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수석부회장, 아세안서 도요타 '밀어내기' 나선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아세안서 도요타 '밀어내기' 나선다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11.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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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 현대차 공장 건설...日 브랜드들과 명운 건 한판승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 현대차 공장을 건설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
조코 위도도(뒷줄 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뒷줄 오른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인도네시아에 현대차 공장을 건설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현대자동차>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신남방 구상'에 큰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26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함께 방문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인도네시아 현지에 완성차 공장을 짓기로 약속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현대차는 2017년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한 후 3년여 동안 면밀한 시장 조사를 마치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현지 시장을 선점한 일본차를 뛰어 넘기 위한 정 수석부회장의 대반격인 셈이다.

공장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브카시(Bekasi) 시(市) 델타마스(Delta Mas) 공단 내에 들어서게 된다. 총 투자비는 2030년까지 제품 개발·공장 운영비 포함 약 15억5000만 달러(약 1조8200억원)이며, 부지 면적은 77만6000㎡에 달한다. 올해 12월 착공, 2021년 말 15만대 규모로 가동 예정이며, 향후 최대 생산 능력 25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 차종은 아세안 전략 모델로 신규 개발하는 소형 SUV(B-SUV), 소형 MPV(B-MPV) 등과 아세안 전략 모델 전기차가 검토되고 있다.

일본차가 점령한 인도네시아⋯최근 5년간 점유율 감소세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지역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 소비국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생산자협회(GAIKINDO)에 따르면 2018년 총 차량 판매 실적(승용차+상용차)은 115만대로 108만대를 기록했던 2017년보다 6.8% 증가했다. 차종별로는 승용차가 87만4600대 판매됐고 상용차는 27만6631대가 팔렸다. 2017년과 비교해 승용차는 3.82% 증가에 그친 반면 상용차는 17.77%나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꾸준하게 많이 팔리고 있는 승용차 유형은 MPV(다목적차량)다. MPV는 미니밴으로도 불리며 SUV와 함께 RV계열에 속한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승용차 판매와 동향을 살펴보면 세단과 SUV는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MPV와 LCGC(저비용친환경차)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MPV는 63만4378대가 판매됐고 LCGC는 23만444대가 팔렸다. 세단과 SUV는 각각 6704대, 3134대를 기록했다. 이중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6.41%)를 기록한 차종은 MPV가 유일하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할 전략 차종을 소형 SUV와 소형 MPV로 정한 것은 이러한 데이터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의 97% 이상을 일본차가 점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도요타·다이하츠·혼다 등이 인도네시아 주요 3대 자동차 브랜드로 5년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도요타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국민차로 인식되는 Avaza, Calya, Innova Kijang 등(모두 MPV)의 브랜드에 힘입어 2018년에 총 35만2161대를 판매하며 총 시장점유율 30.6%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다이하츠 브랜드가 20만2738대를 판매했으며 혼다는 16만2170대로 3위를 차지했다.

판매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브랜드 중 중국 브랜드인 울링(Wuling)을 제외하고 나머지가 일본 브랜드다. 이들 10대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97.7%에 이른다. 하지만 주요 3대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에 긍정적인 요소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 인도네시아 국민은 일본차 중심에서 현대차까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혜택을 갖게 된다”며 “현대차의 투자가 꼭 성공하길 바란다. 완전 무공해인 수소전기차와 전기차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한 것도 좋은 신호로 읽힌다.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을 방문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뉴시스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을 방문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뉴시스>

"베트남 이어 인도네시아서도 자리 잡을 것"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시아 시장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와 비슷하게 일본차가 점령했던 베트남에서 현대차가 진출 2년여 만에 도요타와 판매량 1·2위를 다투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3월 베트남 탄콩(Thanh Cong)그룹과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연 6만 대 수준의 CKD(반제품 조립)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올해 10월까지 베트남에서 총 6만1444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2020년 하반기에는 연 10만 대 수준으로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탄콩 합작법인은 4만5428대를 판매했고 약 4만7000여대를 판매한 도요타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주력 차종은 엑센트와 i10으로 역시 소형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월간 판매량에서 현대차와 도요타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역시 자신감을 갖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인도네시아 시장을 교두보로 삼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들 아세안 지역 자동차 시장은 지난 2017년 316만대 수준에서 2026년 449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철저한 아세안 전략 모델을 개발하고 현지 고객 중심의 생산·판매 체계에 혁신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지난 10월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타결됐고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한·아세안 FTA 성사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일단 관세 장벽 없는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는 셈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449만대 시장 잡는다

아세안 전략모델 개발을 위해 현대차는 별도 조직을 구성하는 등 본사와 인도네시아 현지 간 상품개발부터 양산까지 긴밀한 협업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또 현지에 최적화된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를 위해 국내 부품사와 현지 부품사 간 기술 제휴를 추진, 현지 부품사의 기술 역량을 강화할 생각이다.

생산·판매 체계도 고객 중심의 혁신적인 방식을 도입할 에정이다. 소비자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 생산 방식(BTO, build to order)’이 새롭게 적용된다. 주문 생산 방식은 소비자들이 제품 사양 주문 시 선택할 수 있고, 생산자는 재고 관리 비용 등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쉬움 점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도 현재 전기차 개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전기차까지 생산할 수 있다면 현지에서 LCGC 인기가 높기 때문에 시장점유율 확대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