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SK그룹을 필두로 반도체 소재 국산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핵심 소재 국산화 등을 통한 대안 마련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SK 계열사인 머티리얼즈가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에 착수한 것. 이를 계기로 국내 소재 국산화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는 최근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에 전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에칭가스라 불리는 고순도 불화수소는 최근 아베 정권이 경제침략의 일환으로 수출을 규제한 3개 품목 중 하나다. 불산을 정제해서 사용하는 무색액체로, 반도체에서 회로 패턴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는 식각공정과 실리콘 웨이퍼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세정 공정에서 필수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고순도 불화수소 90%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불화수소는 순도가 매우 높아야 하는데 국내산 순도는 파이브나인(99.99999%)에 달하는 일본산에 미치지 못하는 까닭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에서 순도가 얼마나 있느냐가 관건인데 99.99999% 이상의 불화수소는 일본에서만 생산을 하고 있다”며 “소수점이지만 9가 3개 있는 것과 5개 있는 것은 100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기술적으로 격차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고순도 불화수소의 국산화 시도를 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에 따른 SK그룹 차원의 대응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화위복으로 삼기 위해 국산화에 발 빠르게 나섰다는 분석이다.

순도 ‘파이브나인(99.99999%)’ 일본산에 도전

그러나 SK머티리얼즈는 아베의 경제침략에 앞서 일찌감치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SK머티리얼즈는 SK그룹 내 특수 가스 전문 계열사로, 2016년 기준 SK㈜가 지분 49.1%를 보유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의 전신은 전자산업 소재의 국산화를 목표로 1982년 11월에 세워진 대백물산㈜이다. 2008년 OCI에 편입됐다가 2015년 SK㈜가 OCI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517만 8535주)를 4816억원에 인수했다. 2016년 SK㈜가 OCI머티리얼즈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OCI머티리얼즈는 SK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변경, SK그룹 계열회사로 편입됐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LCD 패널, 태양광 전지 제조공정에서 세정용으로 사용되는 NF3(삼불화질소)를 비롯해 SiH4(모노실란), WF6(육불화텅스텐) 등 산업용 특수가스를 제조·판매한다.

SK머티리얼즈의 주요 제품은 삼불화질소(NF3)로, 이 제품은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의 불순물을 닦는 세정가스다. SK머티리얼즈는 국내 최초로 삼불화질소(NF3)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현재 세계 공급량의 40%를 차지하며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SK머티리얼즈가 고순도 불화수소 제조에 나선 것은 그간의 경험을 통한 기술력과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SK머티리얼즈가 가장 잘 만드는 삼불화질소(NF3)의 원료가 바로 불화수소이기 때문이다. SK머티리얼즈는 삼불화질소(NF3)를 국산화한 경험과 함께 지난 10여년 간 불화수소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으로,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은 삼불화질소(NF3)와 WF6(육불화텅스텐)에 이어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준비해오던 차에 일본의 수출 규제 시기와 맞물렸다”며 “샘플이 나오는 시점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가 될 것이고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