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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박원순의 필연적 대치
문재인과 박원순의 필연적 대치
  • 윤길주
  • 승인 2018.08.3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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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야심가다. 그는 2011년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한 이래 내리 3선을 했다. 수염이 텁수룩한 채로 안철수와 포옹을 하며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를 얻어낼 때만 해도 그는 열혈 시민운동가의 모습이었다. 그때가 벌써 7년 전 일이다. 지금의 위상은 그때와 딴판이다. 그는 지금 여권의 유력한 차기 잠룡 중 한 사람이다.

박 시장은 3선을 하는 동안 정치적 내공이 꽤 쌓였다. 서울시는 물론이고, 각계각층의 인맥도 두터워졌다. 박 시장의 ‘미래’에 보험을 들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입으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그가 다음 대선에 도전할 것이란 게 기정사실화 돼 있다. 정치권 얘기를 들어보면 그는 나름의 조용한 방식으로 차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람을 끌어 모으고, 정책을 가다듬고, 이미지 변신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그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생활밀착형 ‘행정가’에서 대담한 정치가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이중 하나가 바로 ‘여의도·용산 통개발’ 마스터플랜이다. 파괴력은 컸고 그의 발언은 온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여기까진 대성공이었다. 박 시장이 이명박의 ‘청계천’에 버금가는 대역사를 쓰려고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박 시장과 참모들은 몰랐던 것일까. 여의도·용산 통개발 계획이 서울 집값 폭등의 뇌관이 될 거란 점을 말이다. 박 시장 발언 후 서울 전역의 집값이 들썩였다. 결국 박 시장은 회군(回軍)했다. 서울시민에게 차기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려던 그는 심각한 내상을 입고 패퇴(敗退)해야 했다.

집값을 잡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집값 안정에 온 힘을 기울였다. 작년 8·2 대책을 시작으로 부동산 안정 대책을 연이어 내놓은 것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이다. 이 같은 기조는 그의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박 시장이 문 대통령이 어렵게 쌓은 둑의 한 축을 무너뜨려 버렸다. 여의도 통개발 계획을 내놓을 때 집값 폭등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다. 서울 강남·북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강북에 투기수요가 몰려 집값이 오르고, 그러면 서민들 내 집 마련 꿈은 가물가물해질 뿐이다.

박 시장의 대권가도는 문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지금의 민주당은 ‘문재인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문의 지지를 받거나, 최소한 ‘중립’이라도 얻어내지 못하면 당내 경선 통과도 쉽지 않다. 이런 참에 박 시장이 이번에 문 대통령의 뒤통수를 친 격이 되면서 점수를 꽤 잃었다. 시민들에게는 결단력 없이 갈팡질팡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3년 반 넘게 남았다. 박 시장이 대권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문 대통령과 필연적으로 대치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임기 말로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마찰력은 커질 것이다. 박 시장의 ‘통개발’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의 시간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기만으로 승천의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걸 그는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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