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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재벌 3세들은 뭐가 부족해 마약에 빠져드나
[심층분석] 재벌 3세들은 뭐가 부족해 마약에 빠져드나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9.09.06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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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과시욕·취약한 법적 제재 배경..."돈으로 할 수 있는 것 다 해보겠다는 심리"
재벌 3세 ‘마약 스캔들’이 잇따라 적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황하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뉴시스
재벌가  자녀들의 ‘마약 스캔들’이 잇따라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의 체포 당시 모습.<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재벌가(家) 3~4세들의 ‘마약 스캔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4월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 씨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현선 씨,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영근 씨에 이어, 5개월 만에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까지 마약 관련 건으로 적발됐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다.

지난 4월 1일 현대·SK그룹 3세 정현선 씨와 최영근 씨는 마약공급책에게 고농축 액상 대마(대마 카트리지)를 구입해 흡입한 혐의로 구속돼 지난 8월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보다 앞서 남양유업 3세 황하나 씨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입건돼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다음 달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지난 2일엔 CJ그룹 후계자로 지목된 이선호 씨가 대마 성분의 각종 변종 마약을 국내에 직접 밀반입하다 적발됐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재벌가 후세들이 마약 범죄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해외생활 경험 ▲과시욕 ▲법적 제재 취약성 등을 꼽았다.

조기유학의 심리적 취약성...해외 규범 내면화·또래집단 하위문화 형성

재벌가 마약사범 가운데 공통된 현상 중 하나가 ‘해외 유학’이다. 재벌가 자제들은 조기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의 규범보다 외국의 규범에 더욱 익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정 마약 등을 합법으로 인정하는 국가나 지역에서 생활할 경우, 그러한 규범이 내면화 돼 이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기 때문에 성장하는 사회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나미 서울대학교병원 정신의학과 박사는 “재벌들은 국적부터 외국이거나 혹은 외국으로 유학과 출장을 자주 가는데, 그래서 마약에 대한 개념이 보통의 평균적 한국 사람들보다 느슨하고 죄의식이 낮을 것”이라며 “외국에선 ‘대마’를 가게에서 파는 경우도 있고, 마약을 하는 외국 친구들도 보게 되는 등 주위 환경에서 접하게 되는 규범이 내면화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조기유학의 부작용도 언급된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자체에서 유발되는 심리적 취약성 때문에 주위 위험에 노출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엄마 아빠의 보호와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하는 때에 외롭게 생활하다 보니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고 그런 아이들 중에 이미 마약에 노출된 아이가 존재한다면 쉽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입건 된 재벌 3세들도 서로 친분이 있고 지난번 SK와 현대 3세 역시 내통됐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종의 ‘또래집단’에서 형성된 하위문화 가운데 일반인들은 허용할 수 없는 범위의 하위문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청소년기 ‘과시 심리’, 성인돼도 자정되지 않은 것”

재벌가 자제들의 ‘과시욕’에서 촉발된 충동적 행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사람들은 못하지만 나는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심리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또 이를 과시하기 위해서 불법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심리는 보통 청소년기에서 발생되는데, 재벌가 자제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해당 심리가 자정되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해당 심리가 자정되지 못하는 배경은 재벌가 자제들의 ‘금전적 풍족함’이다.

이나미 박사는 “보통 청소년의 경우 꼭 해야 해서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컨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위에서 뛰어 내리기도 하고, 누군가를 때리기도 하고. 아무하고나 성관계를 갖기도 하는 것”이라며 “ 이는 자기의 능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박사는 “성인이 되면 생활상황이나 법규상 그렇게 행동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러한 심리가 보통 자정되는데, 재벌가 자제들은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으니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범법·불법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재벌 향한 수사권 한계...“돈이면 다 된다”

재벌가 범죄에서 수시로 언급되는 ‘봐주기 수사’ ‘특혜’ 논란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는 재벌가 마약 스캔들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마약 범죄를 저질러도 ‘재벌’이라는 특수성에 특혜 수사가 진행되거나 감형이 되면서 범죄의 중함을 느끼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CJ그룹 이선호 씨의 불구속 수사 건(지난 5일 자진출석 후 구속영장 청구됨)과 황하나 씨의 집행유예 처분에 대해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나미 박사는 “좋은 변호사를 고용하면 형이 많이 경감되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다 있는 것이긴 하지만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심리가 그들에게 있다는 것을 부정하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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