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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난국 타개 키워드는 '속도전'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난국 타개 키워드는 '속도전'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11.06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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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총수, 저성장·지정학적 위기 등 대내외 악재 극복할 공통 전략은 '발 빠른 변화'
최근 대내외 악재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삼성·현대·SK·LG를 이끌고 있는 총수들은 기업의 체질개선 등 변화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 구광모 회장, 최태원 회장.<각사/뉴시스, 디자인=이민자>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최근 재계는 초비상 경영 상태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외부 환경 격변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 같은 위기는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대처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크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현대·SK·LG 등 4대그룹 총수는 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진단하고,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힘쓰고 있다.

경영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에 해왔던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들 총수들은 기업문화부터 체질, 업종, 경영철학 등 모든 부문에서 속도감 있게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화두는 바로 '속도'다.

이재용 "신기술로 미래 선도...기술만이 살 길"

글로벌 경영환경 급변에 따른 위기감은 재계 맏형 삼성전자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퍼펙트 스톰’을 맞았다. 미중 무역 갈등·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 판결까지 안팎으로 악재가 잇따르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삼성전자를 정밀타격한 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이 본격화하면서 이 부회장의 행보는 더욱 빨라졌다.

이 부회장은 잇따른 현장경영 행보로 불활실성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 동안의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해법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그는 불확실한 경영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며 “기술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대법원 선고 후 첫 공식석상에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전사 차원의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AI와 5G, 전장용 반도체 등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약 25조원을 투자해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AI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까지 한국과 미국·영국·러시아·캐나다 등 5개국에 AI 연구센터를 세웠고, 이 부회장이 글로벌 석학들을 만나며 핵심 인재 영입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초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등을 목표로 133조원 투자 계획을 세웠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1등을 넘어 점유율이 낮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에는 13조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방향을 기존 주력사업이었던 LCD에서 'QD디스플레이'로 전환하고, 'QD'를 기반으로 대형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미래엔 항공기와 로봇이 사업 절반 차지”

4대그룹 중에서 생존을 위해 가장 빠르게 사업 전환에 나서고 있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최근 모빌리티업계는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넘어가면서 사상 초유의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업체들은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생존 기로에 서게 됐다. 한국GM과 쌍용차, 르노삼성 등이 생산절벽과 적자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자동차 시장은 이미 공급과잉 상태이고 미래 자동차 업계에서 사라지는 회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자동차가 미래차 시장에서 기술을 선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을 강조해왔다. 그가 그리는 현대차의 미래는 항공기와 로롯에서 찾을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에는 자동차 50%, 30%는 PAV(개인용 비행체), 20%가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재 100%인 자동차 비중을 절반으로 줄이고 항공기와 로봇을 주요 사업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인도 차량공유 업체 ‘올라’에 3억 달러를 투자했고 최근에는 2조4000억원을 투입해 미국에 자율주행차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도전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태원 "미래의 성과평가 기준은 행복“

4대그룹의 최고참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글로벌 위기가 경영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

최 회장은 1998년 선친인 최종현 회장이 타계하자 38세 나이로 총수에 올라 20년간 그룹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최근의 경영 상황에 대해 “지난 20년 간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라는 건 처음 맞는 것 같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으로 30년은 갈 것 같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이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거라면 여기에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위기의식은 SK그룹의 경영철학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외형적 성장에 집중해왔었던 SK그룹은 4년전부터 ‘사회적 가치’를 최대 화두로 삼고 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의미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실행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기업이 생존하지 못한다는 최 회장의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시대가 변해 경제적 가치만 추구하다보면 소비자와 사회, 주주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SK의 방향성은 사회적 가치 창출로 신뢰를 쌓고,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얻는 것이다.

SK그룹은 전 계열사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모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BM·수익모델)'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의 경우, 통신기업을 넘어 'AI 기업'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와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더욱 고도화된 AI 기술 확보에 나서는 등 체질개선에 힘쓰고 있다.

또 ‘딥 체인지’를 가속화하기 위한 고민은 ‘행복 경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는 돈을 버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와 보상을 했다면, 앞으로는 구성원 전체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며 실행 주체인 구성원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구광모 "L자형 경기침체...변화 가속화해달라"

LG그룹의 4세 경영시대를 이끌고 있는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지난 1년간 LG의 체질을 바꾸는데 힘썼다.

글로벌 위기가 한층 고조된 지난 9월, 취임 후 첫 사장단 회의에서 구광모 회장은 최근의 한국경제를 ‘L자형 경기침체’라고 표현했다. 불황이 천천히 장기간에 걸쳐 계속된다는 진단이다. 구 회장은 "이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방식과 체질을 철저히 변화시켜야 한다”며 “제대로,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경영전략으로 삼고 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기업의 전략·비즈니스 모델 등 체질개선을 통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LG그룹의 사업전략에서도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구 회장은 선대의 정도경영을 이어가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과감히 변화를 선택하는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선대 회장들이 인화(人和)를 강조했다면, 최근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 전략은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정리하는 등 실용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최근 악화된 경영환경과 계열사들의 실적 등의 한계가 LG그룹 총수의 경영전략을 바꾸는데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 회장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LG의 보수적인 체질을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