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형 전 회장 뜻 받들어...세아그룹 우애 깊은 '사촌경영'
이운형 전 회장 뜻 받들어...세아그룹 우애 깊은 '사촌경영'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4.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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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 장남 이태성 부사장, 이순형 회장 장남 이주성 부사장 역할분담 시너지 높여
세아그룹은 고(故) 이운형 전 회장의 장남 이태성(왼쪽) 부사장과 이순형 회장의 장남 이주성 부사장이 각각 특수강 사업부문과 강관 사업부문을 이끄는 '사촌경영' 체제를 일찌감치 구축하고 사업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세아홀딩스
세아그룹은 고(故) 이운형 전 회장의 장남 이태성(왼쪽) 부사장과 이순형 회장의 장남 이주성 부사장이 각각 특수강 사업부문과 강관 사업부문을 이끌며 '사촌경영'을 하고 있다.<세아홀딩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세아그룹이 지난해 9월 세아제강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따른 경영 승계 절차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촌경영’을 하면서 과연 3세들 중 누가 경영권을 잡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세아그룹 내부에서는 세아제강의 지주사 전환은 단지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것일 뿐 기존과 달라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2013년 이운형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형제의 난’ ‘왕자의 난’ 등과 같은 재벌가에서 흔히 일어나는 경영권 다툼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고(故) 이운형 전 회장의 동생인 이순형 회장이 그룹 경영을 책임지면서 흔들림 없이 안정적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창업 때부터 이어져 오던 기업의 핵심가치인 ‘정직’을 바탕으로 ‘정해진 기준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윤리경영에 충실한 세아인의 참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이운형 전 회장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아그룹의 ‘정직·열정·실력’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가 현재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철강업계에선 그 이유를 이운형 전 회장이 그룹 비전 제시,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관계 정립에 주력하고 동생 이순형 회장이 주로 내부 살림을 꼼꼼히 챙기는, 이른바 우애를 바탕으로 하는 ‘형제경영’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순형 회장이 형의 작고 뒤 형제경영에서 ‘가족경영’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며 경영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2001년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고 지분 증여를 마무리해 분쟁의 여지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 이운형 전 회장이 세아베스틸 신년음악회에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생전에 문화 예술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아홀딩스
고(故) 이운형 전 회장이 생전에 세아베스틸 신년음악회에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세아홀딩스>

 

고(故) 이운형 회장의 ‘겸손’ 리더십

세아그룹은 지난해 매출 6조9585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이중 세아홀딩스 5조1768억8900만원, 세아제강지주 1조7816억8900만원을 차지한다. 포스코 64조9777억7700만원, 현대제철 20조7803억8200만원에 이은 철강업계 3위를 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세아그룹의 재계 순위는 40위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재계 순위나 매출액 때문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 깨끗한 기업 이미지, 정도 경영, 수평적 조직문화 등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아그룹 임직원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이운형 전 회장은 탁월한 리더십과 변치 않는 겸손함으로 큰 족적을 남긴 ‘철강업계의 신사’로 불렸다.

이운형 전 회장은 큰 조직을 이끌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과 더불어 자상한 아버지처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신뢰를 쌓았다. 실제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전 회장이 평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탈 땐 문을 잡아주고, 신입사원을 귀한 손님처럼 맞이하며 그들이 그간 겪었을 취업의 고충을 위로해 줬다. 마주치는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만나면 먼저 안부를 묻고,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현장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려 했던 게 임직원들이 회사에 충성하는 동기부여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 전 회장이 남긴 어록도 회자되고 있다. 2011년 하반기 공채 신입사원 입문과정 입소식에서 그는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덕목은 ‘감사’와 ‘겸손’의 마음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 선후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우리 세아를 1위 기업으로 만드는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제경영’에서 ‘사촌경영’으로

세아그룹은 1995년 본격적인 그룹체제를 갖췄다. 부산파이프(세아 전신)는 그해 1월 1일 이운형 그룹 회장을 추대하고 이순형 그룹 부회장을 선임해 21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체제로 정식 출범했다. 이듬해 1월 그룹명을 지금의 세아로 변경했다.

이운형 회장·이순형 부회장의 형제경영은 3세대의 경영수업으로도 이어졌다. 자녀를 직접 경영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게 할 정도로 신뢰와 우애가 깊었다.

2001년 7월 그룹 지주사인 세아홀딩스가 출범할 당시에도 이운형 회장, 이순형 부회장, 이태성(42·이운형 전 회장 장남) 부사장, 이주성(42·이순형 회장 장남) 부사장의 지분을 균등하게 나누며, 세아만의 형제경영을 실천함과 동시에 3세사촌경영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2013년 이운형 그룹 회장이 해외 출장 중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경영공백이 우려됐으나, 그동안 다져온 형제경영의 바탕 위에 이순형 부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아 회사 경영을 안정시켰다. 이운형·이순형 형제경영에서 이태성·이주성 사촌경영 체제로 연착륙하고 있는 것은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명확한 역할 분담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세아그룹은 세아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특수강 사업과 세아제강지주를 중심으로 한 강관사업 두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특수강 사업은 이태성 부사장이, 강관사업은 이주성 부사장이 각각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 이순형 회장은 그룹의 두 축인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 등기이사로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순형 회장을 그룹 총수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불황, 해외 판매 비중 높여 극복

이태성 부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특수강사업은 캡티브 마켓을 보유한 거대경쟁사(현대제철)의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세아베스틸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주력인 자동차 제품 이외에도 에너지 산업, 건설 및 중장비베어링강 판매 비중을 늘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하고 있다. 아울러 전략 거점 지역의 판매를 확대하고 글로벌 고객사와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 물량 체계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세아베스틸의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판매 비중은 2016년 13%대에서 2018년 23%까지 성장했다.

이주성 부사장이 경영하고 있는 강관사업은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무역확장법(sec 232조) 발효로 국내 모든 철강사들이 대미 수출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세아제강은 2016년 미국현지 생산법인 SSUSA를 설립해 현지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국 이외의 신시장 개척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아그룹 마포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통합사옥 전경. 그룹 거의 모든 계열사들이 이 건물안에 입주해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서울 마포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세아그룹 통합사옥 전경. <인사이트코리아>

 

사촌경영이 가시화 하면서 일각에서는 향후 계열분리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특히 2018년 9월 세아제강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추측이 힘을 받기도 했다.

세아제강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강관사업부문의 전략적 해외법인 관리 및 투자와 제조의 분리를 통한 경영 효율성 측면이 강하다는 게 세아그룹의 설명이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 각 사의 지배구조를 명확히 하게 돼 장기적으로는 3세 경영인들의 안정적 책임경영 및 독립경영을 뒷받침 하는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특수강 사업과 강관사업은 철강분야라는 동일한 섹터로 세아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계열 분리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