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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정규직 전환 일방적 표결 강행 논란
산업은행, 정규직 전환 일방적 표결 강행 논란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8.12.21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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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설립 후 간접고용안' 가결...비정규직 노조 "노사 합의 없이 사측 안 밀어붙여"
KDB산업은행이 정규직 전환 관련 ‘자회사 설립 후 간접고용’ 관련 표결을 강행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강력 반발에 나섰다.뉴시스
KDB산업은행이 정규직 전환 관련 ‘자회사 설립 후 간접고용’ 관련 표결을 강행,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KDB산업은행이 비정규직(용역·파견직) 노동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회사 설립 후 간접고용’ 관련 표결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2일 정규직전환 협의기구 21차 회의에서 ‘자회사 방식’ 안건을 상정해 표결에 붙였다.

그 결과 ▲찬성 12표(산업은행 측 대표단 6명, 산업은행 정규직 노조 대표단 2명, 산업은행 측 선정 전문가 3명, 정규직 노조 측 선정 전문가 1명) ▲기권 1표(파견직 노조 대표단 1명) ▲투표 거부 5표(용역직 노조 대표단 4명, 용역직 노조 측 선정 전문가 1명)로 가결됐다.

이날 용역노동자 대표단 4명은 일방적인 사측의 표결 강행에 반대하며 회의에 불참했고, 용역직 노조 측이 선정한 전문가 1명은 회의 도중 자리를 뜬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산업은행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용역직 460명(시설직군·미화직군·경비직군), 파견직 44명 등 총 504명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30일 노사전(노동자·사용자·전문가) 협의기구 1차 회의를 시작했다.

노조 "협의기구 구성원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용역직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표결을 진행해 자회사 간접고용안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한다. ‘표결’ 안건은 당초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란 입장이다.

남용진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산업은행분회장은 “지난 20차 회의에서 협의기구 위원장인 산업은행 인사부 부장이 갑자기 다음 회의 때 표결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고, 이에 용역 및 파견직 대표단이 반대했지만 그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조(용역·파견직)가 표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인력 전문 자회사’라는 자회사의 성격 자체가 사실상 용역업체와 같다는 것이다. 인력 전문 자회사에 간접고용 될 경우 해당 비정규직 직군의 특성상 자생력이 없기 때문에 모회사인 산업은행의 발주를 받아서 움직이는 구조로 경영될 가능성이 크고,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해야 할 상황이 올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수 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일각에선 “인력 전문 자회사가 설립되면 자회사 경영진은 모회사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끌고 모회사 경영진은 ‘본사와 관련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협의기구 대표단이 중립적으로 구성되지 않아 ‘표결’ 자체가 편향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산업은행 노사전 협의기구는 ▲노동자 측 대표단 7명(파견·용역 대표 5명, 정규직 노조 2명) ▲산업은행 측 대표단 6명 ▲전문가 5명(산업은행 측 선정 3명, 정규직 노조 측 선정 1명, 파견·용역 노조 측 선정 1명)으로 총 18명이다.

표면적으로는 노동자 및 사측 각 대표 인원이 균형 있게 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통상적으로 정규직 노조의 경우 사측 입장과 궤를 함께 하기 때문에 사실상 용역·파견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원은 18명 가운데 6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비정규직 노조의 설명이다.

남용진 산업은행분회장은 “이마저도 지난 7월 25일 14차 회의 때부터 노동자 측 대표단에 파견·용역 대표 1명, 전문가(파견·용역 측 선정) 1명이 각각 추가된 것”이라며 “표결을 강행한 것은 합의가 아닌 위협에 가까워 해당 표결 자체를 인정할 수 없고 노동자들의 탄원서를 모아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산업은행 측은 지난 1년여간 협의기구를 통해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고, 때문에 합의에 속도를 내기 위해 표결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도 있었고 그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 "절차가 가장 중요, 합의 위한 다양한 방안 모색해야"

산업은행 노사 간 대립의 또 다른 쟁점은 절차상의 문제다. 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제3의 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기거나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공개토론회 등을 열자는 비정규직 노조의 주장을 사측은 묵살했다는 것이다.

남용진 산업은행분회장은 “직접고용 및 간접고용 시 발생하는 경영적인 문제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제3의 기관에 맡기거나 외부전문가의 중립적인 판단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지난 1년여간 단 한차례도 없었다”며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자회사 방안’이 제기되면 충분히 납득하겠다고 했음에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굳이 공개토론회나 연구용역을 맡길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라고 입을 모은다.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기 때문에 절차상 합의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김세진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국장은 “표결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가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도 사측이 강행했다는 것은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없도록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라며 “정 협상이 안 되는 경우엔 표결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올바른 방법은 아니며 표결을 하기 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모색했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정부의 실질적 대안 마련 미비, 적극 보완돼야"

비정규직 내부에선 “정부의 선심성 공약으로 희망고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해당 부처에서 현장에 나오지 않고 노사간 협의만을 강조하며, 해당 보고는 사측을 통해서만 듣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의견을 피력할 통로가 사실상 없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미비해 공공기관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배포됐지만 법적 효력이 없고, 가장 중요한 ‘실질적 인건비 지원’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의 처우개선은 총액임금제 범위 내에서 해결하도록 돼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될 경우 기관이 정부로부터 승인 받은 예산(임금) 내에서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자회사 간접고용’의 주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당초 올해 기재부가 공문 등을 통해 ‘정규직 전환 시 임금 지원을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해당 지원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확답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들은 "'직무급제(직무의 성격·난이도·가치를 평가해 합당한 보수를 주는 제도)'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기관이 직접고용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별도 인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명확하게 마련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의 경영평가를 받는 공공기관은 눈치를 보며 정규직 전환을 할 수 밖에 없고, 정부는 구체적인 지원방향을 밝히지 않으니 서로 생색내기용 공약을 이행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인력 전문 자회사’라는 특수한 형태의 간접고용이 만연하면서 해당 노동자들이 전환 되더라도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기엔 사실상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가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제도적 차원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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