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시장’ P2P금융, 연이은 연체·부실에 투자자 피해 '눈덩이’
‘10조원 시장’ P2P금융, 연이은 연체·부실에 투자자 피해 '눈덩이’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4.2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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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대출 1위 테라펀딩의 PF 상품 투자금 전액 손실
연체율 100% 업체만 12곳 달해
P2P금융업의 누적 대출액이 10조원을 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연체, 부실 관련 피해도 같이 늘고 있다.<픽사베이>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온라인으로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계해주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업). 누적 대출액이 10조원에 육박하지만 부실 대출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연체율 100% 업체만 12곳에 달하며 일부는 회계감사조차 거절당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오는 8월 제도권 진입 전에 적지 않은 업체가 망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23일 P2P업계에 따르면 업계 누적 대출액 1위인 테라펀딩이 지난 3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품에서 투자금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이 상품은 차수별 10억원씩 3차수, 총 30억원 규모로 모집됐다.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인근 신축사업에 투자하는 건축자금 대출로 테라펀딩은 3순위 채권자에 이름을 올렸다. 물건은 지난 2월 감정가 601억원에 경매가 시작됐지만 총 13차에 이르는 공매가 모두 유찰됐다. 수의계약 체결에 따라 테라펀딩은 결국 투자 원금을 전액 손실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테라펀딩은 투자자들에게 “대주단의 수의계약 추진을 사유로 공매를 중단했다”며 “324억6900만원에 수의계약이 체결됐고 선순위 연체이자와 공제비용, 신탁사 제반비용 등을 제외한 정산 결과 3순위인 당사는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고 통보했다.

앞서 테라펀딩이 모집한 고양 대자동 신축 다세대주택, 태안 버스터미널 인근 다세대 신축 리파이낸싱, 파주 문산역 인근 연립주택 신축사업 등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번처럼 전액 원금 손실이 처리된 것은 처음이다.

누적 대출액 기준 업계 1위인 회사에서 대규모 연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 테라펀딩 P2P상품 투자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객센터에 추심이나 진행 사항 등에 관해 내용을 물으며 항의해도 제대로 된 답변 없이 둘러대기에 급급했다”는 글을 올렸다.

P2P업체 8퍼센트가 판매했던 ‘더 뮤지컬 1~9호’ 상품도 부실화에 따른 장기 미회수를 겪다 한 채권추심업체에 매각됐다. 총 50억원의 투자금액 가운데 평균 28%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고 최대 손실은 45%에 달했다.

8퍼센트가 판매한 한식주점 ‘월향’ 투자 상품도 12회차 이자·원금 상환부터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월향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 대표는 최근 임금 체불에 이어 4대보험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8퍼센트는 “대표 소유 자산 중 서울 도심역세권 아파트에 근저당권 설정을 완료했다”고 밝힌 상태다.

이처럼 인터넷 P2P 커뮤니티에는 P2P금융 상품에 투자했다가 연체 사태를 겪고 있다는 글이 하루에 2~3건씩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권 편입 앞둔 P2P금융, 소비자 피해 '눈덩이'

P2P금융은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투자하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이다. 그간 온라인대부업으로 취급됐지만 지난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오는 8월부터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으로 정식 인정받게 됐다.

P2P업계 연체율은 2017년 말 5.5%에서 지난 3월 18일 기준 15.8%까지 급증했다.
<자료=미드레이트, 금융감독원>

하지만 연체·부실도 급증했다. 2017년 말 5.5%이던 업계 연체율은 지난 3월 18일 기준 15.8%로 2년새 3배나 증가했다. P2P금융사 미드레이트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29일 기준 141개 P2P업체 가운데 대출 잔액 전체를 연체하고 있는 곳이 12곳에 달한다.

누적 대출액 4990억원으로 5위인 팝펀딩은 대출 잔액 1301억원 가운데 94.2%(1225억원)가 연체된 상태다. 팝펀딩은 개인 신용과 부동산, 동산담보 연계상품, 음원 등에 투자하는 상품을 개발해 몸집을 불렸지만 대규모 연체 사태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팝펀딩은 2019년 회계감사에서 회계법인 길인으로부터 “제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의 근거를 제공하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의견거절’을 당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팝펀딩 검사 과정에서 사기 정황을 발견해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 검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더좋은펀드(159억원), 엔젤펀딩(78억원), 이디움펀딩(73억원), 더하다펀딩(32억원), 애플펀딩(27억원), 리얼코리아펀딩(25억원), 엘리펀딩(23억원), 이룸펀딩(16억원), 렌딩톡(12억원), 빅파이펀딩(9억원), 비즈펀딩(7억원) 등이 대출 잔액 전체를 만기 상환하지 못한 상태다. 팝펀딩을 비롯해 루프펀딩(638억원), 테라펀딩(557억원), 비욘드펀딩(241억원), 빌리(230억원), 피플펀드(217억원), 펀딩플랫폼(211억원), 어니스트펀드(161억원), 오리펀드(120억원) 등 연체액이 100억원을 넘는 곳도 10여곳에 달한다.

P2P금융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관련 피해가 늘자 금감원은 지난 3월 투자 주의가 필요하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P2P업체의 불건전 영업행위나 사기·횡령 사고 등에 대해 현장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문제가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 통보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금감원은 “투자자들은 P2P 대출상품이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투자자 유의사항을 숙지한 후 자기 책임 아래 투자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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