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트럼프는 왜 푸틴에게 꽉 잡혔나
천하의 트럼프는 왜 푸틴에게 꽉 잡혔나
  • 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승인 2019.01.31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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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궁색한 거짓말과 푸틴의 협상력
지난해 7월 16일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단독 정상회담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인삿말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정상은 곧 기자들이 나간 뒤 120분 동안 통역만 배석한 채 이야기를 나눴다. 뉴시스
지난해 7월 16일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단독 정상회담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정상은 곧 기자들이 나간 뒤 120분 동안 통역만 배석한 채 이야기를 나눴다. <뉴시스>

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개최된 미·러 정상회담이 2시간가량 공식적으로 진행된 후, 푸틴의 제의로 모든 보좌관들을 물리고 트럼프와 푸틴의 석연치 않은 단독 비밀 회담이 장장 2시간이나 이어졌다.

석연치 않다고 하는 이유는, 무려 2시간이나 회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얘기를 어떻게 했는지 형식적인 몇 마디 외에 트럼프 대통령이 통 입을 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 특유의 믿어 달라는 표정을 지으며, 푸틴은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얘기했기 때문에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길 바랐다”고 인정하면서 그러나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전면 부인했다. 또한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는 러시아와 미국이 위기 해결을 위해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트럼프는 강력하게 반대하는 매티스 국방장관을 경질하면서까지 시리아에서 미군의 전격 철수를 명령했다. 이 철수 명령에 대해 미국방부와 의회의 반발이 얼마나 거셌는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일사천리로 진행해 버렸다. 미군과 함께 시리아 사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중해와 아라비아 반도 주위에 함께 군대를 배치하고 합동작전을 전개 중이던 영국 등 서방 연합군들도 황당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미군의 시리아 철수는 러시아 이익에 부합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확장을 확실하게 저지하는 데 가장 핵심적 전략거점인 시리아에 대한 봉쇄와 압박을 강화해도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러시아의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장악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터키와 연대해 지중해 지역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통제력을 증대시킴으로써 결국 지중해를 둘러싼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지역에 까지 걸친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 배치로 인해 유럽까지 위협받게 되는 상황 전개가 명확하기에 서유럽 역시 당혹해 하고 있다.

왜 갑작스레 철군하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는 “문제의 시리아 내 ISIS를 충분히 격퇴했기 때문에 더 이상 미군이 시리아에 머무를 이유가 없으며, 사실 시리아에 미군을 파견한 것도 대선 때 공약을 지키기 위한 것 이외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도대체 미국민들에게 말하는 것 같지도 않고, 도대체 누구 보고 들으라는 건지 모를 답변을 뱉고서 황급히 자리를 뜨는 모습이 뭔가 단단히 꿍꿍이(?)가 있는 모습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필자의 전망으로는 미국과 서방진영은, 좋든 싫든, 정상적인 판단이라고는 믿기 힘든 미군의 시리아 철군과 같은 납득하기 힘든 트럼프의 행동을 앞으로 종종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근거는, 트럼프의 목줄을 죄여 오는 탄핵조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푸틴이기 때문이다.

푸틴의 지난 미국 대선 개입 증거 방출시 가뜩이나 사면초가 위기상황의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 타격은 심각 수준을 넘어 치명적일 수 있다. 푸틴의 입이야말로 트럼프로선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 것이다. 즉,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및 기업인 시절 러시아 방문 중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여러 굵직굵직한 추문들과 불법행위들에 대해 함구하는 조건으로, 트럼프의 러시아 대외 군사·외교노선에 대해 물밑 지원 및 지지 행동이 서서히 본격화되고 있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미군의 시리아에서의 철수인 것이다. 믿기지 않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면 어떨까.

트럼프는 과연 왜 시리아에서 부랴부랴 미군을 철수하려고 하는가? 미군의 시리아 철수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결론은 ‘아니다’이다. 그럼 누구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한다’가 정답이다.

지중해로의 마지막 출구인 시리아가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외교적 영향권에 놓이면, 러시아로선 더 이상 아랍중동 접경지 전초기지를 갖지 못해 미국과의 지역 패권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시리아에서 미국에게 밀리면, 터키 등 주변국에서 힘들게 구축해 온 미국의 영향권 약화 전략에 막대한 장애가 초래된다.

반대로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수만 해주면, 시리아 뿐 아니라 터키 등 주변국을 통한 러시아 연합세력의 군사적 외교적 단합이 공고화 되는 절차를 밟아, 지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애를 태웠던 이란까지 러시아 세력의 연결 고리를 잇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아랍국가들에 대한 확고한 연합세력 및 이라크 전쟁 승리로 획득한 前 親러시아 성향의 페르시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증대를 저지하고 親러시아 진영 재구축에 결정적 기여를 할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아 사태에서도 나타났듯이 지중해에 상시 주둔해 있던 미국과 영국 등의 해군과는 달리 러시아 해군은 저 멀리 북해에 주둔 중이던 북해 함대를 지중해까지 끌고 오느라, 자칫 미국과 영국의 함대가 지중해 진입을 막았더라면, 그리고 미국과 서방연합군이 시리아 주둔 러시아 지상군과 공군력에 대해 압박 강도를 높였더라면 군사력 열세를 감당 못해 시리아에서 철수하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가 될 공산이 상당히 컸다.

미국의 일방적 영향력 우위 축소

시리아에서의 러시아 주둔군의 철수 혹은 약화는 터키의 친러시아 움직임마저 위축시켜, 결국 지중해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을 완전히 솎아내는 결과까지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거의 실현을 눈 앞에 둔 상황이었던 것이다. 역으로 푸틴은 그만큼 다급했고, 현실적인 대응책이 전혀 없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던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가 푸틴의 백기사로 등장, 미군을 전격 철수시켜 준 것이다.

이제 지중해는 다시금 러시아의 내해로 러시아 해군이 편안하게 사용할 유럽의 해상관문으로서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이며, 따라서 미국과 서유럽 및 아프리카 국가들은 쫓아냈던 패륜아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골치 아픈 러시아를 상대해야 하게 되었다.

여기서 트럼프의 거짓말이 드러난다. 러시아의 중동지역 진입의 길목을 차지하고 있어 전략적 핵심 지역인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의 이유가 ‘돈’을 아끼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왜 부자나라인 유럽국가들을 위해 미국이 돈을 써야 하는가 라는 얘기다. 언뜻 보면 한국에서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 방위비 협상 역시 같은 맥락으로 비쳐질 수 있고 일관성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로는 미국의 셰일 석유가 대박이 나, 석유 자립을 완전히 이룬 미국으로선 이제 더 이상 안정적인 중동산 석유 수입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반세기 동안 막대한 군사비용과 미국 젊은이들의 피로 지켜온 중동에서의 군사적 우위 확보 전략이 급속히 그 생명력을 다해 가는 까닭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We support the government of Syria in its effort to counter terrorist aggression.”

(President Vladimir Putin, 2015)

트럼프의 미군 철수로 푸틴이 얻은 것은 우선 지중해 진출로와 거점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확고한 우방국 확보이다. 트럼프가 푸틴의 조종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할 지경이다. 러시아로서는 이집트, 리비아, 심지어 이라크마저 미국의 영향력 아래 놓인 상황에서 시리아마저 미국이 접수하면 러시아의 지중해 진출로는 차단돼 친러시아를 표방한 시리아 아사드 정부를 유지할 필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지중해에 대한 영향력이 급격히 축소될지 모르는 위기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시리아만 친러시아 진영으로 굳어질 수 있다면, 점점 탈 서방조짐을 보이며 러시아로 기울고 있는 터키와 함께 지중해에서의 러시아의 영향력을 획기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미국 등 서방의 침묵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중에.

푸틴의 ‘이이제이(以夷制夷)’ 협상술

협상 테이블에서 골치 아픈 적은 제거하라는 것이 협상의 기본 원칙이다. 사사건건 러시아의 중동 진출을 가로막는 미군의 주둔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매티스 등 강경 군사지도자들을 과감하게 내보내는 트럼프가 푸틴은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상대의 약점을 알면 그때부터는 상대의 덩치가 얼마나 큰 지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협상에서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라는 말이 왜 성배처럼 여겨지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 구소련 시절의 KGB에서 잔뼈가 굵어, KGB 수장을 거쳐 러시아의 현대판 짜르라고 불리는 푸틴의 덫에 단단히 걸려 든 트럼프. 지난 미 대선에서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막강한 힐러리 클린턴을 선거 막판, 갖가지 부정과 공직자 윤리 위반 및 국정을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결정적 증거로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푸틴의 러시아가 도와 줬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트럼프 반대진영의 탄핵촉구 논리다.

협상에서 위협이 언제나 먹히는 건 아니다. 자칫 섣불리 위협했다간 반발은 물론, 위협했다는 그 자체에 대해 보복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협은, 특히 상대의 신상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상대를 고분고분하게 내 말 잘 듣는 양으로 만드는 최고의 묘약이다.

즉, 인간의 심리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는 자기 보호본능을 건드리면 어지간하면 대부분 무릎을 꿇게 된다. 미국의 금주령 시대에 시카고의 어두운 세계를 주름 잡았던 스카페이스(Scar Face : 그의 얼굴에 난 흉터 때문에 얻은 별명)가 한 말처럼, “최고의 협상은 상대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나서, 내가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푸틴이 트럼프에게 가하고 있는 위협이 바로 이런 류의 협박인 것 같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탄핵의 위기에서 살아남아 재선에 도전하기 위해선,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되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준 푸틴의 폭로를 막는 것이 급선무이고, 이런 상황에서 푸틴의 요구를 적정하게 수용하는 것이 트럼프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정말 센세이셔널하다. 지구상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의 치명적인 약점을 한 손에 움켜쥐고,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를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조종해 세계 최강 미국의 군대와 외교를 움직이는 푸틴. 과연 미국은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얼마나 현명하게 조율해 나갈 것인가? 아니 러시아의푸틴을 조종하는 건 트럼프와 트럼프를 둘러싼 미국 최고의 수뇌들일까?

앞으로 트럼프와 푸틴의 숨바꼭질이 사뭇 궁금하다. 특히 남북미 협상을 진행 중인 우리로선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할 전망이다. 이유는, 러시아의 동북아시아 순망치한 대상이기도 한 북한에 대한 실질적 고강도 군사적 압박 시행 가능성 약화로, 오히려 협력적 남북협상 북미협상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말로는 트럼프의 강도 높은 군사적 외교적 압박 분위기가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2년후 재선일정에 맞춰진 트럼프의 공식적 협상시계로 인해 북미협상의 진행시계 역시 대선 일정에 맞춰 늦춰지는 게 아닌가 점쳐지는 시점이다. 다만, 최근 북미 고위실무회담이 실행되고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인 태도를 비침으로써 의외로 급진전 양상도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나라는 희망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미 핵협상 타결은 트럼프의 재선 성공에 핵심적인 성과일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트럼프에 대한 탄핵 조사의 대중적 관심을 따 돌리고 희석시킬 수 있는 최고의 정치외교적 핫이슈이므로, 적정 시점 혹은 미국 내 정치적 위기상황의 악화로 인한 궁지로 몰리면 전략적으로 최대 쟁점화를 통해 합의타결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높다. 여하튼 푸틴과 트럼프의 스캔들은 우리로선 뜻밖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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