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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조파괴' 기업 출신 본부장 영입..노사갈등에 기름 붓나?
르노삼성, '노조파괴' 기업 출신 본부장 영입..노사갈등에 기름 붓나?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5.09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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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오 인사·노무 출신, 새 교섭대표 선임...노사협상 ‘자충수’ 우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간 임단협 협상이 사측의 교섭대표 교체 카드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간 임단협 협상이 사측의 교섭대표 교체 카드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르노삼성>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8일 교섭대표를 이상봉 인사본부장에서 윤철수 신임 인사본부장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1년여 간 지지부진했던 협상에 어떤 변화가 올지, 과연 이번에는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인사·노무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윤 본부장의 과거 이력으로 인해 협상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노사는 27차례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았고 이 과정에서 62차례(250시간) 부분파업이 발생하면서 2806억원 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르노삼성 문제는 부산 지역경제와 한국 자동차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회적 관심도 높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 본사인 르노 측이 부산공장 폐쇄를 목적으로 협상을 결렬시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르노삼성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계속 추락하고 있는 매출을 잡기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교섭대표를 맡았던 이상봉 본부장은 세일즈맨 출신인데 그가 다시 본연의 업무인 판매부문 쪽으로 자리를 옮겨 판매 부진 탈출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임단협 해결 보다는 판매 실적 향상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르노 측도 지원사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7일 르노그룹 AMI태평양 지역본부 패브리스 캄볼리브 회장은 본부 소속 2만1000여명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본부 개편 이후 첫 번째 행선지로 한국을 지목했다고 르노삼성은 밝혔다.

르노삼성차는 3개 대륙, 100개 이상 국가가 포함된 AMI태평양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캄볼리브 회장은 “지역본부에 속한 인도, 모로코, 알제리, 한국 등 수출 국가들이 겪고 있는 수출 지역 확대 문제를 지역본부가 도울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르노삼성차는 지역본부 내에서 주요 연구시설과 생산시설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곳으로 부산공장 노사 이슈가 잘 해결된다면 충분히 재도약의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노조파괴’ 논란 발레오 출신 영입

2016년 2월 19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해고 노동자 4명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공정한 판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시스
2016년 2월 19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해고 노동자 4명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공정한 판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시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놓고 노사 갈등이 더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새 교섭대표로 선임된 윤철수 인사본부장은 경북 경주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회사 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발레오) 출신으로 이번에 새로 영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레오는 프랑스 발레오그룹 산하 기업으로 1999년 만도기계 경주공장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 강기봉 사장은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2017년 6월부터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재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구속은 면한 상태다. 강 사장은 현재 상고심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레오 노동조합은 기업별 발레오경주노조 401명과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77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10년 발레오가 직장폐쇄 등으로 노동자 28명을 해고하고 263명을 징계한 이른바 ‘발레오 사태’였다. 그 이후에도 회사는 크고 작은 노사 갈등이 지속됐고 한 지붕 두 노조 사이의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에는 대법원 판결로 발레오 사태 해고노동자 28명 전원이 복직되기도 했다. 발레오 노조는 지난 3월 21일, 9년 만에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9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로 파업의 근거를 마련해 놓게 됐다.

이렇듯 노사 간 갈등이 심했던 기업, 더구나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가 르노삼성에 와서 과연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윤 본부장이 발레오에서 바로 넘어오신 게 아니라 예전에 발레오에서 근무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본부장님이 과거 발레오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1992년 발레오에 입사해 2002년 6월까지 10년여 간 인사부서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여러 회사에서 인사노무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측은 윤 본부장이 발레오 출신이지만 '노조파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 테이블에 직접 윤 본부장과 대면해야 하는 르노삼성차 노조는 “그분이 발레오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세한 이력은 사측에서도 알려주지 않고 있고 알아내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르노삼성 노사는 오는 14일부터 임단협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노조 내부에서는 “사측이 지난번 교섭위원인 제조본부장을 교체했을 때도 태도에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이라고 다르겠는가”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교섭대표 교체 카드가 르노삼성 노사갈등 해결에 ‘신의 한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