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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경영’의 진화, 초일류 기업 큰 걸음을 떼다
‘정도경영’의 진화, 초일류 기업 큰 걸음을 떼다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8.07.31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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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총수 구광모 LG 회장의 미래와 과제
㈜LG 구광모 회장. <LG>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지난 6월 LG그룹에 4세 경영 시대가 열렸다. 그룹 지주회사인 ㈜LG는 지난 6월 29일 오전 9시 임시주총을 열어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일사천리로 구 상무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드디어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의 대권을 물려받는 순간이었다.

지난 5월 23년간 LG그룹을 이끌어오던 구본무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했다. LG그룹 경영권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고(故) 구인회 창업주, 구자경 명예회장, 고 구본무 회장에 이어 승계했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이 양자로 들인 외아들이다. 1994년 구본무 회장이 사고로 친아들을 잃자, 2004년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던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구광모 회장은 1978년생으로 올해 만 40세다. 2006년 LG전자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12년간 국내외 현장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구본무 회장이 50세에 경영권을 이어받은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승계로 볼 수 있다. 구본무 회장의 타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구광모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바로 업무에 돌입하고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등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사내 게시판에 짤막한 메시지를 남길 뿐이었다. 구 회장은 “고객가치 창조·인간존중·정도경영이라는 선대 회장의 경영 방향을 계승 발전시키는 동시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꾸준히 개선해 시장을 선도하고 영속하는 LG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선친 구본무 회장이 1995년 2월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성대한 취임식을 열고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간 것과 대조됐다.

재계는 한동안 구 회장의 이 같은 정중동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회장 취임 3주 만에 파격을 선보였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LG의 2인자 하현회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매해 연말 정기 임원 인사 전에는 대규모 인적 개편이 이뤄지지 않았던 LG그룹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재계는 빠르게 진행된 최고위급 인사 배경에 관심을 쏟았다. 그러면서 그룹 내 최장수 CEO인 권영수 부회장을 곁에 둠으로써 구 회장이 보다 빠르게 그룹 전반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구 회장의 실용주의적인 사고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평소 구 회장은 소탈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 후 직원들에게 “회장보다는 대표라는 직함으로 불러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으며, 직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결정된 사항은 빠르게 실행에 옮길 것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먹거리 ‘로봇’에 공격적 투자

구 회장은 자산 규모 123조원에 이르는 LG그룹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LG는 지난 10년간 재계 서열 4위에 머물러 있다. 확실하게 내놓을만한 글로벌 1등 사업, 1등 브랜드도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글로벌 정글’에서 포식자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구 회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계열사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그룹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전기차 배터리와 화학에 통 큰 투자를 했다. LG화학은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 2조25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에 제3공장을 짓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여수에는 2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계열사의 주력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산업이면서 그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인공지능(AI)과의 연계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LG전자는 로봇을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삼고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올해 투자액만 1000억원에 육박한다. 1월에는 국내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에 90억원을 투자해 10.12%의 지분을 확보했고, 6월에는 첫 해외 로봇업체 투자로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에 약 33억원(300만 달러)을 투자했다. 구 회장 취임 이후엔 ‘로보스타’가 실시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0%를 획득했다. 주식 수는 보통주 195만주이며, 투자금액은 약 536억원이다. ‘지능형 자율공장’ 구축에 로보스타의 산업용 로봇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투자라는 분석이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Acryl)에도 지분 투자를 했다. 특히 구 회장이 로봇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투자와 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계열사 적자를 해소하는 것도 중대한 과제다. LG디스플레이는 CD패널 가격 하락과 원화 강세 영향으로 올해 1분기 9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 분기(455억원) 및 전년 동기(1조269억원) 영업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LG전자 역시 모바일사업부가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구 회장이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상속세 ‘1조원’ 육박, 어떻게 마련하나

무엇보다 구 회장이 안정적으로 LG그룹을 경영하기 위해선 선친의 ㈜LG 지분 상속과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 분리작업을 순조롭게 이뤄내야 한다. 선친인 구 전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은 11.28%다. 현재 ㈜LG의 지분 6.24%를 보유 중인 구 회장이 선친의 지분을 모두 증여받을 경우 18.09%의 지분을 갖게 된다. 구 회장을 포함한 범LG가문이 보유 중인 ㈜LG의 지분율이 46%를 넘는 점을 감안할 때 구 회장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역시 상속세 마련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 1945만8169주(11.28%)에 대한 상속세는 사망일인 지난 5월 20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평균 가격으로 계산한다. 이 기준으로 3월 20일부터 7월 20일까지 넉 달간 ㈜LG의 주당 평균 주가는 7만 8627.38원이다. 선친이 보유한 ㈜LG 지분 전체를 구광모 회장이 물려받을 경우 상속세는 세율(50%)과 최대주주 할증률(20%) 등을 감안해 계산하면 9179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구광모 회장이 1조원에 육박하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 등으로 납부하거나 5년 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선친의 지분을 전부 상속받기보다는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을 수준까지 상속받고 나머지 지분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분의 절반 정도만 물려받아도 구광모 회장은 11%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 계열분리도 관심[

재계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지분 확보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구광모 회장의 경우 친부의 회사인 희성전자 지분을 매각한 뒤 여기서 확보된 자금으로 ㈜LG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을 지적했다. 구광모 회장이 양자로 입적된 시기부터 구본능 대표가 희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던 시기 동안 희성전자 매출이 4배가량 증가했다는 것이다. 희성전자는 비상장기업으로 장외주가를 정확하게 추정하긴 어렵다.

더불어 구 회장이 상속세 마련 수단으로 지목되고 있는 LG그룹 물류 계열사 ‘판토스’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LG상사가 판토스를 인수할 때 구 회장이 7.72%의 지분을 사들였고, 판토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판토스 지분만으로 상속세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구 회장이 보유한 판토스 지분 가치를 따져봤을 때 1500억원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구본무 회장을 대리해 그룹을 이끌어왔던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도 당면한 과제다. 구 부회장은 조카가 그룹 회장에 오르자 곧바로 퇴임 결단을 내렸다. 조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 부회장은 3월 기준 ㈜LG의 지분 7.72%를 보유한 2대 주주인 만큼 차기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LG그룹은 새로운 총수 체제가 들어설 때마다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구본준 부회장 역시 그룹 내 사업부문을 가지고 독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현재 유력한 후보로 LG이노텍과 LG상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 부회장이 제조업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LG이노텍의 시가총액은 약 3조7000억 원이다. 이는 구 부회장 소유의 ㈜LG 지분 7.72%(약 1조 원)를 활용할 시 충분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다. 시가총액 8800억 원대의 LG상사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LG상사를 분사하는 과정에서 구광모 회장이 판토스 지분을 처리해 승계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타계한 구본무 회장은 GS·LS그룹 등의 계열 분리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경우는 그때보다는 계열분리가 복잡하지 않아 구본준 부회장이 가져갈 대상 기업만 정해지면 올해 안에 작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LG는 TV를 비롯해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맹주였다. 구광모 회장이 젊은 리더십으로 LG를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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