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배불리는 ‘공매도’, 개미들만 눈 뜨고 당한다
외국인 배불리는 ‘공매도’, 개미들만 눈 뜨고 당한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10.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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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서 외국인 불법 공매도 도마에...금융당국은 "제도 개선"만 되풀이
금융시장에서 기관 투자자의 전유물로 불리는 공매도가 국회 국정감사에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픽사베이>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금융시장에서 기관 투자자의 전유물로 불리는 공매도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공매도 불균형 문제와 무차입 공매도, 업틱룰 악용 등이 언급됐는데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폐지보다는 제도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엔 개인투자자들까지 조직을 결성해 공매도를 비롯한 불공정 거래 해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식 공매도 시장 투자자들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신용거래대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과 비중.<유동수 의원실>

유동수의원실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일 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코스피 99.2~99.6%, 코스닥 98.1~99.3%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각각 0.4~0.8%(코스피), 0.7~1.9%(코스닥)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체 공매도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았다. 지난 3분기 이들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62.03%로 기관 투자자(36.94%)보다 68%가량 높았다. 주식시장 하락장에서 외국인이나 기관 등이 주식을 파는 통에 개인투자자들만 속수무책으로 당한 셈이다.

개인투자자도 신용대주거래 방식을 통한 공매도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차입 가능한 종목과 수량이 제한적인 게 문제다. 지난 9월 말 기준 신용거래대주 잔고는 259억원에 불과하며, 이는 대차거래 잔고(65조8613억원)의 0.04%에 불과하다. 일본의 개인 공매도 비중이 23.5%에 달하는 것과 큰 차이다.

공매도불균형·업틱룰·무차입공매도 등 문제 제기

이번 국감에서는 기관의 공매도 악용 관련 지적이 적잖게 언급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매도 시 시장가 이하로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하는 ‘업틱룰(uptick rule)’ 위반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45개 증권사 중 32곳이 위반을 했고 그 금액이 8조원을 넘었다. 업틱룰 예외 규정을 악용해 금융사들이 과도한 주가 하락을 초래하는 것으로, 주식시장의 대표적 불공정 거래라는 게 김 의원 측 지적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불법 공매도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 7일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0년 이후 적발된 ‘무차입 공매도’ 사건 101건 중 94건은 외국계 투자회사에서 이뤄졌다는 국감 자료를 발표했다.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주식시장에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국내에선 불법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의 무차입 공매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9월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지난해 5월 30일과 31일 96개 종목(401억원)에 대해 무차입 공매도를 벌여 14거래일 후 해당 종목에서 빠진 시가총액이 2조2000억원에 달했다.

경실련은 당시 셀트리온 개인투자자 모임인 희망나눔주주연대가 금융감독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나온 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추정했다. 이 사태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적잖은 파장을 낳아 지난 18일 개인투자자 권익 보호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결성되는 계기가 됐다. 한투연 측은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의 무차입 공매도로 피해를 본 96개 종목의 소송 제기를 위해 피해 주주를 모집 중이다.

금융당국 공매도 부작용 방치...소액주주 모임 결성

공매도 관련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금융당국은 폐지보다는 제도 개선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 4일 국정감사에 앞서 자료 제출을 통해 “공매도 폐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시장 상황, 우리 자본시장의 국제적 신인도 등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폐지보다는 제재 강화 등 제도 개선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지난 17일 관련 규제 위반에 따른 과태료를 높이는 ‘자본시장조사 업무 규정 과태료 부과 기준’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현행 불법 공매도 과태료 부과기준은 동기와 결과를 고려해 건당 최대 6000만원이었지만, 불법 공매도가 불공정거래 등에 이용됐다면 9000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과태료 규제 강화가 실효성을 갖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처벌 수위가 대수롭지 않아 불법 공매도를 예방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무차입 공매도 시 2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투연’ 결성을 주도한 희망나눔주주연대 측은 성명을 통해 “공매도는 불법과 편법이 횡행하는 대한민국 제1의 적폐”라며 “공정하지도 합법적이지도 않은 제도를 외국인과 기관에만 허용함으로써 수많은 소액주주가 타격을 입고 심각한 국부유출이 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앵무새처럼 공매도 순기능만 언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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