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라이벌의 TV 전쟁, 소비자는 어느 편일까
가전 라이벌의 TV 전쟁, 소비자는 어느 편일까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19.11.0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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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제품 단점보다는 자사 제품 장점 홍보에 집중해야
삼성전자(왼쪽)와 LG전자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각각 선보인 ‘삼성 QLED 8K’와 ‘LG 시그니처 올레드 8K’ TV제품.뉴시스
삼성전자(왼쪽)와 LG전자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각각 선보인 ‘삼성 QLED 8K’와 ‘LG 시그니처 올레드 8K’ TV제품.<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어부지리’라는 말이 있다. 양자의 다툼 속에 제삼자가 얻게 되는 예상치 못한 이익을 가리키는 것으로 서로가 상대를 비난하다 다른 사람만 좋은 결과를 얻게 만드는 상황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이런 상황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쉽게 망각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표 가전업체 두 곳에서 텔레비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할 기술 용어를 사용해 가면서 상대 기업의 TV 성능이 자기 기업의 제품보다 떨어진다고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아마 이렇게 하는 이유는 ‘상대 기업 제품을 비난하면 고객은 상대 기업의 제품 구매를 포기하고 자신의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싸움의 뒷면에는 ‘고객은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성능을 구매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인식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품질만은 아니다. 외환위기 직전 모 그룹에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일이 있었다. 그 그룹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인식해 그룹 전체에서 우수한 인력을 차출해 자동차 회사에 배치했고, 정비 서비스에도 심혈을 기울여 기존 자동차 회사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최상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또한 그 그룹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품질도 경쟁사 제품보다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품질과 서비스 모두 우수한 제품이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신설 회사보다 제품과 서비스면에서 떨어진다고 평가받던 기존 자동차 회사의 제품이 더 잘 팔린 것이다. 제품이 좋은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동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부품값이 비싸다.’ 혹은 ‘영업 사원이 아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구매했다.’와 같이 다양한 이유를 들면서 품질 좋은 자동차의 구매를 외면했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품질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빗나간 ‘비교광고’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은 품질만을 따지지 않는다. 자동차를 구매하겠다는 사람 중에는 가능하면 국내 브랜드의 차를 사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에게 국내 브랜드의 차를 구매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물으면 ‘외국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 혹은 동경’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동차의 품질보다는 ‘경영진과 종업원의 행태’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국내 기업이나 국내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입수한 고객은 차를 구매할 때 국내 브랜드의 차 대신 외국 브랜드를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이유로 외국 브랜드의 차를 구매하기 꺼리는 사례도 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디젤 게이트’로 인해 잘 나가던 독일 브랜드 차의 매출이 많이 줄어든 사례도 있다. 또 다른 독일 브랜드는 자동차 화재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기도 했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할 때 ‘부정적인 정보’의 제품 구매를 꺼리는 본능이 있다. 특정 회사의 제품에서 문제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 고객은 그 제품의 구매를 중단한다. 고객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제품만이 아니라 회사의 고위 경영자나 직원의 행동도 있다. 특정 회사의 경영진이나 조직원의 갑질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해당 회사의 제품 판매가 줄어드는 이유도 회사의 부정적인 정보가 고객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다양하므로 고객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고객의 호감을 살 필요가 있다. 

이처럼 고객은 자신이 직·간접으로 경험한 제품에 대한 평가를 회사 이미지와 연관 짓는 경향이 있다. 어떤 회사의 특정 제품에 호감을 느끼는 고객은 그 회사의 다른 제품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D회사의 세탁기를 사용하면서 만족을 경험한 고객은 D회사에서 만든 빨래 건조기에도 긍정적인 기대를 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빨래 건조기를 구매하게 된다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다른 회사의 제품보다는 D회사의 빨래 건조기를 우선 구매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상대 제품에 대한 폄하의 대표적인 사례가 TV 제품에서 일어나고 있다. TV의 경우를 보자. 국내 두 브랜드에서 서로 자신의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뛰어나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 제품의 품질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선전하면 다른 회사에서는 ‘상대 회사의 제품에서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다’와 같은 말로 반박한다. 이런 광고를 보는 소비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경쟁사의 제품을 깎아내리는 방법이 효과적인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 D회사의 세탁기를 사용하면서 고장과 같은 불편을 경험한 고객은 ‘이 회사의 제품은 형편없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세탁기와는 관련 없는 TV를 구매할 때도 D회사의 제품을 구매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게 된다. D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하면서 불쾌하거나 불편한 경험을 한 고객은 그 회사의 로고를 보는 순간 그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불편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불쾌하고 불편했던 기분을 다시 느끼게 되면서 D회사 제품에 대한 고객의 피로도도 높아진다.

고객의 피로도는 제품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만약 A를 사랑하는 B와 C가 A를 앞에 두고 서로를 비난한다고 가정하자. B는 C에 대해서, C는 B에 대해 온갖 험담을 한다면 A는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아마도 B와 C가 서로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일수록 A는 B와 C를 선택하기보다는 또 다른 사람 D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고객은 제품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고 구매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의 장점 홍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경쟁사 제품과 비교를 통한 마케팅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자사의 모든 제품이 경쟁사보다 뛰어나야 한다. 자사 TV 품질이 경쟁사보다 뛰어나다고 판단한 E사는 F사의 TV 화질이 기준 미달이라고 광고하면서 자신의 제품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이 광고에 대해 F사에서는 E사의 빨래 건조기의 문제점을 걸고 넘어졌다. 이에 대해 E사에서는 빨래 건조기에 대해 무상 리콜을 선언했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E사의 빨래 건조기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빨래 건조기를 사용할 때마다 불안하다. E사에서는 관련 부품을 교체해 준다고 하지만 E사로부터 이와 관련된 어떤 정보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TV 화질에 대한 광고를 보는 소비자는 빨래 건조기를 TV와 연결해 ‘TV를 산 다음 빨래 건조기와 같은 결과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의심을 한다. 그러므로 경쟁사와의 비교 광고가 항상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선의의 노력과 경쟁

고객의 제품 선택과 선거에서의 후보 선택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부정적인 정보가 더 적은 제품이나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력한 후보 두 사람의 비방전이 격렬해질수록 유권자의 머릿속에는 두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가 쌓이게 되고,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투표하려고 할 때 망설이게 된다. 유권자는 투표할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 투표를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부정적인 정보를 주지 않은 제3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난은 자신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고객은 제품의 장점을 구매의 포인트로 삼는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외환위기 때 품질이 우수한 차 대신 ‘사골차’라고 불리던 차의 판매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가격’과 ‘영업’이 작용했을 것이다. 자동차 세일즈맨과의 인간관계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차를 사야 했던 사람도 있었고, 다른 차에 비해 차와 부품 가격이 싼 맛에 차를 장만한 사람도 있었다. A도 B와 C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한다면 자신이 필요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고객에게 상대 제품을 깎아내리기보다는 자사 제품의 장점과 활용 방법을 차분하게 설명한다면 고객은 그 회사 제품에 대해 경쟁사 제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에서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두 사람에게 승진할 수 있는 자리가 한 자리뿐이라면 두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열심히 노력해 상대보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입증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문제는 자신의 경쟁력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있다. 자신만 노력하고 상대가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되지만 상대 또한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확실한 경쟁 우위를 보이기가 어렵다.

둘째는 상대의 능력이나 인성을 깎아내리는 방법이다. 이런 전략은 어쩌다 한 번 먹힐 수가 있지만 빈번하게 사용하면 역효과를 가져온다. 일부 직장인은 ‘자신이 경쟁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사사건건 다른 사람의 능력이나 실적에 대해 비난한다. 이 방법은 첫 번째 방법보다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고도 쉽게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많은 사람이 이 방법을 사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 방법을 사용할 때의 문제는 상대가 허수아비처럼 가만히 있을 때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비난하면 비난을 받은 사람은 자신을 비난한 사람에게 자신이 받은 것보다 더 강한 반격을 한다. 이런 비난전이 몇 번 반복되면 서로를 향해 ‘너 죽고 나 죽자’라는 식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비난하는 강도를 높이게 되면서 없던 일도 만들어 낸다.

이런 결과는 두 사람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인사권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 모두의 단점을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더는 두 사람은 ‘유능한 인재’가 아니라 ‘조직에서 퇴출당해야 할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런 결과는 모두가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노력과 같이 힘들고 어려운 방법 대신 비난과 같은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와 조직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선의의 경쟁이란 말이 있다. 선의의 경쟁을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비난 대신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위한 선의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조직원의 이런 노력이 모여지면 조직은 저절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경쟁자는 동료가 아니라 경쟁사의 조직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신은 조직의 발전을 위해 어떤 선의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수시로 성찰한다면 그 조직은 누구나 일하고 싶어지는 조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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