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마이너스', 은행들만 돈 번다?
퇴직연금 수익률 '마이너스', 은행들만 돈 번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11.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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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수익률 경제성장률보다 낮아...수수료 인하·면제책 내놨으나 실효성 의문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수익률.<그래픽=인사이트코리아>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퇴직연금은 공무원이나 회사 사용자가 근로자 재직 기간 중 일정 액수를 의무적으로 쌓는 연금이다. 대상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적립금 규모도 2016년 147조원에서 지난해 말 190조원까지 늘었다. 내년이면 2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산인 만큼 수익률이 중요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5대 시중은행의 유형별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간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마다 수익률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DB형, 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은 연 수익률이 2%를 넘지 못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한은행의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IRP의 수익률이 전체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지만 각각의 수익률은 1.68%, 1.80%, 1.85%로 주요 은행들이 판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았다. 리스크가 수반되는 원리금 비보장형에서 수익률 재고에 성공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경우 DB형과 DC형 수익률은 준수했지만 개인형IRP의 경우 수익률이 1.08%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는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이 높았음에도 비보장형 자산에서 전반적으로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DB형과 DC형, 개인형IRP의 수익은 각각 1.63%, 1.60%, 1.39%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각각 1.55%, 1.50%, 1.14%를 기록했고 농협은행은 1.47%, 1.45%, 1.11%로 모든 유형에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했다. 이처럼 수익률이 낮다보니 일각에서는 "퇴직연금으로 돈 버는 쪽은 사업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8%인데 퇴직연금은 왜?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비단 최근 문제가 아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은 1.01%로 2016년 1.58%, 2017년 1.88%에 이어 3년 연속 1%대다. 사실상 우리나라 연간 잠재성장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마이너스 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연기금인 국민연금과 비교해봐도 수익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총 700조원이 운용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 8개월 수익률은 8.31%였다. 198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30년 간의 장기수익률도 5.55%로 세계 연기금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이 같은 수익률 차이는 은행들이 손실 리스크를 철저히 회피하는 성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에서 원리금 보장형은 최소 64.1%(개인형IRP)에서 최대 93.6%(DB형)에 달한다. 원리금 보장형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는 만큼 수익률이 낮다.

반면 국민연금의 경우 실질적 수익률에 기여하는 주식과 대체투자 비율이 전체의 49.2%(주식 37.5%, 대체투자 11.7%)에 달한다. 특히 올해 들어 해외주식과 해외채권에서 20% 안팎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게 높은 수익률에 기여했다. 심지어 국내와 해외 채권에서도 수익률이 각각 5.76%, 7.67%에 달했다.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폴트옵션제도와 타겟데이트펀드(TDF)’ 보고서에서 “복리로 누적되는 연금의 장기속성을 감안하면 이렇게 낮은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퇴직연금제도 자체에 대한 사회적 불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에서 손실이 날 경우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은행들이 연금 운용을 보수적으로 하는 원인이다. 여기에 은행별로 수수료가 적게는 0.3%에서 많게는 0.6%에 달해 그나마 낮은 수익률을 깎아 먹는 것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퇴직연금 개편안 발표...실효성 의문

지난 6월 신한은행은 지주사인 신한금융 차원에서 전사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퇴직연금사업부문을 만들어 연금 운용 수익률을 제고하는 한편 IRP 계좌에 가입하는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이어 하나은행·우리은행·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퇴직연금 관련 개편안을 발표했다. 젊은 고객이 계좌에 가입할 경우 수수료를 최대 70%까지 인하(하나은행 기준)하는 한편 수령 시기인 55세 이후 IRP를 연금방식으로 수령할 경우 수수료를 낮춰(4개 은행 전체) 주거나 아예 면제해주는 내용(국민은행)도 담겨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이 권고한 퇴직연금의 ‘포괄적 운용지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퇴직연금 가입 시 고객이 사전에 지정한 운용 방법에 따라 만기 시 최적의 연금 상품으로 운용하게 된다.

신한·국민·하나은행은 개인형IRP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발표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운용 연금 내 손실이 난 특정 펀드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반면, 국민은행의 경우 누적 기준 손실이 발생하면 수수료 전체를 안 받겠다는 게 차이다.

다만 이 같은 수수료 면제책이 수익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예대차익을 제외하면 수수료수익이 주 수입원인 은행으로선 수수료를 받기 위해 연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금 보장형 상품 위주로 운용하면 안정적이고 은행으로서도 수익이 나긴 하겠지만 본래 제도 개선의 취지인 수익률 개선과는 반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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