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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보령그룹 회장의 제약 외길 50년 '신의 경영'
김승호 보령그룹 회장의 제약 외길 50년 '신의 경영'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11.30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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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앞두고도 '무한도전' 열정..."회사가 60년이면 회갑이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보령그룹>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보령제약 하면 ‘용각산’이고, ‘용각산’ 하면 보령제약이다. 그 만큼 ‘용각산’은 보령제약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지난 1967년 6월 처음 국내에서 발매돼 지금까지 총 7800만갑 넘게 판매된 히트작이지만 보령제약 창업주 김승호(86) 회장이 아니었더라면 결코 존재할 수 없었던 약이다.

‘용각산’은 김 회장이 보령제약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약이다. 일본 류카쿠산사와 기술제휴를 맺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쉽지 않았다. 김 회장은 오랜 기간 류카쿠산사 임원진을 설득하는 끈기와 노력 끝에 기술제휴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1957년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집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서울 종로 5가에 보령약국을 창립해 오늘에 이른 그는 ‘신의와 성실’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60년 만에 총매출이 8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그렇지만 김승호 회장은 아흔을 앞둔 고령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60년이면 회갑이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식지 않는 의욕을 펼쳐 보였다. 그는 성공 비결로 “열심히 했을 뿐”이라며 “성공한 기업인으로 대우받는 것보다 성실한 기업인이라고 평가받는 것이 가장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신용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김 회장에게 있어 제약업은 그야말로 ‘무한도전’이고 현재진행형이다. 보령제약이 의약제품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신약을 개발해 국내외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데에는 그런 그의 뚝심과 집념이 담겨 있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고혈압신약 ‘카나브’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10년 9월 15호 국산신약으로 허가 받은 카나브는 김 회장이 1992년부터 도전해 이뤄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1992년 후보물질 합성부터 18년간 총 5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당시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대다수 입직원들이 반대했지만 김 회장의 열정을 꺾을 순 없었다. 

카나브는 2011년 발매 첫해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블록버스터 제품에 올라섰다. 이듬해 2012년 182억원, 2013년 218억원, 2014년 345억원, 2015년 334억원, 2016년 445억원으로 매년 가속이 붙었다. 김 회장은 카나브를 세계적인 신약으로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 4상을 비롯해 3만7473례 임상을 진행하는 등 풍부한 임상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마침내 올해 4월 싱가포르 HSA(Health Sciences Authority)로부터 ‘카나브’ 시판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는 중남미, 러시아 이후 동남아에서 올린 첫 번째로 개가였다.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 8월 태국, 올해 중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시판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김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카나브의 가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카나브를 기반으로 한 고혈압 3제 복합제를 비롯해 고혈압·고지혈증 2제·3제 복합제, 고혈압·당뇨 2제 복합제 등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를 더한 복합제를 잇따라 개발·출시하면서 시장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 자체개발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활용해 개발한 복합제로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삼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난 5년간 착수한 임상시험의 70%를 카나브와 카나브 복합제 연구에 집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신약 ‘카나브 패밀리’ 앞세워 세계로

카나브 패밀리는 카나브 시리즈로 카나브, 카나브플러스(이뇨복합제, 동화약품 국내제품명 라코르), 듀카브(암로디핀복합제), 투베로(로수바스타틴복합제, 고지혈증복합제) 등 4개 품목이다. 이 제품들은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카나브 패밀리는 월 처방액 60억 원을 돌파했다. 연간 700억 원이 넘는 규모인 것이다. 현재 동남아와 중남미 등 세계 51개국에 카나브 패밀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규모는 4억7426만 달러(5400억원)에 달한다. 국산 신약의 임상논문 발표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에도 총 80편의 임상 논문과 4만여 대규모 임상연구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신약은 카나브 패밀리가 유일하다. 회사 측은 카나브 패밀리를 국산신약의 롤모델로서 항암 신약 등 다음 신약 개발로 이어갈 계획이다.

카나브가 세계 무대로 진격해 가는 가운데 김 회장은 최근 싱가포르 전문의 300여 명을 초청해 론칭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그간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을 국내에 발매할 때, 자국의 임상의를 초청해 우리나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임상결과와 신약을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우리 신약 해외 발매 시 국내 임상전문의가 현지 전문의를 대상으로 임상적 가치와 신약에 대해 강연한 사례는 극히 드문 일이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300여명의 싱가포르 현지 의사들은 카나브의 강력한 혈압강하 효과와 안전성 등 임상적 가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동남아 시장에서 빠른 안착은 물론 상업적인 성과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50여 년 동안 제약 외길을 걸어온 김승호 회장이 강조하는 금과옥조는 성실과 신의다. 그는 특히 “제약업계 경영자는 성실과 신뢰를 잃으면 건강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잃는 다”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초창기 보령약국을 운영하면서 약국 문을 가장 먼저 열고 가장 늦게 닫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김 회장이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정직과 신뢰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큰 힘으로 작용했다. 보령제약이 1977년 위기를 맞았을 때, 안양지역에 내린 폭우로 공장이 완전히 침수되어 모두들 ‘보령은 끝났다’라고 주변에서 이야기했을 때, 오랜 거래처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김 회장 특유의 성실함은 주위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었고 이러한 신뢰는 생명산업인 제약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크나큰 밑거름이 됐다. 그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때부터 대인관계에서 1% 양보하자는 원칙을 세웠다”며 “신용을 잃은 사람은 이미 모든 것을 잃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통해 주위의 신뢰를 얻고 이 성실성이 원활한 비즈니스로 연결된다는 점을 몸소 체험한 데 따른 것이다. 

권위 있는 ‘보령의료봉사상’ ‘보령암학술상’ 제정

국민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국민에게 수여하는 최고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한 바 있는 김 회장은 1991년 한국제약협회 회장에 취임해 제약업계의 활발한 연구 활동을 위한 제도적 토대를 구축하는데 기여했다. 그리고 같은 해 세계대중약협회 회장에 취임해 세계대중약총회를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했으며, 국내 일반약의 세계화, 개발 촉진을 도모해 왔다. 현재까지 한국종균협회 회장으로 유전공학 발전에, 한국생명공학연구조합 이사장으로 생명공학 분야에 기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보령의료봉사상, 보령암학술상을 제정해 아름다운 의료문화 창달 및 학술 진흥에 앞장서고 있으며, 1994년에는 투발루국의 명예총영사로 임명되어 민간외교관으로 양국 간 가교역할을 하면서, 제약업뿐 아니라 사회활동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김 회장이 1979년 1월부터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원칙이 있다. 바로 직원들의 생일조찬회를 여는 것이다. 지난 2003년에 300회를 돌파한 보령의 생일조찬회는 보령과 전 계열사 임직원들 중 생일이 같은 달인 임직원이 한 자리에 모여 아침식사를 하면서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김 회장은 대화의 시간을 통해 직급에 관계없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자리에서 지시할 수 있는 사항은 즉시 해결하는 등 자상하면서 열린 경영으로 유명하다. 

김 회장의 사회공헌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1985년 보령의료봉사상을 제정해 오지에서 헌신적인 인술 활동을 하고 있는 숨은 의료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수익성이 없어 제약사들이 꺼리던 신장투석사업에 진출한 것도 투석환자들을 위한 신장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1992년 대한신장학회에 신장연구기금 1억 원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보령장학사업, 구순열, 구개열 유아를 위한 무료 젖꼭지 보급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2년에는 보령암학술상을 제정해 국내 암 발전 연구에 기여한 사람들을 선정해 수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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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그룹은?
제약에서 IT까지…종합 헬스케어그룹 도약

1963년 제약업에 진출한 보령제약은 이제 첨단산업인 정보통신 분야까지 모두 6개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 헬스케어그룹으로 성장했다. 보령제약 외에 유아용품과 가정용품, 특수 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보령메디앙스와 미래 제약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생물학 제제를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는 보령바이오파마, 새로운 유통경로 개척을 담당하고 있는 (주)보령,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BR네트콤, 종합 커뮤니케이션 대행사인 킴즈컴 등이 그것이다.  

보령그룹은 특히 새로운 시장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Newly(새롭게), Early(빠르게), Only(으뜸으로)’라는 의미의 ‘NEO 21’ 비전을 선포하고 21세기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한편 주력사인 보령제약은 전문의약품 15가지, 일반의약품 8가지, 의약부외품 5가지 등 총 28종의 신제품을 내놓고 고지혈증 치료제인 프라바스타틴 나트륨정과 항당뇨약인 글리메피리드 등의 신약 발매와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항암제 원료인 독소로부신과 에피루비신을 비롯해 10여 가지 의약품원료 1000만 달러어치를 유럽과 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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