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날, 키움증권 미니 원유 선물 투자자들은 매도 주문도 내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유가가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을 키움증권 HTS가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이날 선물 거래 만기일과 맞물려 적잖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금융감독원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21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쯤 키움증권 HTS에서 유가 해외선물옵션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거래가 강제로 멈췄다.

이는 키움증권 HTS가 마이너스 호가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5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일 대비 305% 폭락으로, 5월물 WTI 만기일에 매도와 롤오버(월물 교체)가 겹치며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키움증권을 통해 원유 선물을 산 투자자들은 유가가 떨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면서도 청산이나 롤오버는커녕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요구에도 대응하지 못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선물은 결국 오전 3시 30분쯤 강제 청산당했다.

투자자들의 ‘캐시콜’도 우려된다. 캐시콜은 선물 가격 하락으로 들어온 마진콜 주문에 응하지 못할 경우 고객 미결제약정을 임의로 반대매매해 로스컷(강제 처분)을 당한 뒤 손실분을 증권사로 납입해야 하는 상황을 뜻한다.

 “한 순간에 2000만원 손실 발생"

선물거래 커뮤니티에서 한 투자자는 “미니 원유 선물 최저가에 1틱 주문한 게 체결됐는데 가격이 마이너스로 바뀌면서 매도 주문을 냈지만 아예 주문이 먹히지 않았다”며 “한 순간에 2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증권사는 자체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삼성증권·대신증권·미래에셋대우·메리츠증권 등은 마이너스 구간 진입 전인 자정쯤 상품을 강제 청산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전산 처리 등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선물 전문 회사나 선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회사를 보유하지 않은 증권사들은 대부분 시스템이 마이너스 호가에 대응하지 못한다”며 “이를 미리 인지한 증권사들은 사전에 다른 방법으로 대응했지만 키움증권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는 키움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투자자 별로 피해액은 최소 수천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애초에 거래량이 적은 미니 선물인 만큼 절대 피해액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투자자 피해 상황을 확인해 규정대로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다만 유가가 마이너스로 전환됐을 때 주문을 넣은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의 경우 보상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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