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방문화 개척자 박유재 에넥스 창업자 인생 풀스토리
한국 주방문화 개척자 박유재 에넥스 창업자 인생 풀스토리
  • 이호 대기자
  • 승인 2020.03.11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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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팔전구기의 인생드라마' 펴내...고난과 도전의 87년 인생, 기업가 49년 진솔하게 담아
박유재 에넥스 명예회장.에넥스
박유재 에넥스 명예회장.<에넥스>

[인사이트코리아=이호 대기자] 한국의 부엌 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국내 주방문화 개척자 박유재(87) 에넥스 명예회장이 자신의 인생을 정리한 회고록 <팔전구기의 인생드라마>를 펴냈다.

강부자·고은아·문정숙·패티김 등 당대 유명 연예인들이 입주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1970년대의 대단위 동부이촌동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 아파트 붐이 일어나면서 주방가구의 대명사로 전국을 휩쓸었던 ‘오리표 싱크’. 박유재 명예회장은 314페이지에 달하는 자서전 곳곳에 자신이 감당하고 겪어야 했던 고난과 도전의 87년 인생, 기업가 49년을 다소 어눌한 필체지만 진솔하고 부끄럽지 않게 담아내고 있다.

그의 세월은 한국의 경제 격변기와 궤를 같이 한다. 비록 싱크대라는 소형아이템으로 출발했지만 부엌가구가 생활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은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유럽의 주방가구 메이커들과 품질을 겨루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결단과 각오가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11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하다

물론 박 명예회장이 기업인으로서만 족적을 남긴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도 몸을 담아야 했던 비사도 소개하고 있다. 전두환 정권의 제5공화국 시절, 권정달 당시 민주정의당 사무총장이 민정당 창당을 주도하면서 ‘깨끗한 정치를 위해 가장 힘들게 가장 필요한 인물을 찾아냈다’고 언급했던 정치신인이 박유재였고, 정치신인으로서는 기록적인 43.56%라는 득표율로 고향인 보은·옥천·영동 지역구에서 1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 됐다.

박유재 의원의 의정활동은 11대 국회로서 끝이었다. 가장 필요한 인물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정작 박 의원 자신은 정치계의 검은 커넥션을 미처 공부하지 못해 순진하게도 당하기만 했던 내용을 리얼하게 공개했다.

박유재 에넥스 명예회장의 회고록
박유재 에넥스 명예회장의 회고록 '팔전구기의 인생드라마'.<에넥스>

박 의원은 12대 국회 전국구의원으로 발표되고서도 밤사이에 이름이 없어지는 해괴한 정치흑막을 경험하고 “정치는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기고 현실정치를 미련 없이 털어내는 것이다.

박 명예회장은 정치로 인해 그동안 소홀 할 수밖에 없었던 ‘오리표 싱크’로 다시 돌아와 제2 도약을 위해 매진하려 했지만 그 사이에 이미 ‘오리표 싱크’는 중병에 걸린 상태였고, 더욱이 노태우 정권의 6.29선언 이후 몰아닥친 과격한 노사분규는 악마의 굿판처럼 다가온다.

박 명예회장은 중역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직접 파업 현장에 뛰어들어 노조보다 더 과격하게 맞서며 결국 노조간부들을 설득시키고 위기를 넘긴 극적인 현장감을 회고록에 담아내고 있다.

부도 위기 때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집으로 초대해 격려  

물론 부도직전까지 다가온 유동성 부족으로 숨을 헐떡거리던 때도 있었지만 일본 의인의 도움으로 극복하고, 특히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박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에 동질감을 느끼고 직접 집으로 초대해 만찬을 베풀어주며 격려했던 일화는 드러나지 않았던 비사이기도 하다.

자서전 제목처럼 ‘팔전구기의 인생드라마’는 숨 가쁘게 책장을 넘기도록 만들지만 지금의 세계적인 주방가구 에넥스로 성장시키기까지에는 결코 순탄한 아스팔트길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하는 아픈 사연들이 책을 덮어도 오래도록 여운처럼 남는다.

흔히 자서전이라고 하면 자랑과 공적자평이 대부분이기는 하나 박유재 명예회장의 인생기록은 명품은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할만하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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