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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디지털 DNA 심기 전략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디지털 DNA 심기 전략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07.31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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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영'에 뿌린 씨앗 '디지털 혁신'으로 꽃 피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현대카드>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58)의 혁신적인 업무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 관행 탈피와 기존 문화를 타파하며 새 바람을 일으켜온 그의 주 관심사는 ‘디지털 혁신’이다.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마인드 자체를 포함한 기업 경영의 모든 DNA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현대카드를 디지털 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 DNA를 내재화하기 위해 사내 시설에 디지털을 반영해 눈길을 끈다. 현대카드 여의도사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저절로 디지털을 체감할 수 있다. 현대카드가 최근 도입한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방문 출입 시스템’은 바로 정 부회장의 아이디어다. 이 시스템은 Airbnb, Uber, Pinterest 등 해외 스타트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식으로 편의성을 높이고 개인정보보호는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방문자가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예약사항을 확인하고 신분증을 맡긴 후 출입했지만 변경된 시스템에서는 방문자가 안내데스크 Kiosk에서 모바일로 전송받은 QR코드를 스캔 후 셀프 체크인할 수 있다. 방문자는 안내데스크 직원을 통하지 않고 간편하게 출입할 수 있으며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돼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출입 시스템을 통해 현대카드 사옥에 들어서면 시설물 곳곳에서 디지털 컴퍼니임을 체감할 수 있는 독특한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사내 주요 공간에 디지털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코딩언어인 ‘파이선(Python)’으로 안내문구를 표기한 것이다. 회의실이나 휴게실의 시설 이용방법이나 사내 카페인 ‘Cafe & Pub’의 메뉴도 ‘파이선(Python)’ 언어를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코딩언어이지만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위트있게 표현됐다. 

파격적 디지털 경영 선도

정 부회장은 회의 공간에도 디지털 DNA를 적용했다. 일반적인 회의실에는 회의 내용이 담긴 출력물과 보드판이 필수지만 이 회사는 출력된 자료 없이 회의가 가능한 디지털 미팅룸을 만들었다. 직원들은 회의실 내에 설치된 가상PC(VDI)를 통해 참석자의 PC로 접속해 필요한 내용을 보면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회의실에 대한 상식을 바꾼 공간인 셈이다.

그는 사옥 1층에 위치한 사내 까페를 공유공간(co-sharing office)으로 만들어 직원들이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에서 회의를 할 수 있게 했다. 직원들은 이 공간에서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과 만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 까페 중앙에는 다수가 함께 회의할 수 있도록 롱 테이블을 배치했고, 한편에는 혼자 몰입해 일할 수 있는 개인용 데스크도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는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기능성 데스크와 별도의 사무용품 등을 비치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처럼 디지털 마인드가 반영된 환경에서 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것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를 통해 디지털 DNA를 내재화하고 나아가 디지털 컴퍼니를 향해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정 부회장은 조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사적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키워드는 ‘애자일(agile, 민첩한)’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패러다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본격적인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조직을 보다 민첩하고 유연한 형태로 바꾼 것이다.

기존의 ‘Simplification과 Flex’ 캠페인으로 달라진 조직 문화에 민첩함까지 가미돼 의사소통과 대응이 더욱 빨라졌다. 정 부회장은 조직 체계를 ‘본부-실-팀’으로 일원화하고 기존에 있던 부본부나 센터 등은 모두 폐지했다. 복잡했던 조직 체계를 보다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다. 또 감독기관과 법 규제상 팀으로 운영해야 하는 최소한의 조직만 ‘기간팀’으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모두 자율팀 체제로 바꿨다.

또한 그는 조직의 변화와 조직간 협업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역동성과 신속함이 핵심인 만큼 각 조직의 책임자는 물론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했다. 그 결과 애자일 조직은 고객의 새로운 요구나 돌발 변수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변수가 상존하는 디지털 업무에 최적화된 방식이다. 경영진이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 쓰지 않고 큰 전략을 수립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PPT 없애고 승진연한 단축…해외 디지털 전문가들과 적극 소통    

정태영 부회장이 스튜디오 블랙데이에서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현대카드>

정 부회장은 사내 PPT(프레젠테이션)를 전격 폐지했다. 타인에게 설명하기 위해 포장하고 겉치레하지 말고 본질과 핵심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이 PPT는 임원진에게 복잡한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혹은 없는 내용을 있는 것처럼 보이고 치장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런 거품을 빼고 실제적인 알맹이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했다.

대신 이메일 보고로 하도록 했다. 효율성과 편의를 우선시해 ‘뉴오피스룩’을 도입한 것도 마찬가지. 직원들이 원한다면 정장뿐만 아니라 단정한 캐주얼도 입도록 했다.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관행을 과감하게 깨야 보다 창의적인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승진 연한도 기존 4~5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승진 심사는 1회에서 3회로 늘려 입사 2년차부터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했다. 더불어 점심시간도 일괄적으로 12시부터 1시로 고정되어 있던 것을 과감히 바꿔 원하는 시간에 1시간 식사하게 했다. 이런 파격적인 개편에 직원들의 반응은 호의적일 수 밖에 없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실리콘밸리의 한인 개발자, 프로젝트매니저, UX디자이너 등이 참석한 네트워킹 행사를 주최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도 미국 시애틀에서 한인 디지털 인재 100여명과 만나는 행사를 가졌다. 디지털 경영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올해는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IT(정보기술)기업을 비롯, 다양한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한인 개발자 등이 함께 했다.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디지털 사업에 대한 방향성과 디지털 인재 채용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현지 기업의 한인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모임들과 지속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촘촘히 했다.

실제로 이 행사를 통해 인연을 맺은 아마존과 페이스북, 트위터, 우버 소속 디지털 전문가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를 찾아 오기도 했다. 총 9차례에 걸쳐 현대카드 디지털 부서와의 미팅, 사내 특강 등이 진행돼 각자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정 부회장은 해외 주재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다양한 IT 관련 산업 종사자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디지털 인재들을 채용하기도 한다.

올들어 사내 디지털 인력 100% 증원 

현대카드 락앤 리밋.<현대카드>

현대카드의 디지털 인력은 올들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6월 기준 총 350여명으로 지난해 초 대비 210명이 늘었다. 디지털 인력은 대부분 개발, 기획자, UX디자이너,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등이다.

해외 네트워킹 행사를 비롯해 금융권 최초 ‘해커톤’, 스타트업 사무공간 ‘스튜디오 블랙’ 등 에도 정 부회장의 디지털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 지난 2월 ‘애자일(Agile)’을 키워드로 디지털 환경에 맞는 조직개편을 대대적으로 단행한 데 이어 사무공간까지 디지털을 입힌 공간으로 전환시켜 앞으로 디지털 관련 사업 및 행사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젊은 세대는 정 부회장 하면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떠올린다. 정 부회장은 2007년부터 23회의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을 주최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에는 비욘세, 빌리 조엘, 에미넴,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등 쟁쟁한 뮤지션이 참여해 음악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2011년 ‘컬쳐프로젝트’라는 문화 사업을 시작했고 2016년에는 음반 전문 매장을 이태원에 개점하는 등 문화 사업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경영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카드(당시 다이너스클럽 코리아)를 인수할 때 시장점유율은 업계 최하위권이었지만 2017년 15.0%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신한카드(22.7%), 삼성카드(19.6%)에 이어 업계 3위 수준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성장 배경으로 디자인을 꼽는다. 정 부회장은 카림 라시드, 레옹 스탁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카드 디자인을 맡겼다. 카드 옆면에 색깔을 넣은 ‘컬러코어’ 디자인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또 미니카드, 메탈카드 등 새로운 디자인의 카드를 끊임없이 개발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정 부회장이 ‘디지털 현대카드’로 첫 선을 보인 서비스인 ‘락(Lock)’과 ‘리밋(Limit)’이 주목을 받았다. 락과 ‘리밋’은 고객이 현대카드 앱에서 신용카드 사용 조건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로, 락(Lock)은 카드의 사용처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온/오프라인 결제, 현금서비스 등을 클릭 한번으로 제한할 수 있어 안전한 카드 생활에 도움을 준다. 리밋은 카드의 사용금액 한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계획적인 지출 관리가 필요할 때 과도한 카드 사용을 막아준다는 특징이 있다. 

정 부회장은 신사업 진출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 9월 현대캐피탈은 ‘딜카’ 서비스를 통해 차량공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 현대캐피탈과 KT는 ‘인공지능 기술 활용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단말기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는 2015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사무소를 여는 등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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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부친은 종로학원 설립자 

1960년생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서울대학교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경영학 석사)을 졸업했다. 이후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에 입사,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도쿄 지점장과 샌프란시스코 지점장을 거쳐 기아자동차 구매총괄본부장을 지냈다. 그는 2003년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선임돼 그해 10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15년 5월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종로학원을 설립한 정경진 원장의 아들인 정 부회장은 1985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 부문장과 결혼했다. 정 부회장은 프로배구단인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구단주도 맡고 있다. 2013년에는 배구팀 클럽하우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를 개장해 천안시 건축문화상 금상을 수상했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2016-2017 시즌 우승, 2017-2018 시즌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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