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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벽 뛰어넘어 연임 성공한 허인 KB국민은행장
‘비주류’ 벽 뛰어넘어 연임 성공한 허인 KB국민은행장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11.0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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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드러내지 않으며 조용히 ‘리딩뱅크’ 지킨다

인 국민은행장은 KB국민은행 내에서 이른바 ‘비쥬류’라고 할 수 있는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다. 통상 2000년 합병한 국민은행과 한국주택은행 계열이 주류로 인식되는 국민은행에서 2017년 허 행장이 선임됐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허 행장은 인사적체에 신한은행에 다소 뒤처지던 국민은행을 ‘리딩뱅크’ 반열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며 스스로 능력을 입증했다. 은행권 대격변의 시즌이 될 2020년, 국민은행을 또 한 번 이끌게 된 허 행장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봤다.


허인 KB국민은행장.<KB국민은행>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2019년 연말 금융권 CEO 인선의 포문을 연 것은 KB국민은행이었다. 2017년 11월부터 2년여 임기를 이어 온 허인 행장의 거취에 세간의 이목이 주목됐다. 연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됐지만 못해도 11월은 돼야 차기 행장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지난 10월 24일 한 템포 빠르게 허 행장의 연임을 사실상 결정지었다.

대추위는 허 행장을 최고경영자 최종후보로 발표하면서 “취임 이후 국내외 영업환경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꾸준한 실적 성장 등 탄탄한 경영성과를 달성했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특유의 적극적 소통과 화합 경영으로 사람 중심의 조직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별다른 후보 하마평도, 이견의 여지도 없는 간명한 판단이었다.

3분기 역대급 순이익, 신한은행 제쳐

금융권은 허 행장이 이끈 국민은행이 실적 측면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냈다고 평가한다. 2018년부터 KB금융이 ‘맞수’ 신한금융과의 경쟁에서 줄곧 뒤처지는 와중에도 국민은행은 신한은행과의 리딩뱅크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해왔다. 국민은행의 호실적은 최근 10년째 신한금융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에도 든든한 대들보다.

<그래픽=인사이트코리아>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국민은행은 순이익 2조67억원으로 신한은행(1조9763억원)을 미세하게 앞질렀다. 1분기에는 5727억원으로 신한금융(6181억원)에 뒤처졌지만 2분기(국민 1조3051억원-신한 1조2818억원) 역전에 성공한 뒤 두 분기 연속 1위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1조7913억원)과 우리은행(약 1조8000억원) 등 4대 시중은행에 앞섰고, 허 행장 취임 전인 2017년 3분기 순이익(1조8423억원)에 비해 8.9% 늘어난 수치이기도 하다.

3분기 개별 실적만 보면 순이익은 701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2%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전 분기 한진중공업 등에서 발생한 대손충당금 환입액(590억원) 영향이 소멸되고 주식시장 부진으로 금융상품 판매가 위축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대손충당금 환입 영향을 제외한 경상적 기준으로는 직전 분기 대비 3.6%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세부 지표들도 두드러진다. 수익성 지표인 연 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 9.82%, 순자산이익률(ROA) 0.73%로 지난 1분기(ROE 8.71%, ROA 0.64%)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감소 와중에 이뤄낸 성과다. 이 기간 총영업이익은 1조8008억원에서 1조8565억원으로 3.1%(547억원) 늘며 수익성 개선을 확실히 이끌어냈는데, 이는 글로벌 경제 둔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대출을 축소(연 3% 제한)한 가운데 거둔 성과다.

허 행장은 취임 초부터 과거 국민은행이 줄곧 지적받던 가계대출 중심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힘써왔다. 소호(SOHO)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등을 중심으로 관련 비중을 높였는데, 위험가중치가 높은 여신인 만큼 자본 부담은 있지만 반대급부로 이익 창출능력이 제고되고 금융당국의 ‘신 예대율’ 규제에 따른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 효과도 봤다.

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들도 안정적이다. 대출 부실을 측정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5%로 취임 후 0.70%에서 줄곧 하락세다. 부실 감당 능력을 의미하는 NPL커버리지비율(3분기 118.1%)도 임기 내내 당국 기준인 100%를 상회했다. 9월 말 기준 연체율이 0.29%로 6월 말 대비 0.03%포인트 상승한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부담 요인은 아니다.

취임 후 필수 과제로 꼽히던 비용 억제에도 성과를 냈다. 취임 전 57.0%에 달하던 총영업이익경비율이 2018년 55.67%로 소폭 낮아진 데 이어 올해 3분기 49.5%로 하락했다. 이는 전 분기 51.1%에서 1.6%포인트나 낮추며 오랜만에 50%대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국민은행의 CIR 개선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용 문제를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항후 ‘항아리’형 적체구조가 해소되면 이 비율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대망의 4분기 은행권 실적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금리 하락기라는 악재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될 전망이다. 기존 수신 이자가 그대로인데 변동금리형 대출 이자가 낮아지면 은행의주 수입원인 예대차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같은 관점에서 신한은행의 3분기 NIM 하락률이 5bp(0.05%포인트)였던 반면 국민은행은 3bp에 그쳤다는 점은 연말 두 은행의 성패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직문화 개선·디지털화 전폭 추진

허 행장 체제 후 국민은행의 탄탄대로는 전임자의 역할이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윤종규 회장이 행장을 겸직할 당시 내부 비판을 받아가며 전사적인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를 통해 회사의 과도한 비용 문제를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었다. 허 행장은 이 같은 기반 위에 조직을 고도화하고 새 수익원을 확보하는 등 ‘리딩뱅크’ 경쟁에서 치고 나가기 위해 골몰했다.

KB금융은 2014년 회장과 행장의 충돌이라는 초유의 ‘KB사태’ 이후 윤종규 회장이 지주 회장직과 은행장직을 겸직해왔다. 윤 회장은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을 빠르게 재정비했고 2017년 KB를 ‘리딩금융그룹’ 반열에 올려놨다. 이후 회장직 연임이 결정되면서 윤 회장은 행장직을 분리하겠다고 발표했고, 그렇게 선출된 인물이 바로 허인 행장이었다.

이 같은 관점에서 허 행장은 본인의 색깔을 내기보다는 스스로의 리더십을 최소화하고 조직을 유기적으로 만드는 쪽에 가깝다. 이는 KB금융이라는 거대 지주사 체제 아래서 윤 회장이 강조하는 ‘하나의 회사, 하나의 KB’를 철저히 지원하는 쪽으로 리더십이 발현된 것으로 풀이된다. 허 행장은 윤 회장이 2014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영업그룹 부행장을 맡는 등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추며 신뢰를 쌓았다. 눈빛만 보고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정도라고 한다.

허 행장은 2017년 취임 당시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됐다. 효율적이고 세련되게 일하는 근무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실제 취임 이후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조직문화 수평화로 첫 임원 인사에서 부행장을 8명에서 3명으로 줄이는 대신 젊고 실무에 능통한 전무와 상무급 직원을 대폭 늘리는 강수를 뒀다. 1950년대 생 위주의 ‘올드 보이’ 중심이었던 국민은행은 1961년생인 허 행장 취임 후 인사 혁신을 통해 보다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2017년 11월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K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선포식(DT선포식)'을 열고
디지털기업으로의 변신을 천명했다.<KB국민은행>

2017년 11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을 선포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민은행 DT는 2025년까지 총 2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한 국민은행의 디지털 혁신조직 대전환 시도로, 온라인과 모바일 비대면 채널 확대를 넘어 인력과 프로세스, 문화 등 조직 전반을 디지털화하겠다는 장기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강력한 전행적 추진력 ▲디지털 기술역량 강화 ▲적극적 외부 파트너십 ▲전 직원의 변화 혁신 동참 등 4대 추진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허 행장은 IT 관련 전문성을 갖춘 몇 안 되는 은행권 CEO다. 201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전산통합추진 태스크포스(TF) 기업부문 팀장과 여신 프로세스 선진화를 위한 종합정보시스템(ACRO) 개발 TF 팀장을 맡으며 IT분야 관련 경험을 쌓았다. 허 행장은 2018년 12월 KB금융의 신설 디지털혁신부문장으로 선임됐는데, 통상 은행장은 은행 경영만 맡는 전례에 비쳐봤을 때 이례적인 인사다. 이는 국민은행과 DT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민은행 DT의 최전선에는 비대면 플랫폼 강화가 있다. 국민은행은 대화형 뱅킹 플랫폼 ‘리브똑똑’, 부동산 플랫폼 ‘리브온’, 비대면 전용 대출 플랫폼 ‘KB스마트대출’, 자영업자 정책대출 플랫폼 ‘KB브릿지’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혁신 금융 측면에서는 바이오 인증 프로세스(‘손으로 출금’)와 IT인력으로 운영되는 ‘인사이트 지점’ 등도 선보였다. 이 같은 디지털 전략에는 오프라인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온라인과 결합해 풀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10월 선보인 ‘리브M’은 허 행장이 6개월여에 걸쳐 준비한 야심작이다. 리브M은 은행권은 물론 금융권 전반에서 전례 없는 알뜰폰(MVNO) 서비스로 금융과 통신의 결합이라는 콘셉트로 탄생했다. 리브M을 통해 국민은행은 포화 시장인 은행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함은 물론 고객의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신규 금융상품이나 새 핀테크 혁신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도 기대된다.

허 행장의 연임 후 과제는?

연임이 확정됐더라도 추가 임기가 1년으로 짧은 만큼 허 행장의 내년 한 해는 바빠질 전망이다. 시급한 과제는 2020년 리딩뱅크 지위 사수로,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대출 수요 감소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등 은행업 수익 악화 요인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피해갔음에도 발생할 수익 감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금융권 전체에 파생상품 수요가 줄어들면 관련 수수료 수익이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3분기 금융권 파생상품 판매량이 기존 대비 30% 가량 줄어든 상태로, 비이자이익을 늘리려 하는 국민은행으로선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내년 은행권 전반에 대규모 CEO ‘인사 태풍’이 예정된 가운데 국민은행 비이자부문 실적에 따라 허 행장의 거취도 달라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은행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가운데 새 고객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중요하다. 이는 크게 디지털화와 글로벌화로 구분되는데, 디지털화의 경우 지난 10월 선보인 알뜰폰 서비스 ‘리브M’이 일종의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대규모 IT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 투하가 확실시되는 리브M을 통해 허 행장은 ‘100만 고객 확보’를 목표로 밝힌 상태다. 실현될 경우 ‘신규 고객 창출’과 ‘빅데이터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다.

경쟁사 대비 지지부진한 글로벌 성과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중요 포인트 중 하나다. 최근 KB금융이 신한금융과의 실적 경쟁에서 뒤처지는 이유가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와 함께 은행 부문에서 글로벌 격차를 지적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 우리, 하나금융의 경우 매년 글로벌 순이익으로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반면 KB금융은 지난 상반기 기준 233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8일 대면 영업채널의 혁신 모델을 적용한 서초동종합금융센터를 새롭게 오픈했다. 사진은 허인(왼쪽 일곱번째) 행장 등 임직원이 테이프커팅을 하는 모습.<KB국민은행><br>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28일 대면 영업채널의
혁신 모델을 적용한 서초동종합금융센터를 오픈했다.
<KB국민은행>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신흥국과 선진국 시장을 투 트랙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신남방 지역에서는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했고 캄보디아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통해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2017년 설립한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의 영업점을 대규모로 늘렸다. 선진국 시장은 홍콩 지점을 중심으로 투자은행(IB) 영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고 지난해 5월에는 런던 법인도 지점으로 바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중국(유한공사)과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에도 지점을 세웠다.

허 행장 취임 후 반복되는 노사갈등 해소도 숙제다. 은행권에서 대표적 강성 노조로 꼽히는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19년 만에 대규모 총파업을 벌였다. 허 행장이 장기저축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라 노사 관계를 잘 풀어갈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는 반대 양상이었다. 양측은 최근에도 금융권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초과근무 수당 문제로 또 한 번 마찰을 벌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직원 감축 없는 디지털화’로 노사갈등 해소를 천명한 허 행장이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주목하고 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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