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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의 블록체인 플랫폼 세계 제패 야심
‘카카오’ 김범수의 블록체인 플랫폼 세계 제패 야심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12.19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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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분기 블록체인 메인넷 ‘클레이튼’ 공개…텔레그램·네이버 등과 격돌 예고
김범수(사진) 카카오 의장이 주도하고 있는 블록체인(Blockchain) 플랫폼 광폭 행보가 돋보인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카카오의 블록체인(Blockchain) 광폭 행보가 돋보인다. 올해 상반기 블록체인 사업 지주사인 ‘카카오G’와 ‘그라운드X’를 설립한 데 이어 하반기 암호화폐 클레이(Klay)를 만들어 싱가포르에서 프라이빗 세일도 진행했다. 내년 초에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블록체인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보고 있다. 뛰어난 보안과 거래 투명성, 보상체계를 바탕으로 개발자와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선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과 블록체인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IT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클레이튼(Klaytn)의 메인넷이 내년 상반기 정식 오픈될 예정이다.

클레이튼은 카카오가 선보이는 첫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개발자들이 앱을 올리고 사용자들이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뜻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Windows)와 같은 운영체제를 블록체인 버전으로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카카오는 지난 10월 그라운드X가 자체 개발한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테스트넷을 파트너 대상으로 오픈했다. 또한 클레이튼의 기술 구조와 지향점을 담고 있는 포지션 페이퍼(Position Paper)를 홈페이지에 첫 공개했다. 클레이튼은 찰흙(Clay)과 돌(Stone)의 합성어로,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하는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가 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내년 상반기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클레이튼의 강점으로 빠른 속도를 내세웠다. 거래(Transaction) 성사 시간을 1초 안팎으로 줄였고 초당 거래내역 수(TPS)도 최대 1500건까지 올렸다. 암호화폐 중 트랜젝션 시간이 가장 빠른 리플(Ripple)과 동일한 속도다. 거래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클레이튼은 블록체인의 태생적 강점인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를 일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클레이튼은 일반 사용자들도 쓸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이지만 중요 파트너사들의 합의를 받는 형태를 차용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블록체인 노드를 ‘합의 노드(Consensus Node)’와 ‘레인저 노드(Ranger Node)’로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방식’을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의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환경에서 돌아가는 ‘디앱(Dapp·탈중앙화 앱)’의 파트너사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메인넷 공개에 앞서 최근 클레이튼의 파트너사 20여 곳을 공개하기도 했다.

제휴 사업자 면면이 소위 한 가닥 하는 업체들이다. 소셜커머스 ‘티몬’을 이끄는 신현성 의장의 블록체인 기업 ‘테라’를 비롯해 문화 컨텐츠 사업자 ‘왓챠’의 ‘콘텐츠 프로토콜’,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보라(BORA)’를 개발한 ‘웨이투빗(Way2Bit)’, 게임 사업자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위메이드트리’, 웹툰·웹소설 콘텐츠 사업자 ‘픽션 네트워크’ 등이다.

클레이튼을 개발하는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는 “클레이튼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업체들은 기존에 수백만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발, 운영해 본 경험을 살려 이용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블록체인 사업 진두지휘

김범수 의장이 블록체인 플랫폼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주도권이 플랫폼 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향후 블록체인이 시장 주도권을 잡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한국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네이버’와 ‘다음’이 양분한 것처럼, 향후 블록체인 플랫폼이 ‘앱 생태계’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매커니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암호화폐 붐이 일었을 당시엔 본래 성격보다도 부작용이 먼저 부각됐다. 하지만 거품이 잠잠해진 최근들어선 플랫폼 내 보상체계로서의 암호화폐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커지고 있다.

리플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을 제칠 수 있다는 의견이 암호화폐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픽사베이>
<픽사베이>

블록체인 플랫폼을 알아서 작동시키는 원동력이 바로 암호화폐라고 불리는 ‘토큰’이다. 개발자들은 토큰을 얻기 위해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작동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고, 사용자들은 그걸 쓰는 것만으로 토큰을 보상으로 얻는 구조다. 개발자와 사용자라는 두 주체가 ‘보상’을 얻기 위해 플랫폼을 알아서 작동시키는 것이다.

암호화폐의 독특한 특성인 ‘탈중앙화’는 플랫폼을 지지하는 힘이다. 중앙에서 관리하는 서비스는 플랫폼 사업자가 참여자 신분을 증명하고 지급결제 수단을 보장하는 등 시스템에 손이 많이 간다. 반면 탈중앙화인 블록체인 플랫폼은 시장에 참여하는 개개인이 지급결제를 보장한다. 상호 합의된 정보를 바탕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간소화될 뿐만 아니라 보안성까지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다.

플랫폼이 작동하기 위해선 먼저 훌륭한 앱을 유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카오가 클레이튼 메인넷 공개에 앞서 20여 곳의 유력 파트너사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이유다. 카카오는 이들이 메인넷 공개 이전에 앱 작동 등을 시험해볼 수 있도록 ‘테스트넷’을 열고 서비스 개발을 위한 툴킷(Toolkit)과 튜토리얼을 함께 제공했다. 파트너들은 클레이튼의 테스트넷을 사용하며 플랫폼 완성도를 높이고, 메인넷 오픈에 맞춰 디앱 서비스를 선보이게 된다.

카카오는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UX(이용자 경험·User Experience)도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플랫폼 중 소비자 친화적 서비스가 드문 상황에서, 사용자들 입장에서 편하게 쓸 수 있어야만 양적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에선 플랫폼 비즈니스가 좋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사용자를 유입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사업 방향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2017년 연구개발(R&D) 비용을 2400억원이나 썼다. 이는 매출의 12.2%에 달하는 액수로 상당수가 인공지능(AI) 연구회사 카카오 브레인과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사 그라운드X 등 신사업에 투입됐다. 신규 인력도 크게 늘려 2016년 4944명이었던 연결 기준 직원 수는 지난해 5401명, 올해는 반기 기준 6606명까지 늘었다. 카카오가 자사 신사업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카카오는 최근 암호화폐 클레이(Klay)의 프라이빗 세일도 진행하고 있다. 10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각에선 암호화폐 판매를 통한 자금 조달이 주된 목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카카오 관계자는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투자 유치”라며 선을 그엇다.

카카오 블록체인 산업의 지배구조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뉴시스>

카카오는 지난 3월 블록체인 전문 지주회사인 카카오G와 개발회사인 그라운드X를 출범했다. 지배구조로 보면 카카오가 지주회사인 카카오G를 보유하고 그 손자회사로 그라운드X를 두고 있는 형태다. 국내 블록체인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그라운드원도 설립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가 사업방향의 큰 틀을 정하고, 블록체인 지주회사인 카카오G는 투자 전문가 박지환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이끈다. 개발사인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전문가 한재선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카카오가 사업의 방향성을 정하고 그라운드X가 클레이튼 메인넷을 개발하면, 카카오G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이끌어가는 형태다.

하지만 이 모든 사업의 전반적인 방향성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초 블록체인 비즈니스 결정부터 개발사·지주사 설립, 플랫폼 개발 등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김 의장은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2013년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투자한 바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그의 한 발 빠른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과 사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김 의장이 누차 블록체인이 향후 플랫폼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향후 카카오의 사업 방향성을 읽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은 우리가 뒤졌지만 그보다 어쩌면 훨씬 파괴력이 큰 블록체인 플랫폼의 글로벌 선도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개발과 홍보, 대외 이벤트는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전담하고 있다. 분산시스템 전문가인 한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기술투자 스타트업 퓨처플레이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내며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몰두해왔다. 올해 초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러브콜을 받아 그라운드X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한 대표는 지난 9월 두나무의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 자리에서 “카카오 같은 회사가 왜 블록체인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큰 기업들은 사업 확장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들어가거나 글로벌 마켓으로 확대할 때 경쟁력이 필요한데,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여기에 좋은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들어가거나 글로벌 마켓으로 확대할 때 경쟁력이 필요한데,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여기에 좋은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뉴시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들어가거나 글로벌 마켓으로 확대할 때 경쟁력이 필요한데,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여기에 좋은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뉴시스>

한 대표는 현 시점에서 실사용되는 앱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이 직면한 느린 처리 속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비자카드 한 곳에서 초당 거래속도가 2만4000여 건에 달하는 데 클레이튼은 최대 1500건에 불과하다. 플랫폼 사업자로선 속도가 느린 탈중앙화 방식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셈이다.

한 대표는 “노드를 하나 추가한다고 성능이 개선되지는 않고 가장 좋지 않은 노드에 성능이 고정되어버린다”며 “탈중앙화는 툴(tool)이지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블록체인 플랫폼 탄생할까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의 경쟁자는 이더리움(Etherium)과 이오스(EOS), 텔레그램(Telegram), 스팀잇(Steemit), 그리고 네이버 등이 거론된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중심의 새로운 플랫폼 시대에 박차를 가한 암호화폐이자 대세 플랫폼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플랫폼 시장에서 이더리움의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이더리움의 플랫폼 단점을 보완하고 나선 암호화폐 이오스(EOS)도 주목해야 한다.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업체 블록원은 이오스(EOS) 프로젝트로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을 모았다. 암호화폐에 업계에 따르면 메인넷 출시 후 현재까지 이오스는 300여 개 디앱을 확보했다. 적지 않은 암호화폐 사용자들은 이오스가 빠른 트랜젝션 속도와 ‘제로 수수료’를 무기로 향후 플랫폼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텔레그램과 스팀잇의 행보도 두드러진다. 텔레그램은 블록체인 기반의 톤(TON) 플랫폼 테스트 버전을 올해안에 공개할 예정이며, 자체 암호화폐인 그램(Gram)을 발행해 17억 달러(약 1조9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은 상태다. 블록체인 소셜미디어로 각광받은 스팀잇 또한 암호화폐 ‘스팀’을 보상수단으로 활용한 플랫폼을 지난해 선보인 바 있다.

문제는 뚜렷하게 성과를 내는 업체가 없다는 점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일일 액티브 유저가 300명이 넘는 디앱은 이더리움 5곳, 이오스 3곳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업계는 암호화폐 기반 블록체인 플랫폼의 시장 주도권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은 상태로 보고 있다. 카카오가 발빠르게 대형 파트너사와 제휴를 맺고 내년까지 오픈넷을 공개한다고 밝힌 이유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카카오 정책산업연구팀과의 인터뷰에서 “막상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살펴보니 쓸만한 플랫폼이 없었다”며 “블록체인과 카카오 서비스를 연결할 여지가 충분하며, 텔레그램보다 더 블록체인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비슷한 시점에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 진출을 선언한 네이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블록체인 사업 대부분을 ‘라인’의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을 통해 펼치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메신저 라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엔 블록체인 플랫폼 ‘링크체인’의 테스트넷도 공개한 바 있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내년 초까지 블록체인 오픈넷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2000년대 초반 ‘닷컴’ 시대와 같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 잠재적 경쟁자들이 맞대응에 나서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라클, IBM 등 소위 IT공룡이라 부르는 업체들이 블록체인을 클라우드와 플랫폼 분야에서 다각도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각 나라 특성에 맞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자리잡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플랫폼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어느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느냐에 따라 향후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한국에도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한국형 블록체인 플랫폼’이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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