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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만 찍고 오는 봉사활동 왜 하나?
기념사진만 찍고 오는 봉사활동 왜 하나?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3.3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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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원은 가치 있는 일에 승부 걸어야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에게 일은 삶의 중심이다. 직장인은 일상의 삶과 관련된 여러 영역 중에서 직장에서의 업무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할 정도로 업무는 직장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많은 사람이 일하는 목적으로 ‘돈’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재산이 많은 사람도 일하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하는 목적이 반드시 돈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직장인이 자기 일에서 가치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자기 일이 가치 있다고 인식하는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근심과 스트레스가 적다는 사실이 학자들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미국에서 직장인이 직장을 선택할 때 일의 의미가 수입, 직업 안정성, 승진이나 근무시간보다 우선하지만, 업무의 속성과 능력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일부 회사에서는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원을 ‘부서에서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조직원에 대한 이런 방식의 평가는 조직과 조직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직원이 수행하는 업무는 회사 이익과 직접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회사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업무가 생산이나 영업이지만, 이 두 업무를 선호하지 않는 조직원이 여전히 많다. 이와는 반대로 인사나 기획과 같은 업무는 상대적으로 많은 조직원이 선호하는 분야다. 조직원의 선호도가 낮다고 회사에 미치는 영향도 적은 것은 아니다. 이는 조직에서 생산이나 영업의 가치를 낮게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조직이나 조직원의 마음 속에는 업무 가치에 대한 상대평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의 가치 찾지 못할 때 조직갈등 키워

업무의 가치에 대한 편견은 조직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조직원이 인사나 기획업무를 선호한다는 의미는 많은 조직원이 그 업무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원도 있겠지만, 기존 조직원을 쫓아내고 자신이 그 부서로 옮기기 위해 그 부서의 부서원을 모함하거나 뒷담화를 하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특정 부서에 대한 자리다툼이 심할수록 조직에는 조직 갈등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원봉사다. 2007년 태안에서 유조선이 충돌하면서 흘러나온 기름이 아름다운 태안 해변을 오염시키자 많은 사람이 자비를 들여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이들은 자원봉사하는 동안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자신들의 자그마한 힘이 오염된 해변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자발적으로 열심히 참여했다. 아무런 대가도 없는 자원봉사 활동에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참여자들이 ‘봉사활동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봉사활동과 같이 일의 가치를 인식할수록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봉사활동과 업무에서의 태도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자율성이다. 인간 본능 중에는 자율성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자율성’은 공권력이나 사적 집단의 부당한 강압이나 유혹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이다. 자율성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봉사활동에 참가한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반면 상사의 지시로 일을 하는 경우 자율성이 박탈당하면서 수동적이 되고, 책임감도 없어지게 되면서 생산성이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상사 중 몇몇은 부하의 자율성을 박탈해 부하가 자기 일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모든 상사는 능력이 뛰어난 부하와 함께 일하기를 바라지만 상사의 바람과는 달리 부하의 업무 능력에는 분명히 편차가 있다. 상사는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부하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에 다른 부하와 비교하기도 하고, 부하를 야단치면서 자신의 지시대로 일하기를 요구한다. 상사의 이런 방식은 부하의 자율성을 박탈하게 되고, 그로 인해 부하의 책임감 또한 줄이게 된다. 자기 일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지 못하는 부하는 수동적으로 변하고, 상사는 부하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질책하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부하를 대하는 상사의 부정적인 태도는 부하가 조직이나 상사에게 반발심을 갖도록 만들기도 하고, 자기 일에 대한 가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기 일에서 가치를 찾지 못하는 조직원은 조직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부하가 상사로부터 야단을 맞으면 부하는 상사의 질책이 정당하다고 머리로는 인정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서운함과 분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상사의 질책이 심하고 빈번할수록 상사와 부하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게 되고, 감정의 충돌까지 발생할 수 있다. 스트레스 수준이 올라갈수록 서로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높아지게 된다. 상사는 부하를 질책하면서 부하의 업무 능력에 그치지 않고 부하의 인격까지 비난하게 된다. 상사는 “당신을 보니까 그 대학 수준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부터 “당신 부모가 걱정된다”라는 말까지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말까지 하며 부하를 비난한다.

부하도 상사를 비난하기에 바쁘다. 부하가 상사를 공격하는 가장 흔하고 쉬운 방법은 ‘뒷담화’다. 부하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과 모여 상사를 비난하게 된다. 이럴 때 상사에 대한 비난 포인트는 상사의 말이나 태도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혹은 상사의 출신학교 등으로까지 비난의 범위가 넓어진다. 상사를 비난하던 부하가 상사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란 쉽지 않다. 상사와 부하가 서로를 불신하게 되면 조직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고, 다른 조직원에게도 영향이 미치게 되면서 조직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리더 모두 조직원이 자기 일에 가치를 느끼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얼마 전에 대기업에 다니는 후배를 만났는데, 후배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불만이 많았다. ‘회사에서는 부서별로 봉사할 곳을 정하고, 매월 봉사활동을 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다만 도배와 같은 작업을 하기에는 부서원들의 능력이 부족하고, 충분한 시간이 부족해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비용을 내고 작업을 부탁하고 전문가가 작업을 마치면 부서원들은 형식적으로 뒷정리를 하고 사진만 찍고 온다’는 것이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후배는 이런 형식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후배는 봉사활동이 외부 홍보 목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형식적인 봉사활동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 자체가 아깝다고 흥분했다. 이런 형식적인 봉사활동은 봉사활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봉사활동을 꺼리는 원인이 된다.

가치 없는 일은 없다

사람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때 시간이나 에너지를 쏟게 된다. 조직원은 봉사활동이 형식적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봉사활동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어 봉사활동에 자원을 투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만약 조직에서 봉사활동을 계속 강요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하게 될 것이다, 저항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 ‘몸 따로 마음 따로’이다. 몸은 봉사활동 장소에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조직과 조직원 모두에게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리더와 조직원 모두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리더는 조직원이 스스로 업무 가치를 찾도록 도와야 한다. 조직원에게 주어진 일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누군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부서의 업무를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고,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되는 업무를 하지 않는다면 부서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누구나 안다. 그러므로 리더는 비중이 떨어지는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원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

리더가 이런 조직원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회의자료를 전담해 복사하던 조직원이 그만두면 그 사람보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 조직원이 해야 하므로 회의자료 복사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리더는 부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음을 조직원에게 계속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다. 리더의 이런 노력은 ‘내가 하는 일이 조직에 도움이 되는구나’라고 부서원의 마음속에 새겨지고, 부서원은 주어진 일에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부서원도 자기 일에서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조직원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업무에 대한 대가를 기대한다. 가장 흔한 것이 ‘금전적인 보상’이나 ‘승진’이다. 조직원이 이런 대가를 바라면서 일을 하게 되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보람이나 자신감과 같은 심리적인 보상은 멀어지게 된다. 또한 일에서 보상을 바라는 조직원은 ‘남이 알아주는 일’에만 관심을 둘 가능성이 커져 다른 조직원과의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크다.

특정 업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수록 조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인력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모든 조직원이 인사나 기획업무만 선호하고, 생산이나 세일즈를 거부하면 그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부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서의 업무 중에도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하는 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일을 하는 부서원이야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만, 나머지 조직원은 ‘상사가 나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해 업무에 소홀하거나 좌절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조직원의 수가 많을수록 그 조직의 성과나 생산성은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조직원 모두는 자기 업무에서 가치를 찾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외과 의사처럼 수술을 통해 즉시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경우라면 자기 일에서 가치를 발견하기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조직원은 외과 의사와 같이 일에서 가치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고객이 눈앞에서 자신에게 욕을 하는 세일즈맨이 자기 일에서 가치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일에서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

일에서 가치를 찾은 조직원과 그렇지 못한 조직원의 태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조직원은 자기 일이 조직이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하찮은 업무를 하더라도 정성을 다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조직원은 형식적으로 업무를 하게 된다. 형식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원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실망과 좌절뿐이다.

조직에서의 모든 일에는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조직원은 자신이 수행하는 단순하고 간단한 일이라도 고객의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고, 동료 조직원을 어려움에서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조직원이 이런 인식을 자주 할수록 자기 일의 가치를 더 쉽고 빨리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조직원은 일이 조직원이나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찾아보자. 아마도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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