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4차 산업혁명, 산으로 가는 까닭은?
문재인 정부 4차 산업혁명, 산으로 가는 까닭은?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11.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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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산업과 전통산업 갈등조정 못해...모빌리티 업계 “법 개정 기다리다간 혁신은 없어"

 

지난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주제 회의인 ‘DEVIEW 2019’에 참석, 미니 치타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맞았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산업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산업계 현장은 정부의 이런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모빌리티를 필두로 한 주요 신산업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거듭하며 성장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 같은 괴리에 대해 주요 업계는 어떻게 진단할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2년 반이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당시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정책 중 최대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범정부 차원에서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로 개조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설립됐다. 4차 산업혁명을 체계적으로 지휘하는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긴 것이다.

더불어 문 대통령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는 신산업 분야에 규제 없이 신기술·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특히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네거티브 규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존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법령에서 금지하지 않은 사업은 모두 허용하겠다는 것. 문 대통령은 최근 네이버가 주최한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도 “개발자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2년 반이 흐른 현재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약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속도와 내용면에서 괴리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모빌리티 사업 예측 불가능...투자 위축 우려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큰 태동기를 맞이하고 있는 분야는 ‘모빌리티’다. 최근 모빌리티 분야는 기존 택시산업과 신산업의 충돌로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달에는 검찰이 모빌리티계 혁신의 아이콘 ‘타다’와 ‘소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국내 모빌리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그간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했다가 줄줄이 좌초됐다.

2013년 국내에 진출한 세계적인 차량공유 업체 우버는 이듬해 서울시가 불법 여객운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이 기소하면서 국내시장에서 철수했다. 카풀 업체들 역시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사회적 논란이 됐고, 결국 사업성이 막혔다. 현재 ‘타다’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업계는 타다가 우버, 카풀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정부가 기존 산업과의 갈등 조정에 실패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4차산업 혁명포럼 공동대표인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신산업과 전통산업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문재인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성공의 핵심인 ‘기존 산업과의 갈등 조정’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송 의원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발족 됐지만, 핵심이 되는 이슈는 산업별 이해관계자간 첨예한 갈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특히 모빌리티 산업은 2017년부터 승차공유·택시업계의 이견 조율을 위한 해커톤을 개최했으나, 이해관계자가 불참하는 등 논의가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업계 역시 정부의 역할이 충분치 못했다는 평가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 대표는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문제에서는 정부의 조정능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여객운수 분야는 택시라는 이해집단이 정부나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를 시행하는 부처의 해결 의지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 대표는 “기존 산업 이해관계자에 대한 설득이 어렵더라도 신산업에 기회를 계속 열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하는데, 좀 더 지켜보자는 식으로 수수방관했다”며 “모빌리티 분야는 규제가 강한 곳인 만큼 키를 가지고 있는 규제 당국이 명확한 플랜을 갖고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이런 태도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교통부가 717대책(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 이후에 모빌리티 스타트업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인지 회의적인 부분도 있고, 빨리 제도화를 해주지 않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5월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타다 퇴출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규제 샌드박스', 모래는 없고 박스만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혁신을 일으켜야 하고, 혁신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산업 경쟁력이 생긴다. 또 어떤 서비스가 등장할지 예측이 어렵고, 법적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서비스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큰 특징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법·제도를 만들고, 개정한다는 것은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혁신과 제도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또한 여기에 공감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우선적으로 허용해주고, 후에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문제는 규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시행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두고 “모래는 없고 박스만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송희경 의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해소 노력이 부족했다”며 “특히 개별 심사대상 규제를 소관하는 부처가 여러개 있다보니, 주무부처에서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내리는 경우 타 부처의 승인을 전제로 하는 조건부 승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분석했다. 부처 간 이견이 첨예한 사안의 경우 규제 해소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라는 게 송 의원의 진단이다.

최성진 대표 역시 “난이도가 낮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통과가 되는 반면, 이해당사자가 많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문제들은 규제 샌드박스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모빌리티 분야가 그렇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모빌리티 분야에서 유일하게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것은 택시호출 서비스 ‘반반택시’다. 그 외 서비스는 국토교통부가 명확하게 답변을 안 주고 있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도 해당부서인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하는 것을 지켜보자며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숙박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정부가 관련 서비스에 대해 1년 6개월까지는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입법이 안 되고 있다”며 “스타트업은 유연성과 속도가 생명이라, 법 개정을 기다려서는 더 이상 혁신적이지 않게 된다”고 꼬집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 승인을 받았더라도 개별법에 존재하는 규제로 인해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송 의원은 “정부 주도 방식의 규제해소는 세부적인 규제 해소를 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면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 확산 등 민간 주도 방식의 규제 해소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국가가 개입해서 규제하기 시작하면 혁명이 될 수 없다”며 "국가가 주도하는 순간 규제를 받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 사업은 안 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시장 불확실성↑

최근 들어서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데이터3법과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1여년간 지지부진한 상태로 표류했다.

특히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정치권 입장과 사업자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고, 부처간 이견이 지속돼 왔다. 유료방송 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논의가 지체되면서 기업과 시장에 불확실성만 주고 있는 상황이다.

황근 교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는 주무부서인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부처 이견이 크다”며 “두 부처가 서로 협의해서 하는 경우, 그 누구도 책임감 있게 주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두 부서를 통합하지 않은 것도 지지부진한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기 위해선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교수는 “현재 정부 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없어 사업자들이 방향성을 못 잡고 있다. 타다, 합산규제 등의 문제가 모두 그렇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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