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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투자 개미 3600명 손실 가시화...은행별로 왜 달랐나?
DLF 투자 개미 3600명 손실 가시화...은행별로 왜 달랐나?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8.19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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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잔액 중 96% 우리·하나銀 차지...“‘베리어’ 없는 상품 판매 이해 안가”
<자료=금융감독원>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영국·독일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체 판매액수가 8224억원에 달하는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두 곳의 비중이 96%로 압도적이다.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금융 흐름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리스크 예측 및 판단 실패로 인한 상품 판매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DLS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이며 예상손실액은 절반이 넘는 4558억원으로 추산됐다.

해당 상품에 투자한 총 투자자 수는 3842명(법인 188, 개인 3654명)이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만 3461명이 나왔고 평균 투자액은 2억원에 달한다.

판매 잔액을 보면 영국·미국 CMS(이자율 스와프) 금리 연계 파생상품은 6958억원이 팔린 가운데 5973억원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하나은행의 판매 잔액 전체가 이 상품으로, 현재 금리가 유지될 경우를 가정한 손실률은 56.2%이며 예상 손실액은 3354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이 사실상 전부 팔았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파생상품은 1266억원 규모인데 전액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현재 예상 손실률이 95.1%에 달하는 가운데 오는 9월부터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적으로 보인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파생상품 중 영국·미국 CMS(이자율 스와프) 연계 DLF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주로 팔았다. 영국채 7년물과 미국채 5년물의 금리가 일정 수준이면 조기 상환되거나 만기 상환되는 DLS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구체적으로 3개월마다 두 기초 자산의 종가가 모두 최초 기준 가격의 95%(3개월), 85%(6개월), 75%(9개월) 이상이면 연 3.5% 수익을 지급하며 조기 상환할 수 있다. 만기에는 두 기초 자산의 종가가 모두 최초 기준 가격의 55%(12개월) 이상일 때 연 3.5% 수익을 지급한다.

하지만 만기 때 두 기초 자산의 종가가 최초 기준 가격의 55%(베리어)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손실액수는 기준 가격의 55% 이하일 경우 최소 41.5%부터 최대 96.5%까지 확대된다.

손실 회복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해당 상품의 만기가 주로 2020년까지로 몰렸는데, 이때까지 베리어 가격 이상으로 영국과 미국 금리가 올라간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문제는 현재 두 채권의 수익률 곡선이 완벽하게 우하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이 지난 3월부터 2개월여에 걸쳐 판 독일 국채 10년물 연계 파생상품은 상황이 좀 더 좋지 않다. 독일채 10년물 금리가 –0.25%를 웃돌면 연 4% 쿠폰을 지급하는 조건인데, 만약 0.25% 아래로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해 –0.65%을 기점으로 전액을 날리는 구조다.

이 상품은 만기 6개월의 단기 상품으로 베리어도 없어 오는 9월부터 만기가 도래한다. 만약 1억원을 투자해 손실이 없었다면 약 200만원의 이익을 거두지만, 현 상황으로 만기가 도래하면 투자자는 9800만원을 손해보게 된다.

금리 인하 기조에 리스크 판단 실패

금융권에서는 두 은행이 정상적인 리스크 판단 프로세스를 갖췄다면 이 같은 상품을 팔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선진국 금리가 늦어도 지난해 말부터 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통 금리 연계 파생상품을 판매할 때는 장기적으로 금리 최상단이나 최하단을 기준으로 베리어를 쌓는 식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마련”이라며 “상품을 팔 때도 금리 하락이나 상승 기조에 맞춰 상품을 팔아야 하는데, 두 은행은 이 같은 판단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1266억원 전액 손실 우려가 큰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판매에 대해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금리 변동 추이에 대한 고려 없이 무리하게 단기에 별도의 베리어도 없는 상품을 판 게 문제”라며 “다른 금융사들도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있었지만 내부적으로 판매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두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무리수를 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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