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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아베의 치졸한 경제 보복 깰 카드는?
삼성·SK하이닉스, 아베의 치졸한 경제 보복 깰 카드는?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07.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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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소재 일본이 생산 주도...대체제 찾기 어렵지만 '시간과의 싸움'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수출상황 점검회의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주재로 열리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일본의 수출제재 조치까지 겹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인 만큼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오는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3종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 포함시켜 정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던 부품들을 개별 허가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일본 업체가 한국 기업에 이들 부품을 수출 할 때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심사 과정에만 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일본 정부가 자의적으로 수출을 제재할 수도 있는 여건을 만든 셈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는 표면적으로 양국 간의 신뢰 관계가 손상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이라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자 대다수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지난 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서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는 공식 발표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기술개발을 통한 국산화 등 대안 마련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핵심 소재·장비·부품 공급 안정성과 기술역량 확충 등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6월 수출액이 441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5%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뉴시스>

 

포토레지스트 수입 다변화 어려워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에 나선 부품 3종은 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불화폴리아미드 등 3종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식각(웨이퍼에 액체 또는 기체의 부식액을 이용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반도체 회로 패턴을 만드는 과정)공정에서 쓰이는 무색 액체로 불산을 정제해서 사용한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노광(감광액 도포 후 노광 장비를 이용해 마스크에 새겨진 회로를 똑같이 찍어내는 과정) 공정에서 쓰이는 감광액이다. 주로 3D 낸드 양산시 사용된다. 불화폴리아미드는 폴더블 OLED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삼성전자가 출시 예정인 ‘갤럭시 폴드’에도 이 소재가 적용된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이들 3가지 소재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일본이 세계 전체 생산량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업체가 생산하는 포토레지스트와 불화폴리아미드 생산량은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국내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로선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조사들은 일본 수입 심사 기간을 견딜만큼의 재고는 확보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고량에 대해서는 각 사가 공개를 하고 있지 않지만, 약 2~4개월 버틸 정도의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반의 얘기다.

문제는 수출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다. 일부 소재에 한해서는 일본이 주도권을 갖고 있어 대체제를 찾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최악의 경우 국내 제조사들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불산의 경우 일본 스텔라케미파, 모리타케미칼 외에 국내 기업 후성을 비롯해 대만 포모사 등 일부 업체를 통해 대체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포토레지스트 시장은 일본 TOK와 JSR 등이 최신 제품에 들어가는 소재 공급을 주도하고 있어 대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근원적인 대안에 대해서도 확인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을 안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고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진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절차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는 재고를 어느정도 확보했지만 절차상으로 지연이 될 경우 우려스런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불화 수소의 경우 국내업체를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소재지만 포토레지스티의 경우에는 최신 반도체 제품에 들어가는 소재는 일본산 뿐 이라 수입 다변화에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근원적인 대안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슈가 국내 제조사와 소재 업체에 중장기 수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단기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 하지만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급은 공급 과잉 국면으로 국내 제조사가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자국산 소재 비중 확대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