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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맛집’ 기사에 낚여 가족 외식을 망쳤다
‘가짜 맛집’ 기사에 낚여 가족 외식을 망쳤다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9.06.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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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시대의 넘쳐나는 낚시성 맛집 정보
코미디TV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먹방 ‘맛있는 녀석들’ 촬영 모습. 뉴시스
코미디TV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먹방 ‘맛있는 녀석들’ 촬영 모습. <뉴시스>

요즘 지상파TV, 케이블TV, 종편TV는 물론이고 유튜브에서 조차 인기리에 방송하고 있는 콘텐츠가 있다. 이른바 ‘먹방’이다. ‘먹는 방송’ 즉, 맛있는 음식과 식당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본인의 현재 위치가 입력되어 있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근처의 맛집을 소개하는 정보가 즉시 올라온다. 실로 편리한 세상이다. 그 정보가 진짜이기만 하다면 말이다.

얼마 전 일이다. 아내가 피곤해서 저녁 식사 준비하기가 힘들다며 외식을 하자고 한다. 그리고는 맨날 가던 음식점만 가지 말고 오늘은 새로운 곳으로 가 보자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집 근 처 맛집을 검색한다. 그랬더니 차로 15분 정도 거리 에 새로 오픈한 맛집이 있다고 무조건 그곳으로 가보자고 한다.

차 타고 가면서 들은 얘기는 두부전, 생선전 등 부침개 위주의 식당인데 블로그에 있는 가 본 사람들의 후기 평들이 매우 좋다고 한다. 20분쯤 후 이윽고 우리 부부는 내비게이션의 친절한 안내로 동네 후미진 곳에 위치한 그 음식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맛집이라 손님이 많을 줄 알았는데 주인과 그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 밖에 없지 않은가. 왠지 기분이 이상했지만 하여튼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본 그 식당 대표 음식을 주문했다. 그랬더니 주인 아저씨는 “이제 그 메뉴는 팔지 않으니 다른 음식을 주문하라”고 한다. 실망한 우리는 서로 눈짓을 교환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그 곳을 나왔고 결국 예전에 가본 적 있는 근처의 다른 음식점으로 옮겨 갔다. 한 마디로 맛집 블로그 낚시 바늘 에 낚인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은 인터넷이 발달해 편리한 점도 많지만 도처에 가짜 정보가 판치는 세상이라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가짜 맛집 정보는 과거 오프라인 언론 시대에도 엄연히 존재했다.

맛집 블로그 낚시 바늘에 낚이다

십수년 전 일이다. 강원도 속초 근처로 여름 휴가를 다녀 온 적이 있다. 출발하기 전, 매번 그만그만한 수준의 호텔 음식을 피하고 그 지역 별미를 맛보기 위해 근처의 유명 음식점을 알아 보았다. 마침 어느 월간 잡지에서 특집으로 동해안 휴가지의 유명 맛 집을 소개한 것을 보고 음식점 리스트를 미리 챙겨 두었다. 그리고 휴가지 도착 다음 날, 필자는 가족 에게 큰 소리치며 그 잡지에서 추천한 음식점 중 한 곳을 택시를 대절해 갔다.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없던 시절이라 물어 물어 갔던 기억이 난다.

두부 전문 음식점이었는데 산골 구석에 위치해 있었지만 우리처럼 다들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왔는지 전국 각지에서 온 피서객들로 붐벼 보였다. 몇 십 분 기다리다 겨우 자리를 잡고 잔뜩 기대하며 음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평균 이하의 음식 맛과 서비스 수준은 차치하더라도 반찬 이곳 저 곳을 윙윙대며 분주히 날아다니는 파리들을 목격 하고선 왕복 택시비조차 아까울 정도였다. 가족들의 실망한 모습을 보고 자연 그런 곳을 버젓이 추천한 그 잡지에 대한 원망의 마음까지 갖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맛있는 음식점 소개 기사의 경우 음식 전문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체험한 것도 있지만, 직접 가보지도 않고 그야말로 광고 판촉 차원에서 광고비를 받고 음식점에서 제공한 자료를 기사처럼 쓰는 소위 ‘기사식 광고 (Advertorial)’를 일부 매체에서 집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그것은 정식 보도가 아니라 독자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광고였던 것이다. 한 마디로 그때도 가짜 뉴스에 낚인 것이다.

독자나 시청자는 자신이 신뢰하는 신문과 방송의 기사를 대부분 그대로 믿는다. 그러나 아무리 큼지막한 글자로 현란하게 포장돼 있더라도 광고 문구라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음식점에서 한번 광고를 집행했다고 해서 당장 찾아가지는 않지만 ‘이 음식점이 맛있다’는 기사 한 줄, 방송 한편이 보도되면 우르르 몰려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일회성 구매가 아닌, 말 그대로 한번 선택이 10년을 좌우하는 가구,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고가의 상품일 경우는 더 더욱 그러할 것이다.

40여 년 전통의, 규모는 작지만 기자와 홍보맨 세 계에서 소문난 어느 음식점 주인의 말이 기억난다. “나는 언론사에서 취재를 하러 온다고 하면 극구 사양하고 있습니다. 몇년 전 모 유명 주간지에 맛집으로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 기사를 본 새로운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단골 고객들이 불편해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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