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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30 13:04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KCC 보안관리 '구멍'...직원 영업비밀 유출 법원서 무죄
KCC 보안관리 '구멍'...직원 영업비밀 유출 법원서 무죄
  • 한민철 기자
  • 승인 2019.09.02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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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억원 투입 개발 기술 연구원이 유출...법원 "회사의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됐다 보기 어렵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KCC(대표이사 정몽진·정몽익)가 전 직원 퇴사 과정에서 내부 연구자료를 유출하는 등 피해를 입었음에도, 보안 관리·감독 소홀 문제로 제대로 피해 보전을 하지 못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KCC 전 직원의 연구자료 유출 사건은 지난 2014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CC 중앙연구소 팀장급 직원이었던 L씨는 퇴사를 하면서 재직 당시 습득·보유한 기술 연구자료를 출력해 몰래 반출했다.

L씨가 유출한 자료에는 KCC의 반도체용 점·접착 필름과 소재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원료명·배합비·배합순서 등이 기재돼 있었다. 보통 반도체용 점·접착 필름 등의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반복적 시행착오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유출 자료의 내용을 통해 연구를 지속할 경우 이를 상당 부분 생략할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KCC는 해당 자료와 관련된 기술 연구개발비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7억여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L씨는 퇴사 3일 뒤 KCC의 경쟁사인 한 중견 화학제품 제조업체로 이직했고, 이 회사에서 KCC에서 몰래 가져 온 자료를 활용해 고기능성 다이싱 테이프를 제조했다.

L씨가 이직한 회사는 해당 다이싱 테이프의 완제품을 1년 간 D사에 납품해 수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D사는 이전까지 KCC의 주 고객사였다.

KCC는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하고 L씨와 그가 이직한 경쟁사를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섰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L씨를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 그리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L씨가 유출한 자료는 KCC의 재산을 이용해 회사의 제품 개발을 목적으로 진행된 연구결과물에 해당했다. 이는 KCC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직원은 퇴직 시 이를 사측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다. 또 그는 입사·퇴직 시 영업비밀을 외부에 공개·누설하거나 이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작성해 사측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L씨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외부에 몰래 유출한 뒤 경쟁사에 이직해 그곳에서 이 자료와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고 경제적 이득을 취한 점이 분명했던 만큼, 그의 유죄 판결과 KCC가 입은 손해에 대한 보전은 어렵지 않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 5월 30일 확정된 형사재판에서 법원은 L씨에게 주어진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누설과 관련된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다만 그의 행위가 KCC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더구나 KCC가 L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법원은 지난달 말 KCC 측 청구 금액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만을 L씨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KCC의 허술한 연구소 보안 실태

이 사건 정황상 KCC는 명백한 피해자로서 L씨에게는 범죄에 합당한 형사처벌이, KCC에는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했음에도 KCC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L씨가 유출한 자료들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회사의 주요 연구와 개발사업에 활용될 기밀자료들이 영업비밀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L씨가 KCC 재직 당시 내부 보안관리 실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데 따르면, 당시 KCC에 근무하는 L씨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반도체용 점·접착 필름의 연구 개발 결과물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업무의 편의상 개인용 PC 등에 개별적으로 보관·관리하는 것이 가능했고, 상당수가 이와 같은 자료 보관방식을 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L씨 역시 유출한 연구자료에 대해 DRM 문서 보안 기능을 걸어놓거나 KCC 내부전산망인 통합정보시스템 서버에 보관·관리하지 않았다.

통합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문서를 회사 내 인증형 복합기에서 출력하기 위해서는 상위 직급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L씨의 근무지였던 KCC 중앙연구소에 설치된 일반 프린터는 별도의 상부 보고나 결재 없이도 통합정보시스템 등록 문서를 출력할 수 있었다.

KCC는 당시 영업비밀을 관리하기 위한 보안규정·문서관리규정·노하우자료 관리지침을 두고 있었지만, L씨가 유출한 자료는 규정에 따라 문서고나 금고 또는 캐비닛 등의 시설에 보관돼 있지 않았다. 또 L씨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개인용 PC를 사용하고 거기에 저장된 자료들을 외부에 반출할 때 회사로부터 별다른 제재를 받거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KCC의 보안규정에는 퇴사 시 관리하고 있는 파일 목록을 작성해 부서장과 보안책임자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으나 L씨는 당시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고도 퇴사가 가능했다. 이같은 이유로 법원은 L씨가 유출한 자료는 ‘KCC의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서 유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식적으로는 영업비밀로 봐야 하지만 KCC의 관리·감독 등의 문제로 이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다만 법원은 회사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자료를 유출해 퇴사 뒤 이용했다는 점은 업무상 배임이라고 판단했다. L씨가 유출한 자료가 KCC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부정경쟁방지법상 ‘침해자(L씨 등)이 얻은 이익액을 피해자(KCC)의 손해액으로 추정한다’는 점은 적용될 수 없었다. KCC는 결국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내부 직원에게 '도난'당했음에도 관리·감독 미흡으로 제대로 보전받지 못하게 됐다.  
 
kawskhan@insightkorea.co.kr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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