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김지형 직접 만나 삼성의 '준법 경영' 확약했다
이재용, 김지형 직접 만나 삼성의 '준법 경영' 확약했다
  • 이경원 기자
  • 승인 2020.01.0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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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법관, 총수 의지 확인하고 준법감시위원장 수락...“준법·윤리경영 파수꾼 역할하겠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에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삼성그룹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을 앞둔 가운데, 준법감시위원장에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윤리경영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이 일으킬 변화가 주목된다.

최근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를 설치해 운영키로 했고, 준법위원장에 김지형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 김 위원장은 진보적 법관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그를 준법위원장으로 영입했다는 점 자체가 파격이다. 준법 경영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준법위 출범을 계기로 삼성의 경영 문화나 과거의 잘못된 관행 등을 확실하게 뜯어 고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형 삼성 준법위원장은 과거 삼성전자 백혈병 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삼성 백혈병 문제에 대한 피해보상 합의를 이끌어 냈으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노사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인물이다.

9일 김지형 준법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장 수락 배경 등을 설명했다.

삼성이 준법위를 설치한 직접적인 계기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재판장이 권고한 것처럼 자율적인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며 “외부 감시자로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진정성' 의구심에 삼성측 제안 거절

김 위원장은 “위원장을 수락하기까지 여러 차례 제안이 있었고 많이 망설였다”며 “모두의 우려와 마찬가지로 저 또한 삼성의 최고 경영진에게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고 했다. 준법위원장으로서 혁신적 개선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경우 불명예가 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이 먼저 변화의 문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를 향한 신호라는 점에서 기회를 놓치는 것이 더 어리석은 일이겠다고 판단했다”며 "이것이 위원장을 수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화의 타이밍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뤄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지금이라도 변화를 해야한다. 불신을 넘어서는 것은 삼성이 풀어야할 과제인 동시에 위원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수락 이전에 준법감시 프로그램이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삼성 측에 제시했다. 위원회 구성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확약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진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독립성, 자율성을 가진 위원회에 대해 확실하게 보장해 줄 수 있는지 그룹 총수의 확약이 필요했다”며 “이재용 부회장과 직접 만나서 약속과 다짐을 받았고, 이재용 부회장은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준법위, 법조·시민사회·학계 등 7명 내정

이날 김지형 위원장은 준법위 구성안을 공개했다. 준법위는 크게 법률 전문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 또는 기업의 지배구조 분야의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와 소비자를 대표하는 위원 등 총 7명으로 꾸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시민사회에서는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학계 대표로는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 외부위원 6명과 내부위원에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 총괄 고문 1명으로 구성했다.

김 위원장은 6명 내정자 선정에 대해 “영역별 전문성을 고려해 우리 사회의 대표성을 확보하려고 했다”며 “그간 기업의 준법·윤리경영을 향한 유의미한 변화와 진전을 바라는 관점에서 합리적인 비판과 균형 잡힌 견해를 견지해 온 위원들로 채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회사측 이인용 내정자를 포함해 6명 모두 삼성의 관여 없이 독자적 판단에 따라 선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1월말 이사회 결의 거쳐 공식 출범

준법위는 이달 말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화재등 주요 7개 계열사가 이사회를 열고 ‘준법감시위 협약’을 맺은 뒤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준법위 운영 기본 원칙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준법위가 외부 독립기구로 세워지는 만큼 독립성과 자율성을 생명으로 삼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삼성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철저히 독립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그는 “준법감시 분야에 성역들 두지 않겠다”며 “대외 후원, 계열사나 특수관계인 사이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의 공정거래 분야나 뇌물수수나 부정청탁 등 부패행위, 노조 문제나 승계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법 위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감시범위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공식 출범 후 준법위원들과 논의를 거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변해야 삼성이 변하고, 삼성이 변해야 기업 전반이 변하고, 기업 전반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면서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도 여기에 초점을 둘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