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공유’ 넘어 ‘구독 경제’가 열린다
‘소유’와 ‘공유’ 넘어 ‘구독 경제’가 열린다
  • 이원섭 IMS Korea 대표 컨설턴트
  • 승인 2019.12.02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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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구독 개념에서 디지털 구독경제로 새 탄생

 

<유튜브 화면 캡처>

우리나라 대표 교양 월간지 ‘샘터’가 내년 창간 50주년 기념호까지 준비해 놓고 발간을 하지 못한 채 올 12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고 발표해 애독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같은 결정은 그간 누적 적자로 인한 경영난 때문으로 알려 졌는데 이는 비단 ‘샘터’에만 해당하는 현실이 아니라 우리나라 잡지계의 전반적인 문제다. 통상 잡지의 수익구조는 크게 광고와 구독으로 이뤄진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종이매체가 각광을 받아 광고나 구독자 확보가 어렵지 않아 경영에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디지털사회로 바뀌면서 아날로그 시대 4대 매체인 TV, 신문, 라디오, 잡지는 급격히 쇠락해 광고와 구독자도 디지털 미디어인 포털,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옮겨가면서 매체의 위기가 왔다. 실제로 네이버의 연간 광고액이 전통 미디어인 4대 매체의 광고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또한 신문이나 잡지 등 인쇄, 활자매체가 인터넷 시대기 되면서 굳이 구독료를 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포털사이트 등으로 구독자가 이동했다.

아래 <도표 :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년 매체 통계>에서 보듯이 스마트폰이 전체의 57.2%를 차지해 1위를 기록한 반면 잡지는 0.1% 이용률로 가장 적게 보는 매체로 전락했다. 신문도 0.5%로 나타나 1%도 안 되는 이용률을 보였다. 그야말로 활자 매체의 몰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이용률이 낮으니 당연히 광고도 게재하지 않는 것이다. 

‘샘터’의 경우 과거에는 책을 구독해야만 볼 수 있는 컨텐츠들이 많았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고 수많은 애독자를 거느린 베스트셀러 작가들인 최인호, 피천득, 정채봉, 장영희 교수와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등 쟁쟁한 인기 작가들이 샘터를 지탱해 주었다. 최인호의 소설 ‘가족’ 등이 연재되어 다음 호 발행을 기다리는 독자가 있던 시절도 있었다. 한창 전성기에는 200만부까지 발행하기도 했으며 1970~1980년대에는 50만 부를 발행하며 광고가 줄어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들 저자들이 고인이 되면서 애독자들도 사라져가 영구 휴간을 결정한 것이다.

다행히 샘터가 경영난으로 사실상 폐업이나 다름없는 무기한 휴간 발표로 보도되자 오랜 애독자들과 우리은행 등 기업에서 광고 지원과 구독 캠페인 등을 통해 후원이 이어지자 샘터는 발행을 이어가겠다고 다시 발표했다. 내년 4월 창간 50주년 기념호를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의 미봉책에 지나지 않아 보다 근본적인 지속가능한 대책이 있지 않는 한 또 다시 지금과 같은 사태가 올 것이다.

신세대에 ‘구독경제’ 붐

잡지를 지탱하는 수익 요인은 광고와 구독인데 광고비중이 훨씬 크다. 광고는 또 구독자 수에 좌우되니 마냥 광고만 잘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구독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잡지 경영의 근본이다. 그런데 이 구독도 이제는 디지털 미디어가 침범하고 있으니 이래 저래 진퇴양난이다. 과거에는 구독이라는 의미가 인쇄 활자매체의 전유물이었다. ‘구독(購讀)’이라는 의미가 살 구(購), 읽을 독(讀)이라는 뜻으로 “신문이나 책 따위를 사서 읽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사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디지털 매체가 생겨난 것이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 채널을 구독하고 유튜브 동영상 채널을 구독한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해 구독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잡지나 신문을 받아보는 구시대 구독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 구독의 스톡 사진 서비스, 배달 서비스, 미술작품, 자동차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세대 구독의 개념으로 확대되며 관련 시장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구독경제는 서양에서 생겨난 ‘subscription economy’를 그대로 번역한 개념이다. ‘subscription’의 의미는 “an amount of money that you pay regularly to receive a product or service”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금액”이라는 의미로 우리의 구독, 즉 “신문이나 책 따위를 사서 읽다”라는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subscription이 좀 더 광의의 뜻으로 사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subscription economy라는 개념은 무엇인가? 영어 번역의 뜻처럼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소유하는 것 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 좀 더 풀어 설명하자면 디지털 기반의 구독을 말하는 subscription과 인터넷 기반의 지불, e-commerce를 합한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Zuora사(기업용 구독경제 솔루션 소프트웨어 기업) 티엔 추오 창립 CEO는 제품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통한 반복적 수익 창출을 위해 고객을 구독자라는 개념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했다. 전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면 될수록 더 많은 소비자가 제품보다 서비스를 구입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구입하는 채널로 구독경제가 다양한 형태와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미래의 약 20년 전 쓴 ‘소유의 종말’에서 이제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다며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했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소유, 상품화와 함께 시작되었던 자본주의 시대의 공급자 위주 상품경제(product economy)가 변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임시적으로 접속(access)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access는 ‘접근, 출입, 접근하는 방법(권리), ~의 이용권을 얻다, 임대’ 등의 의미가 있다. access는 단순한 컴퓨터 용어가 아니라 그 이상의 광범위한 의미다. 인터넷은 물론 자동차, 주택, 가전품, 공장, 체인점 같은 다양한 실물 영역에서도 나타나게 되는 현상이 바로 access이다. 20여년 전 지금의 ‘구독 경제’의 이런 개념을 말한 리프킨이 놀랍지 않은가?

access(접속)는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로 소유의 반대 개념이다. 산업 시대는 소유의 시대였다. 기업은 많은 상품을 팔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소비자는 많은 상품을 시장에서 구입하고 소유해 자기 존재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소유에 집착하면 안되며 실제로도 불이익이라는 것이다.

줄 잇는 신종 구독경제 모델

이런 배경 하에서 구독경제라는 모델이 등장하기 전에는 소유 중심이었던 상품경제(product economy), 대여해 주고 빌려 쓰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주류를 이루었다. 공유경제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여해 주고 빌려 쓴다는 개념이다. 공유경제는 소유라는 개념에서는 벗어났지만 빌려 주고 빌려 쓰는 공유에 중점을 두다 보니 관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내 상품이라면 어떻게 되든 크게 개의치 않겠지만 타인을 의식해 관리도 잘 해줘야만 공유공제가 지속될 수 있다.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인 자동차의 우버나 주택의 에어앤비는 일시적 공유로 관리에는 관심이 없는 단순 사용 측면이 더 강해 더 이상 공유라는 개념이 될 수 없다.

구독경제는 이런 공유경제의 단점을 통해 보완된 모델이다. 소비자(사용자)들의 소비방식은 소유와 공유를 뛰어 넘어 소비자가 회원 가입(subscribe)을 하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송 받거나, 언제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이 구독경제이다.

상품경제 시대에는 소비자가 상품의 값을 지불하고 자기만의 소유권을 가졌고 공유경제에서는 소비자가 일정기간 동안 상품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권리를 갖는 것이었다면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계약기간 동안 멤버십(membership) 개념의 지불을 말한다. 쓴 만큼 주인에게 돈을 지불한다는 점에서는 공유경제 개념과 다르지 않지만 공유경제에는 없는 계약 기간 동안의 소유라는 멤버십이 핵심이다.

구독경제 대표모델인 넷플릭스(Netflix)는 영화, TV 등의 콘텐츠를 인터넷에서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멤버십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료 회원은 광고 없이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폭발적 수요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인 일러스트, 포토샵, PDF 등으로 구독경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기존의 라이선스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월 이용료를 내면 다양한 기기에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비싼 구입액에서 월정액으로 변환된 장점에 힘입어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앞서가는 애플이 이 구독경제를 놓칠 리가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구독 경제 모델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300여개 잡지사와 공동으로 잡지의 콘텐츠를 맛보기로 즐길 수 있게 제공하면서 매월 9.99달러를 지불하는 구독 모델을 만든 것이다. 만약 300여 잡지를 모두 구독한다면 8000달러의 구독료를 내야 하지만 9.99달러만 내면 모든 잡지를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업종에서 구독경제가 시도되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구독경제 상품은 정수기, 건조기, 스타일러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구입이나 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이제는 침대 매트, 안마기 등과 미술작품도 구독한다. 원작 가격의 1~3%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그림을 대여해 주는데 전문 큐레이터가 해주기 때문에 이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구독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기기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디지털 시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으로 영화, 음원 구독 서비스가 급성장한 배경은 디지털화 때문이다. 구독경제 창시자인 티엔 추오는 앞으로 모든 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돼 데이터를 생산할 것이고 고객과의 상호 인터렉션을 유도해 더 많은 구독경제 모델이 나타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용자들은 적은 비용, 편리성, 선택의 자유라는 점, 기업 입장에서는 박리다매라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독경제는 큰 폭 성장이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소유에서 공유로, 그리고 구독의 형태로 전환할 것이다. 구독이라는 아날로그 시대의 우유배달이나 신문배달처럼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디지털시대의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소비문화로 안착할 것이다.

셈터와 같은 아날로그 구독을 어떻게 하면 디지털 구독경제의 개념으로 발전시킬 것이지 업계는 함께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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