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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학부모가 한유총 볼모인가
유치원 학부모가 한유총 볼모인가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18.11.30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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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 마음은 착잡하다. 국공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싶으나 경쟁률이 높아 하늘의 별 따기다. 사립유치원에 보내기는 꺼림직하고 불안하다. 아이가 가는 곳이 비리 유치원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은 연 2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 돈을 매달 유치원생 1인당 29만원씩 유치원 통장에 넣어주고 있다. 담임수당, 교직수당 등 교사처우개선비도 월 51만원 가량 지원한다. 일부 사립유치원은 이를 주머니 쌈짓돈처럼 썼다. 어떤 원장은 성인용품·명품백을 사거나 노래방과 숙박업소에서 쓰고 종교시설에 헌금도 했다. 또 다른 원장은 개인차의 기름값과 수리비를 내고 아파트 관리비를 냈다.

사정이 이렇다면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재발방지 약속부터 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 요즘 이들의 행태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정부 지원금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서 원장이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식이다. 지원금이든 보조금이든 명칭만 다를 뿐 국민 혈세다. 정부는 아이들을 위해 쓰라고 예산을 지원했다. 원장 명품백 사고, 노래방에 가라고 준 게 아니다.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이른바 ‘박용진 3법’이 발의됐다.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이 그것이다. 핵심은 회계 프로그램 사용을 법에 명시해 나랏돈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고, 유치원 설치·운영에 대한 결격사유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유치원 폐쇄명령을 받고도, 간판만 바꿔 다시 개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이 왜 필요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대다수 국민은 혈세를 쓰는 유치원이 당연히 법의 통제를 받고 있는 줄 알았다. 실상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혈세가 줄줄 새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 점에서 교육당국의 책임이 무겁다.

사립유치원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3법’ 저지에 필사적이다. 이들의 전략은 두 가지다. 유치원생을 볼모로 학부모를 협박하고, 거리투쟁 등 실력행사로 국회의원들을 입막음하는 것이다. 한유총은 지난 11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치원 3법 저지’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법이 통과되면 모든 사립유치원이 폐원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집회에 애꿎은 학부모까지 동원했다. ‘교육 약자’인 학부모에게 폐원 겁박을 하고, 집회 동원령 갑질을 한 것이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회장들에 대해 해임 압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스로를 교육자라면서 조폭과 다름없는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반드시 유치원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 비리와 무관한 대다수 사립유치원이 보호받을 수 있다. 한유총은 법이 통과되면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로 사립유치원의 학습자율권이 위축될 거라고 강변하고 있다. 혈세를 투명하게 쓰도록 하자는데 학습자율권 운운은 납득할 수 없다. 계속 나랏돈을 마음대로 쓰겠다는 심산에 다름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한유총의 눈치를 보며 미적거려선 안 된다. 사학재벌당이란 오명(汚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당이 자꾸 꽁무니를 빼는 모습을 보이면 민심과 더욱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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