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회는 ‘협회장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면 이직도 못하나
금투협회는 ‘협회장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면 이직도 못하나
  • 한민철 기자
  • 승인 2019.11.1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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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준정년퇴직 신청 거부하며 단체협약 어기고, 자의적 잣대 들이대기도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본사.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본사.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전 직원들과 준정년퇴직 신청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협회가 단체협약을 어기고, 이직하려는 직원들에 대해 자의적으로 ‘협회장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로 규정해 이직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투자협회 전 직원들이 준정년퇴직에 따른 퇴직위로금 등을 달라며 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은 지난해 11월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금투협회 전 직원 K씨 등은 협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6월 전부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K씨 등은 금투협회에서 각각 17년, 20년 간 재직했던 직원들로 2016년과 지난해 준정년퇴직을 신청했지만 협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준정년퇴직 신청 허가와 위로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채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 금투협회의 노사 단체협약에는 만 15년 이상 장기근속한 조합원이 만 54세에 달하기 전에 준정년퇴직을 신청할 수 있고, 준정년퇴직자들은 퇴직금 외에 위로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협회 임원이었거나, 징계 등으로 인한 퇴직자 등은 준정년퇴직을 신청할 수 없다.

K씨 등은 근속 기준과 만 54세의 나이 기준 등의 조건을 충족했지만, 협회에서는 이들이 퇴직 후 다른 금융회사에 이직할 목적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준정년퇴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1심 소송을 맡았던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원고인 K씨 등이) 준정년퇴직 신청을 할 수 없는 자에 포함시킬 수 없고, 준정년퇴직 승인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금투협회는 이들의 준정년퇴직 신청을 받아들여야 하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퇴직금 외에 퇴직위로금과 전직지원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주목해 볼 부분은 금투협회가 K씨 등에 제시한 준정년퇴직 신청 거절 사유다.

준정년퇴직 신청 받아주면 ‘방만 경영’ 된다?

앞서 금투협회는 K씨 등의 준정년퇴직 신청을 승인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회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위해 퇴사하는 경우까지 챙길 수는 없다”는 점을 들었다.

준정년퇴직을 신청할 수 없는 자의 조건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협회장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였다. 금투협회는 K씨 등이 이직을 위해 퇴직을 원한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해 ‘협회장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K씨 등과 같이 퇴직 후 다른 금융회사에 이직을 희망하는 이들은 협회 내 단체협약에서 정한 규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문제의 인물로 지목돼 다른 금융회사 취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금투협회는 K씨 등의 신청을 거절한 후 이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유도 내세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금투협회는 “휴직자는 늘어나고 임금피크를 앞둔 50대 고령직원이 많은데 한참 일해야 할 40대 직원들은 회사에서 붙잡아야 할 상황”이라며 “자발적으로 이직하는 젊은 직원들에게 협회가 준정년퇴직 위로금을 줘서 내보내는 게 회원사에 소문나면 협회 예산의 근간이 되는 회비를 내주는 회원사들이 반발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또 “금융유관기관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나 방만 경영으로 언론 등 외부에서 지적받을 소지도 있어 준정년퇴직은 인정할 수 없다”고 강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체협약에 명문화 돼 있고, 자격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준정년퇴직을 신청하는데 이를 통해 지출한 위로금 등의 비용이 왜 도덕적 해이나 방만경영으로 이어진다고 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또 단체협약 등에 준정년퇴직 신청 대상과 관련해 공적이 부족하거나 퇴직 후 다른 금융회사로의 이직을 원하는 사람을 제외한다는 조건이 없음에도 이를 ‘협회장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라는 자의적 판단을 내세워 신청을 거부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K씨 등이 이직을 위해 퇴직한다는 사정만으로 준정년퇴직 신청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거나 ‘회장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각 금융사들은 금투협회 출신의 우수인력 채용을 통해 회사 발전에 도움을 꾀하고 있음에도, 협회가 이들을 내부에 묶어두기 위해 준정년퇴직 신청을 거부한다면 장기적으로 채용시장 교란 등의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투협회는 이 사건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K씨 등에 항소한 상태다.

kawskhan@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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