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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카드수수료율 내리면 카드사들 망하나
[팩트체크] 카드수수료율 내리면 카드사들 망하나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12.03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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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소상공인·노조 등 첨예하게 대립...다른 나라와 수수료율 비교는 무리
정부의 카드수수료율 인하 방침이 발표되면서 업계와 소상공인, 소비자,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픽사베이>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정부가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최대 1.40%까지 내리는 안을 결정했다. 정부는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입이 매년 늘었다며 수수료율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반겼지만 카드업계는 수익성 하락에 울상이다. 특히 카드사 노동조합은 구조조정 가속화에 따라 생존권이 침해될 것이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작년 실적 기준으로 이번 개편안에 따른 카드사별 수수료 인하액 추정치는 ▲신한카드 1812억원 ▲삼성카드 1566억원 ▲현대카드 1199억원 ▲KB국민카드 1194억원 ▲롯데카드 865억원 ▲우리카드 696억원 ▲하나카드 667억원이다.

카드수수료율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한편에선 ‘카드사들이 그간 많이 벌었으니 이젠 내려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선 ‘최저임금 인상분을 카드사들에게 떠넘기는 통에 다 굶어 죽겠다’고 하소연한다. 인식 차이가 큰 상황에서 객관적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인사이트코리아>에서 카드수수료율 문제의 쟁점을 따져봤다.

① 수수료 이익이 실제로 많았나?

금융당국이 발표한 카드수수료율 인하안.<자료=금융감독원>

카드사의 수수료 수입이 매년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9조7000억원이었던 카드사 수수료 수입은 2015년 10조7000억원, 2016년 11조1000억원, 지난해 11조700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데이터는 수수료 수익이 아닌 이익은 반영하지 못한다. 2012년 이후 이어진 정부의 수수료율 인하에 따라 카드사용량의 증가분에 비례해 수익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사용량 증가에 따라 벤(VAN)사나 PG(Payment Gateway)사와 같은 중개업체에 지급하는 지출도 늘어났다.

전업 카드사들의 실적을 보자. 금감원과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2014년 2조2000억원이었던 순이익은 2015년 2조300억원, 2016년 2조200억원, 2017년 2조2200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이었다. 같은 기간 카드 구매실적은 447조원에서 617조원까지 늘어났다. 카드사용실적만큼 이익이 늘지 않은 것이다.

카드사의 2017년 ROE는 5.0%로 전체 금융업권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자료=여신금융협회>

오히려 카드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금융권에서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4년 카드사는 전체 금융권에서 손해보험(9.5%)과 함께 ROE가 가장 높았지만 2017년에는 5.0%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저축은행(17.6%)과 손해보험(11.4%), 은행(6.0%)은 물론 최근 IFRS17 도입과 저축성보험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생명보험(5.7%)보다도 낮았다. 몸집(자기자본)은 커졌지만 실속(순이익)이 없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2017년 2월~2018년 1월까지 업계 카드수익 감소 규모가 최대 1조1941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11월 정부의 카드수수료율 인하 방침이 포함되지 않은 시나리오다.

카드수수료 수익과 실적 사이 왜 이 같은 괴리가 나타날까. 수수료가 카드사 수입원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BC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 7곳의 전체 수익 중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50.9% 수준이다. 나머지 수익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대출과 자체 투자수익에서 나온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의 대출 관련 이익은 최근 몇년 간 지속적으로 늘었다. 최근 1%대 저금리 기조로 자금조달비용 및 대손비용이 줄며 관련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대출을 통한 이익은 늘었는데 전체 순익이 그대로였다는 것은 카드수수료 순익이 낮아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최근 카드 결제에 따른 수수료 이익은 ‘사실상 없다’고 주장한다. 카드 결제 횟수나 액수는 매년 늘어나는 반면 수수료가 매년 낮아졌고, 정부 방침이 현실화하는 내년 1월 말부터는 관련 이익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익과 지출의 세부 내역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지만, 카드수수료를 통해 거두는 이익은 모든 업체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며 “정부가 수수료율을 더 낮추면 수수료 실적은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②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수수료율 높나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해외 사례를 내세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평균 카드수수료율은 현재 2.08%로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카드수수료율은 0.7~2.0% 수준이다. 미국이 2.0%로 높은 편이고 독일 1.75%, 영국 1.65%, 호주 0.8%, 프랑스 0.7% 등이다. 원래 2.0%였던 캐나다는 2017년 가맹점 단체와 정부의 협상을 통해 1.26%까지 점진적으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들도 있다. 한국금융학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 가맹점수수료는 2.22~2.82%, 호주는 2.64%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라고 발표한 미국도 2.52~2.54%로 자료에 적혀 있다. 또한 여신금융연구소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쓰는 해외 브랜드사 체계 하의 카드수수료율은 2.28~3.26%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국제적으로 수수료율을 비교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나라마다 카드수수료 부가체계나 소비자 혜택 등이 달라서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수료가 낮은 국가의 경우 그 일부를 소비자가 나눠 내는 일이 많고, 포인트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 등 마케팅 비용에 쓰는 돈도 차이가 있다.

선진국의 경우 가맹점이 카드를 무조건 받아야 하는 ‘의무수납제’ 자체가 없다는 점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여신전문금융업 제19조 1항에 명시된 의무수납제는 소비자 편의를 늘림과 동시에 신용 사회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카드사에 대한 영세가맹점의 협상력이 줄어 수수료율이 높아진다는 맹점도 있다. 현금을 내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꼼수’가 성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논평을 통해 “(이번 방안에는) 신용카드업자가 가맹점단체와의 거래조건과 관련해 협의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협의하도록 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등 거래조건 협상 주체 확대와 의무수납제 폐지 등이 반영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계속적인 논의로 추가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③ 마케팅비 축소, 소비자에게 손해?

카드사 마케팅 비용 추이.<자료=나이스신용평가>

정부는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6조724억원 가운데 일회성 마케팅 비용에 해당하는 기타마케팅 비용은 1조616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카드수수료 태스크포스(TF)에서는 원가를 낮추면 수수료율을 0.23%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비용 부담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란 주장이 줄곧 나왔고, 결국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카드 사용에 따른 혜택이 급격히 줄지 않도록 하겠다”며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카드 혜택을 정부가 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전반적인 소비자 편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에도 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은 줄곧 줄어들었다. 졸업과 입학, 휴가, 명절 시즌 때 무이자 할부나 포인트 추가 적립 등 일회성 마케팅이 줄어들었고, 기존에 혜택이 좋았던 카드들도 법적기한인 3년 뒤 약관이 바뀌거나 카드 발급이 중단되는 등의 일이 흔했다.

카드 일반 혜택도 줄어드는 추세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12일부터 가온카드·누리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이 카드들은 가맹점 0.5% 적립, 1.0% 청구할인 혜택으로 발급이 많은 카드였다. 삼성카드도 지난 9월 항공마일리지 혜택이 좋은 ‘더오(TheO)카드’를 리뉴얼하면서 기존 혜택을 없앴다.

정종우 하나외환카드노조 지부장은 “일회성 마케팅 비용은 25%에 불과하다. 상품서비스 변경은 3년이 지나야 약관을 변경할 수 있는데, 금융당국은 그간 단 한 차례도 승인해주지 않았다”며 “부가서비스가 줄면 소비가 줄어 영세가맹점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 임직원 수 추이.<자료=금감원>

카드사들이 비용 감축 차원에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해 초 신한카드가 내부 중복인력을 줄였고, 이달 들어선 현대카드가 계열사 포함 400여 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이란 소식도 들려왔다.

비정규직인 카드모집인 수도 급감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의 지난 10월 말 기준 신용카드 전속 모집인 수는 총 1만7121명이다. 이는 2016년 말(2만3730명)보다 6600명 줄어든 수치다. 지난 6월 말에는 이 숫자가 1만5078명으로 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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