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이연 성과급' 제도, 배 불리는데 악용하나
증권사들 '이연 성과급' 제도, 배 불리는데 악용하나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12.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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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증권·IBK투자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 등 전 직원들과 이연 성과급 관련 소송전
골든브릿지투자증권(현 상상인증권)이 전 직원의 성과급 계약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돈을 덜 준 데 대해 법원에서 제동을 걸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lt;뉴시스&gt;<br>
최근 증권업계에서 이연성과급 지급 문제를 놓고 증권사와 퇴직 임직원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최근 증권업계에서 이연성과급 지급 문제를 놓고 증권사와 퇴직 임직원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연성과급 제도는 증권사의 단기 성과주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장치인데 회사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제도 도입을 강제한 금융당국 또한 현 상황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어 잡음이 더 커질 전망이다.

KTB투자증권은 최근 이연성과급 미지급과 관련해
회사 전 직원 두명으로부터 피소됐다.<뉴시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은 최근 이연성과급 미지급과 관련해 회사 전 직원이었던 S씨 외 1명으로부터 피소됐다.

소송을 제기한 S씨는  KTB증권 채권 영업직(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성과급의 10%를 이연 지급받기로 했다. 이후 계약 기간 만료로 회사를 옮기면서 사측에 잔여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지만 KTB증권은 이를 거부했다. 소송 가액은 2억6600만원에 달한다.

KTB증권은 원고가 자발적으로 퇴사한 만큼 양자 간 계약에 따라 잔여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S씨는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당연 퇴직’이라 계약상 자발적 퇴사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원 돈 가로채는데 악용...법원 판결 주목

성과급 이연지급제도는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한탕주의’를 막기 위해 성과급을 최소 3년 이상 나눠서 주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금융투자회사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한 2010년부터 증권업계에 처음 도입됐다.

2012년에는 금융당국 지도 아래 성과급이연제 기준 회사를 자산규모 2조원으로 낮췄다. 2016년 8월부터는 아예 이를 강제화 하면서 증권사 대부분이 해당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문제는 이를 악용한 증권사들이 계약 내용을 유리하게 만들어 성과급을 가로채거나 지급을 미뤄왔다는 점이다. 통상 증권사와 직원 간 계약 시 ‘자발적 퇴사의 경우 이연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는데 이게 ‘독소조항’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증권업계에서는 해당 제도가 증권사들에게 직원들의 돈을 가로채거나 타 회사로의 이직을 막는 등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연성과급 미지급과 관련해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는 증권사는 KTB증권·IBK투자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유진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 등 최소 7곳이다.

이 같은 소송의 경우 성과급 미지급이 제도 도입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점에서 대체로 법원은 직원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2016년 DB금융투자와 전 직원들이 벌인 성과급 지급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은 ‘취업 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IBK투자증권 소송에서 법원은 전 직원들에게 성과급 전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IBK투자증권 소송에서도 1심 법원은 전 직원들에게 성과급 전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 재판부는 전 직원들이 '자발적 퇴사 시 성과급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계약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직원들의 퇴사로 인해 손해를 봤다는 사측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에 이연성과급 미지급 사례가 많아지면서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전 직원들과 총 7억5000만원 규모의 약정금 반환 집단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원고 측 변호인들은 집단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추가 소송 인원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관련 집단소송 인원 수는 전 증권사를 통틀어 50여명으로, 소송가액이 수십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태림의 오상원 변호사는 “성과급 이연지급제도는 단기위험 추구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이지 직원들의 장기근속이나 전직 금지를 위해 마련된 제도가 아니다”며 “’자발적 퇴사자에 대한 이연성과급 미지급‘ 규정은 근로기준법이나 헌법에 반하는 것으로 효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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