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이슈]치매 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메디컬 이슈]치매 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10.23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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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근본적 치료제는 아직 난망...국내 제약사들은 패치제 형태 개발에 속도
2013년 업계 최초로 설립된 치매 전문 연구센터 동아치매센터.<동아치매센터>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우리나라도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인 사망률 1위가 암이지만 암만큼 두려워하는 병이 치매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 특성상 환자부터 가족까지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일라이 일리, MSD,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근본적인 치료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초대형 제약사들마저 치매치료제 임상을 중단하면서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7월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의 임상 2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노인 인구는 현재 720만명으로 이 중 치매 환자는 70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2050년 노인 인구가 1800만명, 치매 환자는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글로벌 치매 시장 규모가 2015년 3조5000억원에서 2024년 13조5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치매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보령제약·동아쏘시오·일동제약 등 치료제 개발 경쟁

<자료=각 사 종합>

국내 제약사들은 줄기세포, 천연물, 펩타이드 등 다양한 신기술을 통한 치매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그중 패치제 형태인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제약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패치 형태는 먹는 약보다 부작용이 적고 1주일에 2회 부착만으로 경구제(얄약)보다 편의성, 효과 등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하는 치료제 중 ‘도네페질 성분 기반의 패치형 치료제' 개발이 가장 활발하다. 도네페질은 국내에서 처방률이 73.6%에 달해 치매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치매 환자들은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 장애’로 알약을 삼키기 힘들어 해 가족까지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일부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염증 및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때문에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치료제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도네페질 성분 기반의 패치형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도네페질의 오리지널 제품은 글로벌 제약사인 에자이에서 나온 ‘아리셉트’로 아직 패치제 형태는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다.

현재 패치제 개발이 유력한 곳은 제약사 아이큐어다. 지난 7월 1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주목받은 회사다. 최영권 아이큐어 대표는 지난 6월 27일 여의도에서 개최한 기업공개 간담회에서 “국내외 치매 치료 최고 권위자들과 도네페질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큐어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도네페질 치매 패치제 임상 3상을 여러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다. 한국·호주·대만·말레이시아 등 4개국, 58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2019년 10월 임상 3상을 완료한 후 2020년부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내년 1분기 임상 1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임상 1상에 성공할 경우 제품은 2020년부터 판매된다. 아이큐어는 치매 패치제 이후 독자적인 TDDS(경피약물전달시스템)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신경계·당뇨병·통증질환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예정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 2013년 업계 최초로 치매 전문 연구센터인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했다. 강신호 명예회장은 치매센터 설립 기념식에서 “치매는 본인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도 황폐화시키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일부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을 제외하면 근본적 치료제 개발이 전무하다”며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아치매센터는 현재 동아에스티·삼성서울병원·차의과대학·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함께 치매 환자 유래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매질병모델을 개발해 치매 진단 및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향후 새로운 치매 타깃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전문의약품 사업회사인 동아에스티도 치매 치료제 DA-5207을 개발하고 있다. DA-5207은 1일 1회 패치 제형에서 1주일 제형으로 편의성을 높인 치매 치료 후보물질로 올해 국내 임상 1상이 목표다.

보령제약도 치매치료제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보령제약은 라파스 사와 치매 치료제 ‘도네페질 마이크로니들 경피제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후 치매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라파스는 용해성 마이크로구조체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패치제로 된 경구용(알약)이 시장에 출시됐지만 새로 패치제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도네페질 경구용은 우리 약이 아니며 도네페질 성분을 가지고 패치제로 약물전달시스템을 바꾼 것으로 새로운 성분을 만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도네페질 패치는 현재 비임상을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은 후 임상 1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2024년 발매가 목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올해 비임상이 끝나고 IND 승인 신청 후 올해 안으로 임상 1상에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출시는 5~6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도네페질 패치는 약물전달시스템이 붙이는 형태로 파스처럼 약을 몸에 붙이면 약물이 피부를 통해 전달돼 약물전달 경로가 경구용보다 효율성이 높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일동제약 역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후보물질인 ‘ID1201’의 국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ID1201은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로 치매의 주요 발병 원인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치매 유발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야기하는 신경세포의 사멸을 막고 신경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실제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에 들어갔으며 국내 특허와 중국, 유럽 특허를 받았다.

대웅제약도 도네페질 성분을 기반으로 한 패치 형태와 주사제 등 두 가지의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패치제는 2019년 임상 1상을 목표로 현재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주사제는 현재 후보물질을 탐색 중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치매 치료제 개발 왜 어렵나

현존하는 치매 치료제들은 병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못하고 대부분 증상을 완화시키고 병증 악화를 늦추는 약이 대부분이다. 치매가 발생하는 원인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치매의 원인 질환만 70여 개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조기 발견과 예방이 최선이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의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치매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추정할 뿐이다. 결국 치매의 원인이 너무 다양해 정확한 원인을 표적으로 삼지 못해 치매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는 얘기다. 정진현 연세대 약학대학 교수는 “치매 원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치매 치료제 개발을 막는 심각한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제약사들은 그동안 10년 이상 개발 기간과 수천억원이 쓰이는 신약 개발보다 특허가 만료된 기존 치매 치료제의 복제약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실패할 위험 없이 손해를 보지 않고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방식이라서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치매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주성분으로 치매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36~43개의 아미노산 펩타이드다. 다시 말해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서 신경세포를 공격할 경우 이를 제거해도 뇌신경세포가 다시 회복되지 않아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도 임상시험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결국 임상시험을 중단한 것이다.

치매, 과연 언제쯤 정복될까. 현재 의학 수준이나 개발 속도로 볼 때 시간이 꽤 걸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치매가 정복되는 날, 인간은 노인이 되는 공포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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