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롯데 50년 대수술...'디지털 전면전' 나선다
신동빈 회장, 롯데 50년 대수술...'디지털 전면전' 나선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3.06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日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서 구상 밝혀..."과거의 성공 체험은 모두 버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의 향후 경영전략 구상을 밝혔다.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니혼게이자이와 인터뷰에서 향후 경영전략을 밝혔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신동빈 회장이 50여년의 역사를 지닌 롯데그룹 대수술에 나선다. 

신 회장은 지난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성공 체험은 모두 버리겠다. 앞으로 전자상거래(E-Commerce) 사업에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롯데의 경영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신 회장이 언급한 구상의 핵심은 ▲오프라인 플랫폼을 온라인으로 전환시키고 ▲석유화학에 투자를 늘리고 ▲호텔사업의 해외진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유통사업 부문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구상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신 회장의 발언에 대해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아버지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인터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신 회장이 새로운 경영의 포문을 열겠다고 선언할 수 있었던 배경은 법적 송사로 몇 년간 불거졌던 오너 리스크에서 짐을 덜었고, 지난해 12월엔 관세청으로부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 유지 결정을 받으면서 경영적 위험요소가 상당부분 해결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또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언론을 통해 본인만의 색깔로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한·일 양국 간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 회장이 일본 신문과 인터뷰를 먼저 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롯데라고 하면 ‘일본 기업’이라는 편견이 강한 상황이고, 아베의 경제침략 등으로 일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일본 신문과 인터뷰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공식 인터뷰 일정이 잡혀서 진행된 건이 아니고, 신동빈 회장이 지나가다가 일본 기자와 마주쳐서 몇 마디 주고받았던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로 이어지면서 보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 “유통업의 활로는 ‘이커머스’ ‘디지털화’”

신 회장은 앞서 국내에서 자료를 통해 보도된 롯데의 ‘2020년 운영 전략’보다 더욱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며 본인의 구상을 밝혔다.

먼저, 그룹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유통사업 부문에 시스템적 변화를 도입할 계획이다.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하고 모든 제품을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부터 롯데는 자회사들이 별도로 진행하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일원화한 새로운 서비스 ‘롯데 온’을 일부 시작했다. 이후 백화점이나 슈퍼, 가전 양판점 등 롯데 그룹이 취급하는 모든 제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본격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사상 최대의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대형 슈퍼나 드러그스토어, 백화점 중 약 30%에 해당하는 비효율 점포 200여개를 연내에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사업 체질 개선에 나선 이유는 실적 악화에서 비롯됐다.

그룹의 핵심인 롯데쇼핑은 2019년 매출 17조6328원, 영업이익 42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1.1%, 영업이익은 28.3% 줄어든 수치다. 4분기로만 보면 영업이익은 51.8%나 줄어든 43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3분의 1로 감소했다.

지난 1월 그룹 내 총 40% 가량의 경영진·임원 교체과정에서 젊은 인력을 충원한 배경도 디지털화가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신 회장은 “디지털화를 아무리 말해도 과거의 점포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롯데의 구체적 구조조정 계획은 ▲백화점(71개)-비효율적인 2개 점포 폐쇄 ▲슈퍼(536개)-대형매장 중심 20% 폐쇄 ▲전문점(591개)-드럭스토어 등 20% 폐쇄 ▲편의점(1만16개)-무인 점포 개발 ▲외식(2088개)-롯데리아·카페 등 출점 확대 등이다.

이 과정에서 인적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때문에 업계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롯데백화점·롯데슈퍼·롯데마트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매장 폐쇄로 인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는 지역 유통 점포 현황, 인구수, 지역민들의 소비 패턴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신중한 결정을 내놓고, 해당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새로운 지점에 재배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직원들 외에도 올해 파격 인사와 최근 신 회장이 밝힌 ‘디지털 전면전’ 선포 등을 통해 압박을 느끼는 임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헤드헌팅 회사에 롯데그룹·계열사 임원급의 이력서가 넘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화학, 글로벌 투자 강화...중국 재진출은 당분간 접어둘 것”

신동빈 회장은 저출산 등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국내 시장에서 유통업이 큰 성장을 이루긴 힘들 것으로 관측한다. 때문에 세계 시장 진출에서 선진국형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신 회장은 향후 롯데가 강화할 부문으로 호텔과 화학사업을 꼽았다.

호텔 사업의 경우 해외 진출로 노선을 잡았다. 신 회장은 “한국 중심이었던 호텔 사업을 앞으로 세계로 넓힐 것”이라며 “인수·합병을 활용해 1만5000개인 객실 수를 5년 내 2배인 3만실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6월 롯데는 미국 시애틀에서 고급 호텔을 개관하고, 영국과 도쿄에서도 신규 개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석유·화학사업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셰일 가스를 활용한 에틸렌 공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량을 40% 늘릴 계획이며, 일본 화학기업과의 M&A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중국 진출은 당분간 접어두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드 배치 문제로 타격을 입었고,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소비재 쪽 중국 사업이 어려워졌다”며 “당분간 중국 재진출은 생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아래는 지난 5일 닛케이신문에 보도된 신 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번역한 전문이다.


롯데 신동빈, "과거는 모두 버리겠다"...200점포 대량 폐쇄

롯데그룹의 최고 경영자인 신동빈 회장이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취재에 응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임시 수감돼 2019년 10월에 집행유예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국 경제가 부진해 그룹 경영이 엄혹해지는 가운데, 그는 인터뷰에서 "과거의 성공 체험은 모두 버리겠다"며 매출 8조엔의 거대 재벌의 변화를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이 유죄 판결 후 국내외 미디어와 단독 인터뷰에 응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약 5년간 1조엔 가까이 매출이 준 그룹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근거로 "(기존의 경영 기법인) 실제 매장에서의 성공 체험을 모두 버리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상 최대의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주력인 한국 내 대형 슈퍼나 드러그스토어, 백화점 중 약 20%에 해당하는 채산성 없는 200개 점포를 연내를 목표로 모두 폐쇄한다.

롯데의 기둥은 국내 유통사업이다. 그룹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장기 침체, 인터넷 쇼핑몰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그룹의 핵심을 담당하는 롯데쇼핑의 매출이 부진해 영업이익도 지난 5년 간 3분의 1로 감소했다.

기존의 경영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아 신동빈 회장은 타개책으로 인터넷 사업 강화를 내 세웠다. 그는 "(여러 자회사가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하고 모든 제품을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디지털화에 대한 의식개혁도 중시하고 지난 1월에는 그룹 경영자 40%를 교체하고 젊게 만들었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 "디지털화와 입으로 말해도 과거의 점포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월부터는 신동빈 회장이 계획을 밝힌 여러 자회사가 별도로 진행하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일원화한 새로운 서비스 '롯데 온'을 일부 시작했다. 백화점이나 슈퍼, 가전 양판점 등 롯데 그룹이 취급하는 모든 제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향후 서비스를 본격 전개한다는 것이다.

디지털화를 추진해 현재 1만 곳 이상을 전개하는 편의점 등 실제 매장과 인터넷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판매 증가를 노리는 '옴니 채널 전략’을 가속화 한다. 많은 기업이 유사한 전략을 실시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경영진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디지털 분야에 집중 투자를 계속할 생각을 밝혔다.

단지, 라이벌인 인터넷 쇼핑몰은 디지털화로 앞서간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구색과 배송망에서 소비자의 지지를 넓혀 한국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 소프트 뱅크가 출자한 '한국의 아마존', 쿠팡이다. 신동빈 회장은 쿠팡에 대해 "매년 1000억엔 이상 적자를 내고도 주주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는 기업은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가 일본 이상의 속도로 진행된다. 따라서 국내 만으로는 더 성장하지 못하고 세계 시장 진출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신 회장은 "세계 경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선진국 변화를 추진하겠다"며 호텔과 화학 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방침을 나타냈다.

매출액이 1조엔 규모인 호텔 사업은 오는 6월 미국 시애틀에서 고급 호텔을 열고 몇 년 내에 영국과 도쿄에서도 신규 개업한다. "M&A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 2배, 총 3만개의 체제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신 회장은 밝혔다.

매출액이 1조5000억 엔으로 유통에 버금가는 규모의 석유화학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셰일 가스를 활용한 에틸렌 공장에 새로 10억 달러(약 1080억엔)를 투자해 생산량을 40% 늘릴 계획이다. 그는 "화학 분야에서 유력한 기술을 갖고도 글로벌로 전개하지 못하는 일본 회사가 많다"며 M&A를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주력인 유통 사업은 인터넷과 융합을 강화하고 해외에서는 호텔,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한다. 3개의 기둥으로 성장을 이끌겠다는 신동빈 회장.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세계로 확대하는 등 유통그룹을 둘러싼 환경은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목표로 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재벌 총수의 진가가 시험대에 오르는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구조조정 계획
백화점(71개): 채산성이 없는 2개 점포 폐쇄
슈퍼(536개): 대형매장 중심으로 20% 폐쇄
전문점(591개): 가전양판점 및 드러그스토어 등 20% 폐쇄
편의점(1만16개): 무인 점포 개발
외식(2088개): 롯데리아 및 카페 등 출점 확대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