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국민토론회’ 열자
‘저출산 국민토론회’ 열자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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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庚子)년, 흰쥐 띠 새해가 밝았다. 흰쥐는 다산(多産)과 번영, 그리고 지혜와 풍요의 상징이라고 한다. 새해 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으로 전개되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다.

성탄절 이튿날 발표된 지난해 10월 인구동향은 충격이었다. 출생아가 2만5648명으로 1년 전 보다 826명 적었다. 43개월 연속 월 최소 기록을 경신했다. 연간 출생아 수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0만명 붕괴가 현실화했다. 10월 출생아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분이 고작 128명, 자연증가율은 0%에 그쳤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가 임박했다.

2017년에 닥친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에 이어 인구의 자연감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구의 자연감소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인 전대미문의 일이다. 흰쥐의 해에 다산은 커녕 세계 최저 수준 ‘소산(小産)’에 따른 인구감소 개시 원년(元年)으로 기록될 판이다.

인구감소는 노동인구와 세수 감소, 생산과 소비 위축, 미래세대의 고령층 부양부담 증가 등 경제·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인구정책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려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것이다.

출산율이 1명에 미달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대책을 세워 추진해왔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에 투입된 예산은 153조원, 하지만 그 결과는 실패로 판명 났다.

정부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인구 문제를 4대 정책방향 가운데 네 번째 ‘미래 선제대응’ 부문에 배치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종료됨에 따라 제4차 기본계획(2021∼2025년)을 수립할 방침이다.

‘지방 소멸’에 이어 ‘국가 소멸’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너무 한가하다. 그간의 저출산 대책이 왜 효과가 없었는지를 면밀히 따지는 작업부터 선 행돼야 할 것이다. 출산장려금 등 현금살포 위주의 단기 처방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됐는데도 답습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저출산 대책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마땅하다. 젊은층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취업 난과 치솟는 집값, 보육의 어려움, 사교육비 부담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다. 17개 시도 가운데 왜 서울 출산율이 가장 낮고, 세종시 출산율이 가장 높은지에 해답이 있다. ‘아이를 낳아라’고 권하기에 앞서 젊은층 스스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사회 분위기를 확 바꿔야 한다.

한때 출산율이 1.66명으로 떨어졌던 프랑스는 출산부터 양육까지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덕분에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올라섰다.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채 아이가 생겨도 차별 없이 혜택을 받도록 하는 PACS 제도 도입도 출산율을 높인 숨은 공신으로 평가된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현장을 충실히 반영하고 수요 계층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급자가 아닌 수용자 입장의 처방이어야 통한다. 저출산 대책의 수요자인 청년층의 고충을 가감 없이 듣는 국민토론회를 열어 그들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자.

인구의 자연감소라는 전대미문의 일에 대응하려면 정책도 혁명적일 필요가 있다. 흰쥐 띠 새해를 저출산 극복의 원년으로 전환 시키자. 누구보다 국회와 정치권이 자기 일로 여기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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