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 장난으로 사고 나도 일상배상책임보험금 지급해야
미성년 자녀 장난으로 사고 나도 일상배상책임보험금 지급해야
  • 한민철 기자
  • 승인 2019.11.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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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부모는 미성년자 자녀의 생활 전반을 보호·감독할 지위…보험사는 부모가 가입한 보험금 지급 의무 있어"
미성년 자녀의 장난 또는 우발적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부모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뉴시스
미성년 자녀의 장난 또는 우발적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부모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미성년 자녀의 장난 또는 우발적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부모가 배상책임을 져야 하며, 그 부모가 일상배상책임보험 특약에 가입된 상태라면 해당 보험사는 피해자 측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15년 초 당시 유치원생이던 L양은 왼쪽 귀에서 ‘윙’하는 이명 소리가 심해져 부모님과 함께 인근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병원에서는 L양에 순음 청력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난청 증상이 의심된다며 부모에게 큰 병원에 데리고 갈 것을 권유했다. 이에 L양은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고, 좌측 귀에 청력이 상당히 손실됐고 ‘감각신경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을 겪게 된 L양과 그의 부모님은 사고의 원인이 L양과 같은 학원에 다니고 있던 K군에 있다고 주장했다. L양은 2014년 말 K군과 같이 학원 버스를 탔는데, 당시 K군이 자신의 왼쪽 귀에 큰 소리를 질렀고 이때부터 귀에서 이명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L양의 부모는 K군의 부모를 상대로 사고 보상을 요구했다. 이전까지 L양은 이명을 호소한 적이 없었기에 L양의 이명은 K군의 행위 때문이 분명하며, K군이 미성년자인만큼 민법 제755조에 따라 그의 부모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K군의 부모는 몇 년 전 한 손해보험사와 보험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는 ‘일상배상책임보험’ 특약이 있었고, 이는 K군과 그의 부모를 포함한 가족이 일상생활에서 제3자에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경우 보험사가 1억원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L양의 부모는 이 손보사에 K군 부모가 가입한 일상배상책임보험 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보사는 L양의 이명이 K군의 행위로 발생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며, K군 부모의 민법 제755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역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결국 L양 부모는 이 손보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성년 자녀의 ‘장난 또는 우발적 행위’로 인한 사고도 부모가 책임

최근 법원은 L양의 이명이 K군의 행위로 인해 발생했음이 명백하며, K군의 부모가 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만큼 손보사가 L양 측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L양은 K군의 행위가 있기 전인 2014년 건강검사에서 양쪽 청력이 모두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에도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다가, K군이 귀에 큰 소리를 친 시점부터 이명 증상을 호소했다.

K군이 L양 귀에 소리를 쳤던 당시 학원 버스 운전기사가 그 장면을 목격했고, 이 기사는 ‘L양이 K군과 버스 좌석에 나란히 앉아있었는데 K군이 시끄럽게 해서 귀가 아프다고 말해 자리를 바꿔줬다’는 취지의 경위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L양이 이비인후과 등 진료를 담당한 병원에서 K군의 행위 이후 이명이 발생했다고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주장한 만큼, 법원 역시 L양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법원이 감정을 의뢰한 의료진은 “어린이가 귓가에 소리를 친 경우에도 L양과 같은 난청이 생길 수 있다”는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법원은 민법 제753조와 제755조에 따라 만 8세 미만인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행위의 책임을 판단할 지능이 없다고 보는 만큼,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자 즉 친권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K군의 부모가 L양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고, 이들이 가입한 보험계약의 일상배상책임보험 특약에 따른 보험금 역시 L양 측에 지급돼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손보사는 이의를 제기했다. 민법 제755조에서 말하는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자의 손해배상 책임은 ‘감독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경우’ 해당하지 않고, K군의 당시 L양에 대한 행동이 장난 또는 우발적으로 이뤄졌고 그의 부모가 당시 자녀에게 감독의무를 게을리 했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손보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령 K군의 행위가 당시 장난 또는 우발적으로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미성년자 자녀의 생활 전반에 대해 보호·감독할 지위에 있는 부모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렇게 되자 손보사는 당시 사고의 책임을 학원 측에 떠넘겼다. K군이 L양에게 크게 소리 친 행위는 학원 수업활동과 관련이 있는 통원차량 안에서 발생한 만큼, 부모는 책임이 없고 학원의 관리감독 소홀에 그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이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2005다24318)에 따라, 교사 등 대리감독자가 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친권자의 법정감독책임이 없어질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손보사는 L양 측에 치료비와 보청기 구입비·유지비, 위자료 등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했다.  

이번 사례는 미성년자 자녀의 장난 또는 우발적 사고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부모는 이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하며, 설령 그 사고가 부모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법정감독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고를 일으킨 자녀의 부모가 계약한 일상배상책임보험 특약에 따라 보험사 역시 피해자 측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생긴다.

kawskhan@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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