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자동차업계 3대 핫이슈] 일본차 불매운동, 한반도를 달구다
[2019 자동차업계 3대 핫이슈] 일본차 불매운동, 한반도를 달구다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11.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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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텔루라이드 등 대형 SUV 열풍...한국GM·르노삼성 노사갈등 골머리
지난 7월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이 시작되자 인천의 한 상인회 회원들이 일본차 불매운동을 결의하는 의미로 '렉서스 부수기' 퍼포먼스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뉴시스
지난 7월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이 시작되자 인천의 한 상인회 회원들이 일본차 불매운동을 결의하는 의미로 '렉서스 부수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세계 자동차 시장이 2년 연속 침체기에 빠져 있는 중이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8% 감소해 15개월 연속 '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5.3% 감소한 7435만 대를 기록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경제 성장 둔화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현대·기아차의 선전에 힘입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고 올 한해 한국 자동차업계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 성장 둔화의 영향을 받았고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출시한 신형 SUV가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국내 수입차 점유율 2위를 차지하던 일본차들을 도로에서 쉽게 찾을 수 없게 된 것도 새로운 풍경의 하나다. 자동차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노사 갈등이 올해도 지속됐다. 국내 5대 완성차업체 중 현대·기아차, 쌍용자동차 등은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지만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는 어려운 경영 환경과 노사갈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3개 핵심 키워드로 올 한해 한국 자동차업계를 되돌아봤다.

◆일본차 불매운동:사그라들지 않는 NO아베!

올해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군 사건은 일본자동차 불매운동이다. 지난 7월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으로 시작된 일본차 불매운동이 시작될 때만 해도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지난 역사에서도 몇 차례 불매운동이 있었지만 흐지부지 끝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6개월째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어 도요타·닛산·혼다 등 주요 일본차 브랜드의  국내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아베의 경제침략이 있기 전인 지난 6월 일본 자동차의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20.4%였다. 독일 브랜드가 55.4%로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미국(10.0%)보다 2배 이상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 몇 년간 지속 돼 왔다.

하지만 7월 일본차 점유율은 13.7%로 급락했다. 지난해 7월 15.7%과는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불매운동의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8월에는 7.7%로 더욱 떨어졌고 지난해 8월 16.9%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9월 일본차 점유율은 5.5%까지 쪼그라들었다. 위기감을 느낀 일본차 수입업체들은 최대 1900만원까지 할인하는 대형 프로모션을 진행, 10월 점유율은 9월보다 소폭 오른 8.9%를 기록했다.

11월 일본차 판매는 아직 공식 집계 전이지만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10월 대형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업체들이 11월에는 평범한 수준의 프로모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한일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카드로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압력, 일본의 무성의한 태도 등으로 극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 인터넷 온라인커뮤니티에 일본차 구매자 식별법 관련 게시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신규 번호판은 총 8자리다. ‘123가 4568’과 같은 조합이다. 따라서 현재 8자리 번호판을 단 일본차가 있다면 분명 불매운동 이후에 구매한 차라는 것이다. 해당 커뮤니티는 이 차량에 ‘매국노’ 프레임을 걸어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한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힌 8자리 번호판의 일본차를 공개하고, 이 차량이 신호위반까지 하고 있다고 밝혀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았다.

일본차 불매운동의 압권인 장면은 일명 ‘렉서스차 부수기 퍼포먼스’다. 지난 7월 23일 인천 남동구 구월문화로상인회 회원들이 “일본 경제보복을 규탄한다”며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타는 렉서스 차량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상인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의 경제보복은 강제징용 보상문제에서 시작된 아베 정권의 치밀한 계산”이라며 “인천의 300만 시민과 15만 자영업자들은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할 때까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SUV:팰리세이드·텔루라이드 열풍

기아차 대형 SUV 텔루라이드. 기아자동차
기아차 대형 SUV 텔루라이드. <기아자동차>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침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신형 SUV를 연이어 출시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브랜드는 미국과 EU 시장에서 SUV 신모델과 전기차 투입 전략이 주효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감소율(2.9%↓)을 기록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3분기까지 7.3%에서 올해 7.5%로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세계 자동차 판매가 2년 연속 비교적 큰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라며 “이러한 어려운 국면에서도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은 올해 투입된 신형 SUV와 전기동력차 모델이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출시한 현대자동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국내 주문량이 폭주하는 바람에 한때 고객들은 주문 후 7~8개월, 길게는 1년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2만명 이상이 계약을 취소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현대차 노사는 합의를 통해 월 생산량을 기존 6200대에서 8600대로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11월까지도 팰리세이드 출고 정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두고 현대차의 수요 예측 실패, 증산을 빠르게 합의하지 않은 노조 등 비판이 많았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만큼 팰리세이드의 인기가 대단했다는 것이다. 팰리세이드는 올해 10월까지 내수 4만2794대, 수출 3만7696대를 기록했다.

기아자동차가 올해 1월부터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고 북미 전용으로 출시한 대형 SUV 텔루라이드는 5만5595대가 판매됐다. 이러한 인기에 기아차는 텔루라이드 생산목표를 기존 연간 6만 대 수준에서 8만 대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자동차 애호가들이 텔루라이드의 국내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요구가 컸던 만큼 텔루라이드의 국내 목격담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가 미국에서 수입해 들여온 것일 수 있고 기아차가 주행 성능 테스트를 위해 들여온 텔루라이드가 목격된 것일 수도 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텔루라이드 국내 도입 없이 지난 9월 국내 출시한 대형 SUV ‘모하비 더 마스터’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현대자동차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는 북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자동차 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북미 올해의 차(NACTOY, The North American Car, Utility and Truck of the Year)’ 최종 후보에 올랐다. 텔루라이드는 최근 세계 최고 자동차 전문지로 꼽히는 미국 모터트렌드가 발표한 ‘2020년 올해의 SUV’에 선정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커 이후 판매 증대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 올해의 차 최종 수상 차종은 내년 1월 디트로이트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2009년 현대차 제네시스(BH), 2012년 현대차 아반떼, 2019년 제네시스 G70와 현대차 코나 등 총 네 차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형 SUV가 약진하는 사이 기아차의 소형 SUV 셀토스의 판매 호조도 눈에 띈다. 셀토스는 지난 8월 인도와 국내에서 동시에 공식 출시했다.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에서 생산된 셀토스는 현지에서 지난 10월까지 총 2만8897대가 판매됐다. 국내에서 생산한 셀토스의 경우 국내 판매 2만1064대, 해외 판매 3799대를 기록했다. 11월 판매분까지 합산하면 셀토스의 전세계 판매량은 6만5000대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차는 내년에는 셀토스를 북미와 중국 시장에도 공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현대·기아차의 SUV 모델들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 자동차 업체들의 공세도 두드러졌다. 특히 한국GM은 지난 9월 쉐보레 대형 SUV 트레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동시에 출시하며 대형 SUV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한국GM뿐만 아니라 BMW, 벤츠, 도요타, 렉서스, 폭스바겐, 포드 등 수입차들도 SUV 모델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사갈등:한국GM·르노삼성차 경영악화에 이중고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2019 임단협을 아직 마치지 못하고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뉴시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2019 임단협을 아직 마치지 못하고 갈등을 겪고 있다. <뉴시스>

올해 자동차업계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은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문제로 어려움이 예상됐던 현대·기아차는 의외로 쉽게 타결됐다.

현대·기아차 임단협이 쉽게 마무리 된 것은 세계경제 악화에 따라 경영환경이 심상찮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노조에서는 ‘귀족노조’라는 부정적 인식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8월 28일 임단협 잠정합의 긴급 성명서에서 “최근의 세계정세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세계자동차산업 및 한국자동차산업의 침체와 구조조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임단협 기간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이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었던 상황도 노조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현대 차노조는 “일본 아베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경제 도발에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폐기 결정 대응 등으로 한일 경제전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시점도 잠정 합의에 이르게 한 요소였다”고 전했다.

쌍용자동차 노사도 경제위기라는 공감대에 기반해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이후 쌍용차는 임원 구조조정과 임원 급여를 삭각하는 과감한 조치를 내리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문제는 외국계 기업으로 이른바 ‘먹튀’ 가능성이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다.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라는 극약처방과 정부의 지원 등으로 목숨을 연명했음에도 노사 갈등으로 인해 다시 한번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GM은 부평공장 가동을 위한 신차 배정이 시급한데도 GM 본사의 차량 수입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노조와 갈등이 쌓이는 가운데 회사는 내년 1분기 내에 쉐보레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부평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GM 노조는 임단협을 미루고 현재 새 집행부를 뽑는 선거를 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도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 갈등은 부산 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 기간이 만료된 것이 큰 원인이다. 회사는 생산량 감소로 인한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이를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2018 임단협이 올해까지 이어진 탓에 올해 임단협이 남아 있는 가운데 악재가 터진 것이다. 회사는 내년 신차 소형 SUV XM3를 부산공장에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실제 생산 라인이 가동될 시기는 노사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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