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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인보사 연구노트' 비밀...이웅열은 알았나 몰랐나
'2004년 인보사 연구노트' 비밀...이웅열은 알았나 몰랐나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9.11.06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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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에 ‘인보사 2액서 신장유래세포와 동일한 콜라겐 단백질 검출' 적시...당시 주성분 변경 사실 인지 시사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의 행정소송 공판에서,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이 2004년경 이미 주성분 변경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란 정황이 언급되며 업계 안팎의 관심이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코오롱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의 행정소송 재판에서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이 2004년경 이미 주성분 변경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란 정황이 나오면서 이웅열(사진)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심에 쏠리고 있다.<코오롱>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이 2004년경 이미 주성분 변경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란 정황이 나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 안팎의 관심은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이 사실을 언제 인지했느냐에 쏠리고 있다.

‘2004년’이라는 시점은 지난 10월 3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코오롱생명과학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간 공판에서 등장했다. 코오롱이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며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식약처가 ‘코오롱이 인보사의 품목 허가 신청 과정에서 인보사 2액 성분을 고의적으로 허위 기재했을 가능성’에 대한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날 식약처는 코오롱티슈진의 ‘2004년경 연구노트’를 증거로 제출했다. 식약처는 해당 연구노트에 당초 허가를 받은 형질전환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GP2-293)’가 2액에 포함됐을 것을 추정케하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004년 작성된 코오롱티슈진 연구노트 14쪽에 ‘인보사 2액에서 GP2-293과 동일한 콜라겐 단백질이 검출됐다’란 내용이 나온다”며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GP2-293이 2액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코오롱이 당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식약처 입장이다.

노트 기재 내용은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마스테셀뱅크(MCB)를 구축한 이후 작성된 것이다. 마스터셀뱅크는 2003년 11월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STR 검사(유전학 계통검사)를 실시한 뒤 확립한 세포를 생산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코오롱은 “셀뱅크 구축 이후 별도의 실험 필요성을 못 느꼈고 이에 대해 한국 식약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추가로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코오롱은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의 국내 판매를 허가받는 과정에서 인보사가 골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유전자 치료제이며 주성분은 형질전환 연골세포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31일 약품의 주성분이 태아 신장유래세포로 드러나면서 유통과 판매가 중단됐다.

식약처는 주성분이 바뀐 경위와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자체 시험 검사 등을 거쳐 코오롱이 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지난 5월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대표를 형사 고발했다. 시민단체들과 회사 주주들도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과 전·현직 식약처장 등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업계 "필터링 과정서 문제 생겼을 가능성"

일각에선 코오롱의 인보사 2액에 GP2-293 성분이 남아있는 이유에 대해 “필터링 작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지목한다.

GP2-293은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데 주로 쓰인다. 제약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선 GP2-293를 통해 바이러스를 증식시킨 후, 세포인 ‘GP2-293’은 통과하지 못하고 세포보다 크기가 작은 ‘바이러스’만 통과할 수 있는 여과장치를 통해 바이러스만 걸러서 사용하는 게 통상적이다.

때문에 업계 내부에선 당시 코오롱의 이러한 ‘필터링 작업’ 숙련도가 현저히 떨어져, 해당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지난 3월 코오롱의 자체 조사에서도 GP2-293이 검출됐다는 것은, 연구 과정에서 한 두번 실수로 일어난 것을 넘어서서 과거에 이어 현재도 기술적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란 주장이다. 

또 인보사에서 검출된 ‘GP2-293’ 성분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대해 확인된 것이 없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GP2-293은 특정 바이러스 벡터와 만나면 성분이 달라지는데, 현재 인보사 내 GP2-293의 성분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은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정형준(재활의학과 전문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일단 애초에 들어있다고 했던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인보사에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이고, 여기에 알 수 없는 GP2-293 성분까지 들어있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며 “현재 인보사 내 GP2-293이 정확히 어떤 성분인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국생명공학연구소 등 국가기관을 통해 원본 샘플로 이걸 밝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업계에선 당시나 지금이나 코오롱이 세포와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필터링 작업’도 못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필터링을 못한다는 것은 결국 유전자 변형 치료제를 만들 수준이 당연이 못 된다는 얘기인데, 이러한 추측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웅열 전 회장 향한 검찰 칼 끝..."몰랐어도 문제"

업계의 관심은 ‘인보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을 향하고 있다. 인보사의 성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언제 알았는지, 이를 알고도 인보사 '찬양'을 이어가다 인보사 사태가 발생하기 전 깜짝 사퇴를 발표했는지 등에 대한 것이 주요 관심사다.

인보사를 ‘네 번째 자식’으로 칭하며 20여년 간 2000여억원을 투자, 인보사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이웅열 전 회장은 현 사태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내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인보사의 성공과 코오롱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함께할 각오가 되어 있다.” “성공 가능성이 0.00001%라고 할지라도 그룹의 미래를 생각할 때 주저할 수 없었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 인보사의 생년월일인 ‘981103’은 나에겐 또 다른 성공의 숫자가 되었다.” 이웅열 전 회장이 2017년 4월 인보사 개발 기념식에서 밝힌 소회다.

업계 안팎에선 이 전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며 지난해 말 이 전 회장의 사퇴 시점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이 전 회장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인보사의 성분이 변경된 것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와 함께, 거짓 기재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로 주식을 상장시키고 허위자료를 바탕으로 사업보고서 및 반기·분기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식을 유통시켰다는 점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혐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금융위원회) ▲업무방해죄(거래소 상장심사업무) 등을 적용할 수 있을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였던 이 전 회장이 인보사의 성분 변경을 몰랐을 경우에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인보사의 개발 전 과정을 이끌어온 이 전 회장이, 해당 약품을 비롯해 몇몇 계열사의 존폐 위기까지 걸린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경영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4일 인보사 사태와 관련된 코오롱 임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인보사를 둘러싼 전체 수사 방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klk707@daum.net / klk707@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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