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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대한항공·아시아나 '오너 갑질' 방조했다
국가가 대한항공·아시아나 '오너 갑질' 방조했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8.07.12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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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공익사업장' 지정으로 파업권 박탈...국토부 운항감독관 '항피아'가 장악
'갑질 경영'으로 비난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뉴시스
'갑질 경영'으로 비난을 받는 조양호(왼쪽)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최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 항공사에서 ‘오너 갑질’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경영진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게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항공운수업이 2006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이후 파업권이 봉쇄돼 노동자들의 교섭권이 상실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행법상 필수공익사업은 항공운수·철도·전기 등 ‘업무의 정지나 폐지로 인해 공중의 일상생활이 위태로워지거나 국민경제에 해를 끼치는 등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는 공익사업’을 뜻하며, 필수유지업무를 운영하기 위한 일정 노선 및 인원 등을 비율로 지정해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법적 규제엔 ▲노선별 최소 유지 운항률 제한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내륙노선 50% ▲항공기 조종인원 전 기종 평균 77.7% ▲탑승수속 업무 인원 81.70% ▲객실승무 업무 인원 77.50% 등이 포함된다.

지정된 비율로 파업을 강행할 경우 해당 규제는 오히려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16년 12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당시, 해당 기간 동안 국내선 및 국제선 탑승률과 화물 탑재율은 2015년 같은 기간보다 올라 오히려 수익성이 좋아졌다.

“노동3권 중 파업권 제한,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

국내 항공운송사업은 공익사업 및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될 당시인 2006년과 비교해 최근 10여 년간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독과점 시장이 무너지고 자유 경쟁 시장으로 접어든 것이 국내 항공업계의 가장 큰 변화다. 2006년 이전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항공사만 존재해 사실상 독과점 구조였지만, 이후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에이항공·에어서울·에어인천 등 7개 항공사가 연이어 취항하면서 2018년 현재 9개 국적항공사가 경쟁하고 있다.

또 국내 취항 외국항공사 수도 80여개를 훌쩍 넘어서면서 수입·수출 등 국가 경제와 직결되는 부분도 일정 부분 해결이 가능한 운송 체제가 됐다.

따라서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항공기업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놓은 현행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김영로 수석은 “노동3권에서 파업권이 제한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으며 미국만 해도 파업권에 의해 철도 운행이 멈추기도 한다”며 “파업권이란 것은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백번 양보해 공익을 위해 국가에서 지정을 해놓았다면 그 이후 국가에서 제대로 관리·감독을 했어야 했는데 한 것이 무엇이 있냐”며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해당 법을 개정하는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미(정의당 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필수공익사업법이 기본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파업권을 침해하고 노조 관리에 반하는 정책인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며 “추후 어떠한 방향으로 개정할 것인지에 대해 발의안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몇몇 항공기업이 국내 항공업계 쥐락펴락”

항공업계를 강타한 ‘오너 갑질’ 사태는 정부의 관리 소홀로도 책임이 번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항공전문가를 양성하는 시작 과정부터 항공사의 투자가 들어가는 형태이다 보니 객관적인 감독 및 징계가 사실상 불가하다는 점이다.

특히 국토교통부 내 운항감독관의 80~90% 이상이 대한항공 출신, 나머지 10~20% 정도는 아시아나항공 및 기타 항공사 출신 퇴직자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보니 기업과 정부기관 간 유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지적이다.

또 항공 관련 학문·기술을 배우는 국내 대학기관도 한진그룹이 모재단인 한국항공대와 인하공전 등에 그쳐 몇몇 항공기업이 국내 항공업계를 쥐락펴락하는 구조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항공업계를 둘러싼 불만이 폭발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국가의 관리 및 감독 부실과 내부 교섭권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놓은 법적 규제가 지목된다. 내외부 어디서도 항공기업 오너에 대한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김영로 수석은 “항공대라는 조직이 유일한 항공 관련 교육기관으로 업계에서는 ‘항피아’라고 불리기도 한다”며 “업계에서 일하다가 국토부 관리자로 들어가는 사례도 많아 항공기업의 잘못에도 정부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오면서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고 믿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그 이유는 실무 공무원들이 쌓이고 쌓인 관행의 고리를 쉽게 끊을 수가 없기 때문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직원들의 힘과 사회적·정치적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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