과정인 것입니다.”

-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논란이 많습니다.

“환자의 진단과 치료는 전적으로 의사의 몫입니다. 책임 있는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생명을 구하는 직업을 어렵게 선택해서 전문직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고요. 오진이나 잘못된 처방으로 환자의 건강을 해친다면 전적으로 의사 본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막중한 무게감을 갖고 있습니다. 병원협회는 이 문제에 대해 수차례 논의도 하고 대응도 해왔습니다. 그러나 시대와 의료환경의 변화, 국민 의식수준 향상, 병원현장의 상황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입장차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는 2018년 2월 국회 유기준 의원이 대표발의 한 ‘의료법 개정 법률안’에서 협회 입장을 내놓은 바가 있습니다. 의료인과 환자간의 진료는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비대면 치료가 필요하다면 ▲초진 환자는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한다 ▲대상 환자나 질환 범위는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 ▲환자의 의료인·의료기관 선택권 제한은 금지해야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과 병원급 의료기관 간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관련해선 새롭게 구성된 집행부에서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기본 입장을 유지할지 수정할지를 정해나갈 생각입니다. 정부의 명확한 방향이 설정되고 구체화된 정책발표가 있으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회원병원들에 피해나 불편이 없는 선에서 정리할 방침입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의료 환경은 어떻게 변화 할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코로나19가 현재진행형에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온전한 예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에 대비하자는 말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 의료 이용 패러다임도 변화할 것으로 보이고, 환자 질환의 경중에 따라 의료기관 이용 패턴도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의료기관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만 집중돼 있었다면, 현재와 미래 의료는 진단과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과 건강관리에도 힘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질병 이전 상태에서부터 초기 관리에 힘써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 주도의 ‘커뮤니티 케어’도 그 일환이 될 수 있겠고요. 미래엔 의료진도 의료 외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때문에 앞으로 의료계와 병원계는 연구개발 등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멀티 직업군을 배출하는 기관으로 변화해야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원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관계기관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의료기관의 역할과 책임은 ‘국민 건강권 수호’입니다. 의료인은 온전히 국민 건강만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정부와 관계기관도 이 기본적인 개념을 잘 알고 계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공공재로서 정부가 상당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국민 건강은 정부가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선언하고 있죠. 정부 당국에 개인의 질병치료까지 책임지라고 주장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감염병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선 정부가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유행하는 감염병을 최단 시간 내에 종식시키기 위해 모든 자원과 역량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는 시간의 문제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들 집나간 소가 돌아오진 못합니다. 의료체계의 붕괴가 오지 않도록 면밀하고 세심한 지원과 의료 인프라를 백분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합니다. 이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임기를 마친 후 어떤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요.

“사실 2년이라는 기간에 세상을 바꿀 만큼 아주 결정적인 일들을 해결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공약으로 걸었던 의료 인력 문제만큼은 ‘성과를 냈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최우선의 과제로 다룰 계획입니다. 수십 년간 논의조차 하지 못했던 어젠다에 대해 최소한의 물꼬는 트고 임기를 마쳤다는 평가를 듣도록 노력할 겁니다. 2년의 임기를 마치고 나서는 인천에 있는 저희 병원 옆 주말농장으로 돌아가 지금껏 가꿔온 식물들을 다시 성심성의껏 보살필 계획입니다.”


정영호 회장
1983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91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1995 전북대학교 대학원 박사(의학박사)
2003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의료와 법 과정 수료
2010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2012 보건복지부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위원
2014 한국의료재단연합회 회장
2018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2019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보건의료위원회 위원
2020.5~ 제40대 대한병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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