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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브릿지증권, 성과급 덜 주려고 ‘꼼수’ 부리다 패소
골든브릿지증권, 성과급 덜 주려고 ‘꼼수’ 부리다 패소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6.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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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계약 임의 해석해 적게 지급...법원 "원고에 1억3000만원 지급하라"
골든브릿지투자증권(현 상상인증권)이 전 직원의 성과급 계약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돈을 덜 준 데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골든브릿지투자증권(현 상상인증권)이 전 직원의 성과급 계약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성과급을 덜 준 데 대해 법원에서 제동을 걸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최근 증권가에서 이연성과급 지급 문제로 소송전이 잦은 상황에서 또 다른 성과급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해 11월 말 골든브릿지증권의 전 직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성과급을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골든브릿지증권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3년 11월 노사 간 맺은 임금협약에 따라 기존 고정급 체계에서 영업직 성과연봉제와 관리직 수당연봉제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된 임금 체계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A씨는 회사 내 인사팀과 기업개선팀, 법인자산관리팀, 대체중개팀 등에서 일하며 해당 성과급제 적용 대상이 됐다.

문제는 사측이 2017년 7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존 성과급 체계를 일방적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A씨는 개별 성과급 대상자였는데 회사에서 보낸 계약서에는 이를 팀 단위 정산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개별 성과급에서 팀 정산으로 바뀌면 손익분기점이 더 높게 잡혀 성과급이 줄어들게 된다. 영업 과정에서 팀 전체가 쓰는 돈이 성과급 실적 환산 과정에서 비용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사측이 제시한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측은 A씨의 동의 없이 팀 단위 기준 성과급을 지급했다. 2017년과 2018년 1~5월 각각 3300만원, 1억9000만원 상당을 지급했는데, 이는 A씨가 개별 성과급으로 받을 때와 비교해 총 1억3000만원 가량이 적은 것이다. 이에 A씨는 사측이 성과급 체계를 동의 없이 바꿨다며 미지급분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걸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당초 성과급 계약이 팀 정산 방식이었다는 주장을 폈다. 2014년 4월부터 2017년 6월까지의 개별 성과급은 특례에 불과하고, 2017년 7월부터 이를 다시 원래 팀 정산 방식으로 되돌렸다는 것이다.

개별 성과급을 팀 단위로 바꿔 성과보수 줄여

법원은 골든브릿지증권이 성과급 지급 기준을
임의로 바꿨다며 미지급분 1억3000만원을 원고에게
주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에게 1억300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측이 당초 계약에 대해 개별정산이 특례라거나 원래 팀 정산이 맞는다는 걸 직원들에게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맺은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에 따르면 법인영업팀과 채권영업팀에 대해서는 팀 정산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A씨가 일했던 기업개선팀의 경우 이 같은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이후 A씨가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며 사측으로부터 줄곧 개별정산을 받은 것도 A씨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정황 근거가 됐다.

법원은 특히 사측이 대체중개팀을 신설하면서 ‘추후에 팀 성과급 적용에 대해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담긴 내용에 주목했다. 기존 성과급 계약이 개별성과급제가 적용되는 걸 이미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전제로 향후 노사 간 합의를 통한 팀 단위 성과급 전환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골든브릿지증권은 이 판결이 난 후인 지난 3월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에 따라 경영권이 상상인 측으로 넘어갔고, 사명도 상상인증권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이 소송 판결에 따른 책임도 결국 상상인증권 측이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증권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과거 A씨와 같은 팀에 있었던 분들 가운데 비슷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골든브릿지증권 문제를 놓고 상상인증권과 전 직원 간 유사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성과보수 주지 않는 '갑질'로 소송 잇따라 

이번 소송에 따른 책임은 지난 3월 골든브릿지증권을
인수한 상상인증권이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송은 최근 증권가에서 직원들에게 성과보수를 주지 않는 ‘갑질’ 문제와도 결부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이 성과급 미지급으로 인해 10건 이상의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소송들은 이연성과급 제도(성과보수를 3년에 걸쳐 나눠주는 제도)를 적용받는 임직원들이 퇴직할 때 사측에서 이 급여를 주지 않아서 벌어졌다. 소송에 걸린 이연성과급 미지급 액수만 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다수 증권사들이 소송에서 패소하고 있다.

이번에 골든브릿지증권에서 문제가 된 팀 단위 성과급의 경우 이연성과급 관련 소송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사측이 성과급 제도를 악용해 직원들에게 줘야 할 보수를 주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이번 팀 성과급 적용에 따른 보수 미지급 건은 아직 그 사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고, 피해 당사자라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개별 성과급제에서 팀 성과급제로 전환한 몇몇 증권사에서 향후 이번 소송과 같은 여지가 많은 것이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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