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드리운 '사법 리스크', 대한민국 반도체 패권 전략 발목 잡나
삼성에 드리운 '사법 리스크', 대한민국 반도체 패권 전략 발목 잡나
  • 이경원 기자
  • 승인 2020.05.2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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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 가열...삼성은 재판·수사 등 국내 문제로 대응 어려움

 

최근 삼성을 둘러싸고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최근 삼성을 둘러싸고 안팎으로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기극복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나라 밖은 반도체 전쟁터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격화하면서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타깃인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 차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화웨이가 반도체 기술을 키우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겠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지난해 아베 정권이 삼성전자 반도체를 흔들어 한국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하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서 삼성전자는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TSMC가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미국에 120억 달러(한화 약 14조8380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기반의 초미세 공정 기술 측면에서는 TSMC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고객 포트폴리오와 생산규모 측면에서는 격차가 큰 상황이다.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증설할 경우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주문량 비중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다급해진 삼성전자는 평택에 약 10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증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TSMC를 누르고 비메모리 반도체 최강자에 오르기 위해서는 고객 포트폴리오 확보가 관건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퀄컴, 엔비디아 같은 기존 고객들로부터 어떻게 수주 비중을 더 늘리고 애플, 자일링스와 같은 과거의 핵심 고객들을 어떻게 다시 파운드리 고객으로 끌어올 것인지, 신규 잠재 고객을 어떻게 유치할 것인지에 대한 주도면밀하고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것도 이 같은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이 부회장은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불어 닥칠 파고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 격화

지난 5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박 3일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뉴시스>

이 부회장의 절박함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 삼성을 둘러싸고 있다. 코로나19·사법 리스크 등의 변수로 좀처럼 경영 행보에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국정농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으며, 모두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삼성은 지난 1월 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준법위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권고했다.

이 부회장은 준법위 권고를 수용해 지난 6일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다시는 경영권 승계 문제가 빚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며 무노조 경영을 철폐한다고 밝혔다. 4세 경영을 포기하겠다는 파격 선언도 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했다.

‘뉴 삼성’을 외치고 경영 보폭을 넓혀가던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 20일 만인 지난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17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 건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검찰 출석은 2017년 2월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 합병·승계 의혹 검찰 수사까지 이어지며 삼성의 반도체 패권을 향한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아닌지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쟁을 진두지휘할 사령탑이 재판·수사 등으로 발이 묶이면 결국 반도체 패권을 노리는 적들만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대국민 사과 20일 만에 검찰 소환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이 장기화되면 그 사이에 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의식도 커질 수밖에 없다. 촌각을 다투며 전략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 시국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활동에 제동이 걸리면 삼성의 반도체 경쟁력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특히 삼성은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이며, 삼성의 반도체 경쟁력은 한국의 반도체 패권을 상징한다. 삼성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한국의 반도체 패권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은 국가 간 정치, 외교 문제 등이 총망라된 복합적인 상황”이라며 “총수의 과감한 결단과 역할이 중요한 시기에 발이 묶여 경영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이는 곧 반도체 주도권을 뺏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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