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신화' 문은상 구속, 수렁에 빠진 신라젠 어디로 가나
'바이오 신화' 문은상 구속, 수렁에 빠진 신라젠 어디로 가나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0.05.12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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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상장폐지 여부 심사...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기사회생 모색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를 받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12일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문은상 대표는 지난해 8월 개발 중이던 간암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3상이 임상시험 중단 권고를 받았는데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이 사실을 알고 공시 전 미리 주식을 매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문 대표는 자본 없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신라젠 지분을 부당 취득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BW는 발행 이후 일정 기간 내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발행 회사의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는 사채를 가리킨다.

문 대표는 이러한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다. 향후 재판을 지켜봐야겠지만 오너의 구속으로 인한 신라젠의 경영 공백과 불확실한 회사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도 한국거래소에서 논의되고 있어 신라젠의 운명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이라고 할 수 있다.

신라젠은 지난 6일부터 코스닥에서 거래정지 된 상태다. 이는 BW 인수 관련 혐의로 전 임원이 구속기소 된 것에 대해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근거해 이뤄진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신라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일까지 검토를 마치면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신라젠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문은상 대표 구속에 대해 “향후 재판 정에서 성실한 자세로 사실관계 입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또는 예정된 임상을 차질없이 진행해 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 상용화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펙사벡 재도전·코로나19 백신 기대한다지만...

신라젠은 현재 신장암 대상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미국 임상종양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펙사백과 미국 바이오기업인 리제레논의 면역관문 억제제 ‘리브타요’의 임상1상 중간 결과를 앞두고 있다. 이번 임상은 과거 표적항암제와 병영투여 했던 것과 달리 면역관문 억제제와 병용투여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신라젠은 기대하고 있다. 면역관문 치료제는 차세대 항암제로 표적항암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내상과 부작용 문제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현재는 백신 동물실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이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은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매개체(viral vector)로 하며, 안전성과 효율성 면에서 우수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의 특성을 고려할 때, 치료제보다는 백신 개발이 근본적인 사태 해결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기에 조속한 상용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발 자금이다. 신라젠은 아직 개발된 신약이 없기 때문에 제품 판매 수익이 전무한 상태다. 지난해 5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최근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2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신라젠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단기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539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80억원,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280억원이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 비용은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넘게 들어가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게다가 신라젠은 지난 4월 23일 공시를 통해 총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펙사벡·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그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신라젠의 경우 타사에 비해 자금력도 떨어져 백신 개발에 애로가 많을 것이란 전망이다.  

자금력 없는 벤처 바이오 기업 투자 길 막힐 우려도

이런 가운데 신라젠을 바라보는 바이오 업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생명과학, 신라젠 등 바이오 업계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이 업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큰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문은상 대표의 구속 사건과 신라젠의 기업가치는 별개로 보는 시각이다. 펙사벡의 임상 실패와 문 대표의 구속은 따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상장 폐지와 관련해서도 한국거래소는 문 대표의 구속은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신라젠의 기업가치다. 펙사백의 임상 실패에 대해 업계는 대체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일반적인 임상 성공 가능성을 5% 내외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가능성을 낮게 보는 쪽에서는 펙사벡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인 오류가 발견되거나 성분을 조작하는 등의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펙사벡의 연구 가치는 꽤 높은 편이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벤처 바이오 업계가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경우 자금 조달이 용이한 편이지만, 신라젠과 같은 벤처 바이오 기업들은 한 번 임상에 실패하면 굉장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반면, 투자를 받기는 어려운 구조다. 벤처 바이오 기업이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것은 기업공개(IPO)밖에 없다”며 “문은상 대표가 잘못을 했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겠지만 이번 경우처럼 주가와 관련한 활동들이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다면 벤처 바이어 업계가 위축될 가능성 있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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